CULTURE

박용하가 이런 남자였나?

2008.05.19GQ

시청률 잘 나오는 드라마 <온 에어>에서 박용하는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흔들리는 남자를 연기하고 있다. 이전에 그가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을만큼이었다. 그는 모든 질문에 시원시원하게 대답했고 거침없이 웃었다. 연기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할 때조차 박력이 있었다. 박용하가 이런 남자였던가?

킷은 발렌시아가 at 무이, 셔츠는 디올, 바지는 코스메틱 라벨 at 무이, 커머밴드는 론 커스텀, 보타이와 포켓치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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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좋아하나? 봄가을은 애매해서 별로고 한여름이나 한겨울같이 가장 피크일 때가 좋다.

이름깨나 알려진 연예인들에겐 계절이라는 것도 창밖에만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일년 삼백육십오일 똑같이 지나간다. 춥다 덥다 비온다 눈온다 그 정도. 되게 외로운 얘긴데, 아, 이때는 이런 걸 하는 게 좋아, 오늘은 촬영을 이런 느낌으로 해봤으면, 이렇게 비 안 오는 날 촬영하면 좋은데, 모두 일과 연관짓는다.

그런데 오늘 날씨 너무 ‘낮술적’이지 않나? 낮술은 옛날에 학교에서 연극할 때 밤인지 낮인지 모르고 먹던 것만 기억난다. 일이 껴있는 시간엔 틀어지는 게 싫어서 낮술은 안 하게 된다.

이런, 아주 쿨하다는 얘기인가? 별 매력없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봄이 <온 에어>로 기억될 수도 있다. 누가 벚꽃놀이 가자고 했는데 <온에어> 봐야 한다고 퇴짜 놓을 수도 있으니까.

요즘 당신이 마음에 드나? 맘에 든다. 모든 게. <온 에어>엔 드라마 한 편을 시작하는 온갖 엎치락 뒤치락이 있다.

당신의 캐스팅도 그랬나? 누구 대신, 누구를 밀어내고 등등. 방송하는 친구들끼리 얘기해보면 한 번쯤은 그런 일이 다 있었던 것 같다. 뭐 하나 들어가려고 회사 식구들이 다 길길이 날뛰었는데 촬영 전날 빠졌다는 연락 받는 거. 오히려 드라마 속에선 좀 고급스럽다. 이번엔 작년 8월에 대본 처음 받고, 그 전에 받았던 대본을 다 놨다. 회사 대표님께 이걸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기다렸다. 계속 스테이, 스테이. 내가 초이스하는 입장이 아니니까 낮추고 낮췄다. 특이한 건 아니다. 이 바닥 생리를 따지자면 더한 것들도 있으니까. 참 많은 감정이 있었다. 한국에서 뭘 이뤄놓지 못한 배우로서, 순식간에 일본으로 증발했다가, 또 일본에선 붕 떠있는 것 같고. 중간이 없었다. 한국과 일본 중간은 도대체 어디일까.

현해탄이다. 맞다. 하하. 이쪽에서 밀어붙이지도 못하고 저쪽도 ‘땡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초조했는데, 캐스팅 결정됐을 땐 하고 싶다는 거 한 가지만 믿어준 게 너무 고마웠다.

이제까지 다른 작품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었나? 본의 아니게, 타의로 하는 작품이 백이면 백이었다. 남이 시켜서 했다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내 주관으로 하는 게 처음이라는 얘기다.

극중 경민이라는 인물에 대해 당신이 생각한 건 뭔가? 경민이라는 인물의 소개가 제일 짧았다. 성격도 그렇고, 상황도 그렇고. 그게 매력있었다.

파악하기 쉬웠나? 반대로 내가 다 만들어내야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드라마는 조화니까 그 인물을 그냥 해내면 되는데, 박용하라는 사람을 놓고 보면 솔직히 하고 싶은 게 많다. 나라는 배우를 통해서 너무나 하고 싶은 게 많은데 그걸 누르고 있는 게 힘들다. 더 ‘오바’해서 화를 내고 싶기도 하고, 정말 내가 꽂히는 사람한테 멜로를 붙이고 싶기도 하고, 그런데 드라마니까 누른다. 그게 힘들다.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보는 사람에게 어떤 충동을 주는 연기가 있다.

젊은 배우들만의 어떤 불안함이랄까? 그건 굉장히 매력적이기도 하다. 그렇게 봐준다면야 뭐…. 표정도 대사도 좀 올라갔다 싶으면 누른다. 촬영 기간 내내 그 선을 맞추는 게 어렵다. 뒤죽박죽 멜로도 했다가, 일도 했다가, 가정으로도 왔다가, 머리가 좋아야 된다.

연기를 너무너무 잘하고 싶나? 오랜 시간 동안 나를 봐오면서 고쳐야겠다고 했던 부분들, 하지만 고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이건 내가 할 수가 없구나. 이걸 좋은 쪽으로 승화시키지 않는 한, 평생 나쁜 쪽으로 남겠구나 하는 것들이 남아있다.

그게 뭔가? 음, 배우라면 분위기가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분위기가 제일 많이 표현되는 곳은 얼굴이다. 그런데 나는 항상 동안이었다. 심지어 어렸을 때도 동안이라고 했다. 주름이 없다. 15년 동안 방송하고 연기하면서 어떤 거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다. 부잣집 아들내미. 정말 단순한 얘긴데 엄청난 스트레스다. 말투도, 지금 이런 말투가 내 나이에는 어울리는데, 어렸을 때부터 이랬다. 여자를 만나면 가르치려 들고 설득하려 든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말을 못하는 편은 아니지만, 상대를 이해시키려는 말투가 있다. 그게 또 연기에 그대로 나온다. 그걸 놓을 수가 없다. 놓고 싶어도 안 놔진다.

그런 와중에 무의식적으로 당신 연기의 관객을 여성으로만 한정짓진 않나? 여성? 본의 아니게.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고, 원한다고 갈 수 있는 바도 아니다. 역할 자체가 여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역 외에는 해본 적이 없다. 나는 남자들이 나를 ‘남자’로 봐줬으면 좋겠다. 평소 성격이 감추는 것도 없고 일부러 그렇게 보이려고 하는 것도 없다. 그런데 방송에서 내숭 떨고 시키는 대로 하다보니 이렇게 됐다.

아쉽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남자 배우는 어떤 전형이 있다. 이를테면 <비트>의 정우성이나 <모래시계>의 최민수나 이정재 같은. 그런 한국 남자들에게 당신은 ‘군대 면제’라는 얄미운 또한 부러운 꼬리표도 있다. 신경 안 쓴다. 정말로 그게 법의 판단으로 다시 문제가 되거나 한다면, 내가 술수를 써서 잘못한 거라면, 방송을 안 한다. 아예 치사하고 더러워서 안한다. 그렇게 법 쪽에서 들쑤셨지만 인정을 해줬다. 병무청에서 문자도 받았다. 오래동안 마음고생 많았다고. 정말 스무살 때부터 서른살 넘어갈 때까지 얼마나 많은 병무청 사람들이랑 대화를 했겠나. 네티즌이나 혹은 뭐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이 뭐라고 한마디씩 하는 걸 내가 어쩔 수는 없다. 나는 떳떳하고 건재하고 좋은 연기를 하면 될 것 같다. 굳이 물어보지 않으면 말하지 않으리, 하지만 물어본다면 피하지도 않으리, 그게 내 생각이다.

근데 오늘 머리를 이렇게 하고 촬영할 줄은 몰랐다. 이마가 넓은 게 나름 콤플렉스라서 머리를 올려본 지가 오래되었다. 창피하다.

메이크업이 약간 부담스럽긴 해도 이마는 훤하고 남자답고 보기 좋은 정도 아닌가? 자기 얼굴을 좋아하나? 기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만, 배우로 보면 마음에 안 든다. 이번 드라마 하면서 사람들이 눈빛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야, 어제 그 장면 보니까 너 다음 회에 멜로 붙겠더라” 그런다. 정작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약하다,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그런 의견을 들으면 헷갈린다. 화면 속의 내 얼굴을 보면 더 세게 연기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연기하기엔 내 얼굴이 약하다고 생각한다. 분위기도 한참 멀었고. 그런데 가수 할 때는 반대로, 노래하는 애가 왜 저렇게 어둡냐고, “노래하면서도 멜로해? 웃으면서 해” 그런다.

당신의 연기를 본 지 하도 오래되어서 옛날에 어땠는지 딱 떠오르진 않는데, 이번에 보면서 눈빛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드라마 시작하면서 친구에게 도움을 받는다고 들었다. 여자앤데, 옛날에 연극할 때 파트너를 한두 번 해봐서 나에 대한 단점을 지적할 수 있는 친구다. 그 친구한테 부탁을 했다. 처음 대본을 들고 가서 쭉 읽었더니“, 넌 너무 너를 가둬놔서, 내가 봐줄래도 봐줄 수가 없어. 편하게 해봐 편하게. 너 하고 싶은 대로”라고 했다. 그 친구 앞에서 몸 풀리기까지 꽤 걸렸지만, 옛날 대학교 때처럼, 오디션하듯 해보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촬영 카메라 앞이 아니라 무대에 선다. 본의 아니게. ‘본의 아니게’라는 말을 곧잘 한다. 인복이 많다는 뜻이다. 마음속에 뭔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누가 탁 건드려서 그걸 하게 해준다. 그런 케이스가 많았다. 배용준 형이 일본에 <겨울연가>로 갔다와서 엄청난 것을 해왔다. 그러고 나서 두 번째로 들어간 게 나였다. 그쪽 얘기가 “박용하 씨 프로필을 보니, 노래도 하셨던데, 노래하시는 분이라면 한두 곡 해줬으면 더 좋겠어요.”그래서 노래를 하게 됐다. 의도하지 않은 거였다. 지금 한류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뭔가? 이미 한류는 끝났고, 이미 비즈니스는 끝났고, 이제는 그냥 발버둥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살아남은 자’인가? 나도 발버둥이다. 그 궤도에 계속 있기 위해서 발버둥친다. 같이 일하는 사람을 배려하자면‘, 지고싶지않다’라고 바꿔 말할 수 있겠다.

무대에선 무슨 생각으로 노래하나? 정말 나는 단순히 즐긴다. 베이스가 없으니 겁도 없다. 처음에 어땠냐면 5천석 공연장에 딱 나갔는데, 정말 5천 개의 라이트가 흔들리면서 일제히 ‘우왁!’소리를 질렀다. 정말 한 걸음 뒤로 주춤했다. 어떤 기에 압도되어서. 한 10회쯤 할 땐 1만석이었는데, 똑같이‘우왁!’했지만 이젠 뒤로 주춤하는 게 아니라 씩, 웃음이 났다. 막 좋은 거다, 그 기분이. 무대에 올라가면 신이 난다. 연기할 땐 나라는 사람도 있지만, 뭐도 있고 뭐도 있으니까 아, 어떡하지 그런 생각이 드는데, 무대에서 노래할 땐 그런 게 없다. 연기든 노래든 하나만 하라는 둥 그런 얘기는 하나마나한 헛소리다. 내겐 전혀 필요없다.

사진 찍는 게 취미라고 들었다. 그런데 미니홈피엔 ‘셀프 컷’만 백만 장이던데? 가볍게 취미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셀프’가 최고다. 솔직히 내가 찍은 풍경이나 인물을 보여주는 건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약간‘진지 청년’이기도 하고, 의식을 많이 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소프트하게 개미 겉핥기 식으로 나를 표현하는 방법 중에 선택한 게 ‘셀프’다. 좋아하는 사진가가 있나? 모든 분야에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예전에 어떤 신문이랑 인터뷰하다가, 존경하는 배우가 누구냐고 해서 없다고 했다. 모델로 삼는 배우가 누구냐고 해서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자기는 못 들은 걸로 할테니까 일반적으로 얘기를 하라고, 너무 튀려고 한다고 해서 언쟁을 한 기억이 난다. 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어떤 배우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배우는 사람이지, 그 사람이 그거 했다고 거기에 꽂히는 타입이 아니다. 사진가들도 내가 좋아하는 류가 있다. 이런 렌즈, 이런 느낌, 이런 분위기. 다 하나씩 갖고 있다. 그 중 하나를 좋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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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에어>의 연기 얘기를 하다가 좀 샜다.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나? <온 에어>를 하면서 당신이 배우는 건 뭔가? 이 드라마를 하는 열정으로 그 전의 일들을 했다면 나는 또 몰랐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열심히 하는 게 얼마만큼 열심히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옛날에는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기준이 됐다. 운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앞으로 이거 이하로는 하지 말자고 생각한다. 이번 촬영 하면서 한 번도 늦은 적이 없다. 예전에는 어린 나이에 술도 먹고 가보고…. 이젠 철칙이다. 일에 지장을 주면 안된다. 여지가 없다. 혹시, 하는 마음이 없다. 좀 힘들다. 너무 빡빡하니까.

그런 노력이란, ‘이거 찍고 다음엔 원톱 가야지’하는 욕심에서 오는 것도 있지 않나? 하하, 미리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그건 뭐 요즘 내 나이 또래라면 다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서른 중반. 이 드라마를 시작하고 호응을 얻고는 있지만 트렌드가 너무 자주 변하는 게 현실이다. 내 소신대로 가져가면 좋겠는데, 회사와 타협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사실 나는 연극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회사는 반대한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러는 건 아니지만, 지금 분위기라는 게 있으니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거다. 정해져 있지 않은 뭔가를 찾아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거다. 그런다고 답이 나오진 않지만.

올해 연말 시상식에서 당신을 볼 수 있지 않을까? 98년도에 신인상 받고 연기자로는 2000년도에 최우수 남자 연기상 받았다. 그 후로는 상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만한 작품을 못했고, 연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못됐던 것도 있다. 모든 걸 떠나서 사회에 나와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특별한 자리에 초대받고 싶은 건 당연한 것 같다.

드라마 속에서 서영은(송윤아)과 오승아(김하늘)의 대화 중에 그런 말이 나오던데, 당신은 왜 배우가 됐나? 본의 아니게. 엄마 친구 남편 중에 PD가 있었다. 나 모르게 부탁을 해가지고, 엑스트라가 됐다. 그때 나간 첫 방송이 <테마게임> 1회다. 고등학교 때였다. 총 2회를 촬영했는데. 기분이 정말, 어우 막 미치겠는 거다. ‘야야’ 거리고. ‘너 똑바로 안 해!’ 막 소리 지르고. 한창 예민한 나이였는데. 속으로 ‘이 새끼들이 어따대고 반말 짓거리야?’ 정말 그랬다. 안한다고 집에서 난리 한 번 피웠는데, 어느날 엄마가 오디션에 붙었다고 했다. 보지도 않았는데 오디션에 붙었다는 거다. 알고봤더니 KBS <사랑이 꽃피는 교실>이었다. 일단 쫄래쫄래 갔다. 근데 또 화가 막 나는 거다. 50명 중에 한 명이었다. 어머 세상에. 엄마도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그래도 뭔가를 담갔으면 뺄 때 빼야 한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라, 그냥 뺄 순 없었다. 촬영장에서는 대체 누구한테 말을 해야 빠지는 건지도 몰랐다. 그런데 바로 다음 주부터 메인으로 들어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말 들어갔다. 몇 주 지났더니 배역 이름이 생겼다. 김동찬이라는 이름이. 어허 이거 봐라? 갑자기 (극중)엄마가 생기더니, 세트에 ‘동찬이네 집’이 생겼다. 그러면서 주인공이 됐다. 그때 뭣 모르고 나 이제 탤런트야, 연기자야 그러고 다녔다. 아, 이거 너무 대답이 길지 않나? 그때 송채환 씨가 선생님으로 나왔는데, 시집을 주시면서 책 앞에 글을 써주셨다‘. 너라는 친구를 보면서 생각을 했다. 연극을 한번 해보지 않겠니?’그걸 되게 심각하게 고민했다‘. 나를 인정해주는 건가? 내가 정말 큰 그릇이 될 수 있는 건가?’그때부터였다. 연기를 해야겠다. 배우를 해야겠다. 대답이 너무 길다. 내가 수다가 좀 많다.

왜 배우를 하나? 그냥 끌린다. 그만두고 싶은 적도 있었고 그만둬 보기도 했다. 그 스토리를 말하면 너무 길다. 다 겪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자리는 여기였다. 항상. 그래서 한다.

배우는 뭘 하는 사람일까? 고민해보지 않았던 질문이다.

항상 돌아오는 자리가 그 자리라서라면, 그건 습관 아닌가?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흔히 배우는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거고 그래서 좋다고’얘기한다. 그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게 왜 남의 삶이야? 어차피 지가 그걸 고대로 대입해서 연기 할 거 아니야? 그럼 그 순간 자기가 되는 거 아니야? 지금 잠깐 고민해봤는데, 배우가 하는 거는 별 거 아닌 것 같다. 후배들한테도 그렇게 얘기한다. “별 거 아니다, 하다보면 네 것 이나올때 쯤 배우 소리 듣는다, 신인이란 타이틀은 네 것이 안 나와서 있는 거다. 하다 보니까 배우라고 불러주더라” 솔직히 말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작품만 잘 만나면 배우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확실하다.

자의식으로 충만한 어떤 배우들의 토할 것 같은 배우연然이 당신에겐 없다. 정작 나는 나를 못 보여줬다. 아직도 내 것을 다 못 보여주는 입장이다. 지금 이렇게 편하게 ‘나처럼’ 연기하면 얼마나 좋겠나. 정말 나를 보여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배우는 외롭다고들 하는 건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다 외롭다고 본다. 그걸 표현하느냐 하지 않느냐 차이다.

아까, 계절이 창밖에만 있을 것 같다고 말 했지만…. 어떤가, 괜찮나? 난 가끔 몰래몰래 한다. 그래서 괜찮다.

집 창밖으로는 뭐가 보이나? 앞에 대림 아파트가 있는데 105동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음, 그 길에 내가 처음으로 사랑을 시작했던 사람과 있었다. 항상 그 길이 생각난다.

그 방엔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박용하가 있나? 코딱지 파는 박용하, 야동 보는 박용하…. 물론이다. 엄마가 “야, 너 이거 나가면 방송 완전 쫑난다”그러신다. 하하하. 진짜로.

뭘 가지고 그러시나? 집에서 정말 안 씻는다. 며칠이고 집에 있을 땐 일단 양치질이 귀찮다. 머리 감는 것도 귀찮고, 걸치고 있는 것도 귀찮아서 팬티랑 긴팔 하나 입고 있는다. 엄마가 볼 때 나이 서른 먹은 놈이 그러고 있으니까 “그나마 너 지금 하는 짓 해가지고 잘 됐으니 망정이지 백수였으면 너 내가 죽였어 이 노무새끼야~”이러신다.

마지막으로 운 건 언제인가? 얼마 안됐다. 지난 준가? 이번 주였나? 오승아가 서영은한테….

자기 드라마 보면서 울었다고? 창피한 이야기는 아닌데, 창피하긴 하다. 오승아가 서영은을 인정하는 대화가 있었다. 와인 마시면서. 대화 중에‘그래요’도 아니고 ‘미안해요’라는 말이 있었다. 그동안의 모든 것을 한 마디로 그냥 자기를 확 떨어뜨리는 말이었다. 버티다 버티다 얼마나 버텼으면 거두절미하고 ‘미안해요’라고 했을까, ‘미안해요’는 사실 안 어울리는 말이었다. 동문서답한다고 할 수 있는 단어 선택이었는데도, 그 단어 하나가 살며시도 아니고 나를 그냥 쭉 끄집어 당겼다.

그렇게 꼭 드라마 홍보를 꼭 해야 하나? 하하. 아니다. 정말 울었다.

옷은 직접 사나? 직접 산다. 동대문 도매시장하고 소매시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이번 드라마에서 나오는 옷도 50%는 스타일리스트하고 직접 가서 샀다. 두 개 사고 싶을 때 하나만 선택하지 않을 만큼 돈 많이 버나? 능력 된다고 다 지르는 편은 아니다. 그럴 때 나는 둘 다 안 사기도 한다.

그게 무슨 말인가? 정말 여자들한텐 미안한 이야기인데, A라는 애가 좋은데 B든 C든 누가 갑자기 나 좋다고 그러면, 둘 다 버리고 다른 여자 찾는다.

복에 겨워도 유분수 아닌가? 그럴 것까지…. 고민하는 게 싫다. 고민을 길게 하는 걸 정말 못 참는다. 내가 힘들잖아, 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해.
그냥 그거 둘 다 포기 하고 다른 것을 본다. 그런 성격이고 그랬던 적이 많다.

당신을 끝없이 괴롭히는 결핍은 뭔가? 강해야 한다는 거. (휴대전화 화면을 열어 보여주며) 마징가 제트다. 정말 마징가 제트처럼 되고 싶었다. 지금도 그렇다. 의지할 곳이 없다. 부모님 한테는 못하고, 회사에는 안한다. 의지하면 인간적이라는 말이 나오겠지만, 못한다. 항상 중심을 잃으면 안돼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한테 스트레스를 준다. 계속 쳇바퀴를 돌고 있다.

그러다 한꺼번에 터진다. 연애로 풀어야 하지 않을까? 연애는 한 2년 정도 공백이 있었다. 지금은 연애가 약간은 장난감처럼 되어 버렸다. 전엔 일을 못할 정도로 연애를 했는데 이제는 장난감 같다. 살짝 만나볼까 하면서도 ‘이러면 안돼, 난 사람 그렇게 만나기 싫어’스스로 부정한다. 신승훈 형에게 그런 얘기를 했더니, “나는 지금도 그래.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 너만 아는 혼자의 생활이 있으면 돼”라고 말해줬다.

당신은 어떤 남자 인가? 좀 알 수 없는 남자.

혹시, 신비롭다는 얘긴가? 하하. 아니다. 참 많이 달라진다. 상황에 따라서.

당신은 젊나? 젊다. 생활이 젊다.

앞으로 나간다고 생각하나? 좀 급하긴 해도 계속 전진한다.

대운하는 파야 할까? 별로 관심 없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건? 연애. 하하하.

1988년과 1998년 봄엔 뭘 하고 싶었나? 88년은 기억 안 나고, 98년에는 지금하고 똑같은 생각을 했었다. ‘지금처럼 꾸준히 갔으면 좋겠다’고. 그땐 쭉 갈 줄 알았다. 그런데 안 갔다. 그래서 2008년도의 이 기회를 꼭 잡으리라, 더 강하게, 그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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