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하는 편집장

이충걸 편집장이 소비에 관한 인문학적 보고서 <갖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인생을 위하여>를 냈다. 창피하다는 데 억지로 질문을 던졌다.

다른 데는 인터뷰 했으면서 GQ엔 왜 안 하겠단 거예요? 부끄러워서.

책 나온다고 말한 게 꽤 오래전인데 왜 이제 나왔죠? 사실 책 한 권 분량 원고는 예전에 갖춰졌었어. 근데 우리는 매일 별의별 소비의 경험을 겪는 직업을 가졌잖아. 사물의 외곽에서 결을 들추어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 뒷마당을 보고, 또 그걸 고쳐 적고, 그러는 바람에.

직접 사는 것보다 남들에게서 뺏는 게 더 많죠? 소비엔 두 가지 측면이 있지. 내가 하는 소비, 남이 나를 위해 하는 소비.

그런데 인터뷰 하는 자리에서 왜 자꾸 반말 하고 그러세요? 부끄러워서라고 했잖아. 따지는 거야, 지금?

“숙련된 남자 골퍼조차 한 종류의 공만 고집하는 건 남자들이 가게를 돌며 시시콜콜 가격을 따지는 것이야말로 좀스러운 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쇼핑에 대해, 이 시대 인간들의 습관적 행동에 관해 당신처럼 분석하고 사유하는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책에, 단정하는 말들 너무 많아요. 이건 이거다, 저건 저거다. 납득하지만 동의할 수 없는 것도 있어요. 예수님이 당대 유대인들을 모두 다 설득시켰니? 중요한 건 이 책을 포함한 사물을 보는 사람들의 혼합이야. 이걸 섞고 저건 빼고, 변별력에 대한 나만의 레서피를 만드는 거지.

이 책도 조화를 염두에 두고 만든 요리겠네요? 아집과 편견이 없다곤 못하지.

<GQ>에 오기 전부터 당신 문장을 좋아했지만 솔직히 술술 읽히진 않아요. 불친절한 측면이 있긴 해. 근데 양호 교사가 있다면 체육 교사도 있는 거 아냐?

이 시대에 이 책이 왜 필요할까요? 소비에 대한 복잡한 패턴들이 지금처럼 창궐한 적이 있었나.

<GQ> 독자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요? 지갑을 열 때 펼쳐지는 우주…. 10만원짜리 청바지를 미학적 관점으로 봐줄 수 있다면 50만 원짜리는 누군가 이걸 만들다 실명한 진실까지 포괄하고 있어. 소비의 한 꺼풀을 들추면 정신분석학, 세계 경제학, 인류애, 모든 측면들이 다 깃들어 있어. 사람들이 다른 사색으로 지갑을 연다면, 죄의식이라는, 다른 의미에서의 자본주의적 영토가 만들어질 것도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