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박지성은 두렵지 않을까?

우린, 이제 겨우 이십대의 반환점을 돌았을 뿐인 한 청년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해 온 게 아닐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올드 트래퍼드에서 뛰는 한국인의 모습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그것만으로도 박지성은 이미 신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초반 3경기에서 2무 1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자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졌어요. 골자는‘박지성이 빠져서 그렇다 VS. 솔직히 그건 말도 안 된다’였죠. 대답은 당신만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맨유의 초반 부진, 당신이 있었다면 안 일어났을까요? 부진의 원인은 뭘까요? 당신이 어떤 부분을 어떻게 메워줄 수 있었을까요? 축구는 11명이 하는 경기예요. 한 명의 뛰어난 선수가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많죠.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제가 뛰었더라도 결과는 좋았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변수는 늘 존재하니까요. 리그 초반의 부진은 주전 스트라이커들의 부상이 가장 큰 요인일 거예요. 골이 들어가지 않고 있을 뿐이지 경기 내용은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뛰었더라면 골을 넣었거나, 넣을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았을까요?

가브리엘 에인세가 시즌 초반부터 팀 분위기를 흐려놨다고 생각하나요? 같은 선수 입장에서, 에인세의 불만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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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선수들과 가끔은 자국 축구에 대한 얘기도 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루니가 크리스티아누에게, “제대로 붙으면 포르투갈은 우리한테 안되거든” 그러면 크리스티아누가 “웃기지 마, 너희들 우리한테 번번이 당했잖아.” 뭐 이런 대화들 말이죠. 기억나는 게 있나요? 2006년 독일 월드컵 이전에 제가 연습 때나 경기에서 좋은 찬스를 골로 연결시키지 못할 때 실베스트르라는 프랑스 선수에게 “월드컵에서 너희랑 할 때 넣으려고 안 넣은 거야” 라고 말하곤 했어요. 그런데 프랑스전에서 정말 골을 넣었죠.

그들, 그러니까 맨유 선수들은 한국 축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축구 변방 아시아에서 조금 하는 나라 정도요? 높은 수준의 축구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2002년 월드컵으로 인해 이전보단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었어요.

영국 출국 직전에 가진 인터뷰에서 팀 내 경쟁자가 많지만 당신만이 가진 특별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그 장점이란 구체적으로 뭔가요? 공을 가지지 않고 있을 때의 움직임과 왕성한 운동 능력을 말한 건가요? 잘 알고 계시다시피, 그리고 언론에서 늘 얘기하듯, 좋은 움직임과 많은 활동량이 제 장점입니다.

높이 뜬 공의 낙하지점을 정확하게 찾아가는 능력은 전세계 어떤 선수들보다 당신이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비결이 있나요? 이를테면 공의 어느 지점을 보고 발을 댄다든지 하는 것 말이죠. 특별한 건 없습니다. 남들보다 공이 떨어지는 지점을 빠르게 예상하고 바로 그곳을 향해 움직입니다. 늘 그렇게 해왔어요.

지난 시즌 맨유가 우승했지만 당신은 부상 중이었어요. 부상당하기 전까지 팀에 많은 공헌을 했던 당사자로서 서운하진 않았나요? 혹시 지나가는 말이라도,“지성, 네가 없었으면 우승하기 힘들었을 거야”라고 얘기해 준 선수가 있었나요? 특별히 그런 말을 한 선수는 없었어요. 다들, 팀워크가 훌륭했기 때문에 우승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시즌 끝까지 경기를 할 수 없어서 우승의 기쁨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건 무척 아쉬웠어요.

빅클럽에서 뛰다 보면 주전 경쟁은 당연한 일이겠죠. 늘 자신 있다고 말해왔지만 두렵고 답답할 때도 있을 것 같아요. 당신도 평범한 이십대 청년이니까요. 물론이죠. 저도 자신 없고 두려울 때가 있어요. 지금도 그렇고 예전에는 더 심했어요. 그래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게 자신감을 갖는 데 도움이 돼요.

도대체 퍼거슨 경은 왜 나니와 안데르손을 영입한 걸까요? 당신도 있는데. 이것 역시 맨유가 빅클럽이기 때문인가요? 지난 시즌에 우린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지만 선수들의 부상으로 그 기회를 잃었어요. 맨유는 언제나 좋은 선수들을 더 필요로 해요.

부상 선수가 많아 당신의 재활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몇몇 매체가 보도 했어요. 이르면 다음 달부터 볼터치 훈련에 들어갈 거라는 말도 들리던데요. 그 보도는 사실과 달라요. 저는 당초의 계획대로 재활훈련을 하고 있어요.

솔직히 복귀 시점이라는 걸 누가 알겠어요. 우리는 안녕, 내일 봐, 라고 인사하고 영영 이별하기도 하는 세상에 살고 있잖아요. 앞일을 다 안다면 두려움 같은 건 없겠죠. 처음 보도된 대로 1~2월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지성 없는 한국 축구는 불안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무슨 생각이 드나요? 모든 사람들이 저에게만 의지하려 든다면 전 도망가고 싶어질 것 같아요. 물론 저도 그런 말과 기대들이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동시에 기분 좋기도 해요. 그래서 경기장에 들어서면 항상 똑같은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즐거운 축구를 더 재밌게 하자고.

위닝일레븐에 나온 당신의 능력치를 보고 너무 기뻤어요. 저도 만족합니다. 초창기 버전에 비교하면 참으로 많은 발전을 했으니까요.

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거라는 직위가 무거운 짐처럼 느껴질 때는 없나요? 지금은 전혀 없습니다. 처음에 왔을 때는 저로 인해 한국 선수들에 대한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부담을 많이 느꼈어요. 그런데 지금은 영표 형, 기현이 형, 동국이 형이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한국 선수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아무리 동료들이지만, 가끔은 화가 나서 주먹을 날리고 싶을 때도 있지 않았을까요? 정말 지금까지는 동료들에게 그만큼 화가 난 적이 없었어요.

타지 생활에서 당신이 가장 의지하는 건 뭔가요? 조금만 더 고생하면 한국의 영웅으로서 위치를 굳건히 할 수 있다, 그럼 훗날 한국 축구를 위해 큰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아요. 모든 축구 선수들이 꿈꾸는 리그에 와있다는 것, 최고의 팀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뛴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돼요.

결혼은 언제 할 거죠? 만나는 여자가 없다는 게 더 이상하게 들릴 정도예요. 이상형말고, 싫은 유형 세 가지만 말해주세요. 거짓말 하는 사람, 내면의 아름다움보다 외면의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사람, 배려를 모르는 사람.

피부가 좋아진 비결은 뭐죠?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변한 게 아닐까요.

은퇴 후엔 유소년 축구 발전을 위해 힘쓰고 싶다는 말을 여러 번 했어요. 유소년 축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무얼까요? 어릴 때부터 얼마나 체계적인 관리 안에서 축구를 하냐라고 생각해요. 물론 축구 자체를 즐겨야 하고요.

수원에는 박지성 도로가 있어요. 당신이 훌륭한 선수라는 건 인정하지만, 황선홍 도로나 홍명보 도로, 심지어는 차범근 도로도 없는데 박지성 도로만 있는 건 좀 이상해 보여요. 글쎄요… 제겐 너무 영광스러운 일이에요. 선수 생활을 계속하면서 그에 걸맞는 사람이 되어야겠죠. 먼 훗날에는 모든 사람들이 진심으로 인정해주는 날이 오도록 할 거예요.

지난 달 한국에 온 라이언 긱스를 만났어요. 그는 맨유를 강하게 하는 것은 팀 정신이라고 말했어요. 이것말고 당신이 생각하는 맨유의 힘은 무엇인가요? 팀 정신을 빼고 말한다면 모든 스태프와 선수들의 열정이라고 답하겠습니다.

당신 축구 인생에서 가장 귀감이 됐던 분은 누구인가요? 히딩크 감독님입니다. 제가 더 큰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그것을 이루게 만들어 주셨죠.

당신에게 누가 한국 축구 감독으로 자질이 있냐고 묻는 게 옳다고 생각하나요? 아직까진 외국인 감독을 선임해서 세계 축구를 배우는 게 좋겠다고 얘기한 게, ‛박지성曰, 한국 감독 자질 부족하다’라는 타이틀로 기사가 실린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네티즌들의 어이없는 딴지 걸기를 목도할 때마다 어떻게 감정을 추스르나요? 마음 속으로 그들과 싸우죠. 난 그렇지 않다고 그리고 경기장에서 보여줄 거라고.

당신에게 가장 위대한 축구 선수는 누구인가요? 그 선수의 무엇이 그를 위대하게 하나요? 브라질의 둥가 선수입니다. 모든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 그리고 관중들도 그가 경기장에 있을 때 그를 믿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어요.

이번 시즌 많은 경쟁자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모두 훌륭한 선수들이라는 건 잘 알아요. 그 중에서 당신이 꼭 넘어서야 하는 선수는 누굴까요? 결국 마지막은 저 자신입니다.

여러 종류의 축구화를 신었을 텐데 가장 행운을 준 모델은 어떤 거였죠? 모든 나이키 축구화가 행운을 주었지만, 2005년에 처음으로 제 발에 맞게 제작된 티엠포 레전드를 신었을 때가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아이트호벤과 교토 퍼플상가, K 리그 중 한 팀에서 보내야 한다면 어떤 팀을 택하고 싶나요? 가능하다면 지금의 팀에서 은퇴를 하고 싶은데요, 너무 욕심인가요? 맨유가 아니라면 아이트호벤에서 하고 싶네요. 팀을 떠나올 때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왔고 무엇보다 홈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이 그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