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가라앉히고 하나둘셋

마음을 가라앉히고 하나둘셋

2016-02-18T11:13:36+00:00 |ENTERTAINMENT|

바비킴은 서른 다섯살이다. 자신을‘아기’에 빗대고 싶은 서른 다섯 살이다. 그는 노래를 만들고 노래를 부른다. 소울, 그저 허우대 좋으라고 갖다 붙인 이름이라면 진작에 끝장 났을 고결한 이름. 그는 다짐한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하나 둘 셋.

언제는 안그랬는가만서도 새해의 1월이 지나고 있어요. 시작이 어때요?
활기차요. 또 외롭고. 음반 반응이 좋으니까 살맛이 나고. 그런데 뒷 머리가 많이 빠졌어요. 빨리 주사 맞아야 돼요. 나이가 들수록 생일 이나 공휴일 같은 게 잘 와닿지 않아요. 원래 다들 그런가요?

여전히 술을 마시면서 됐다치고 넘어가는 거죠. 앨범은 오래 걸렸어요?
부가킹즈 활동할 때부터 준비했으니까 아주 오래 걸렸죠. 체질상 쉬질 못해요. 음악하는 사람이 숙제 하는 식으로 음악을 할 수는 없으니까 쉴 때도 그냥 작업실 가서 곡을 쓰면서 쉬거든요. 그러다 보면 엉뚱한 것도 나와요. 금방 만든 곡들이 반응이 좋을 때도 많아요.

당신의 친구나 가족이 아니라 그런지, 이번 앨범을 무한한 애정으로만 기다린 건 아니에요. 기다리긴 기다렸지만요. 당신은 어떻게 기다렸어요?
두 가지 선택이 있었어요. 음악인으로서 그리고 사람으로서. 처음엔 음악인으로서 만들다 보니 석 달 동안 슬럼프가 있었어요. 그러다 ‘만들어 그냥, 너 원래대로, 바비 사는 방식대로, 지껄이고 두들기고 흥얼거리고 해서 만들어, 그렇게 열 몇 곡 만들어서 잘 되면 다행이고 안 되면 또 내면 되는 거야’마음을 먹으니까 차근차근 됐어요.

늘 그런 식일 것 같아서 슬럼프가 있었다는 게 오히려 이상해요.
정말 고집이 X같이 세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어요. 음악과의 관계에서 내가 나쁜놈 역할이에요. 음악이 나를 이길 때도 있는데, 항상 지기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막 혼자서 소리 지를 때가 많았어요. 친구들에게 전화 걸어서‘야, 작업이 잘 안된다. 우리 술 한잔 하자’이러기보다는, 혼자서 막 소리를 지르는 거죠. 그래서 그런지 노래들이 어둠침침해요. 커버 사진도 그렇고. 사람은 절대로 만족할 수 없구나, 혼자 있을 땐 외롭고, 사람들이랑 있어도‘당신은 내 마음을 모르지’똑같이 생각하는구나, 그런 거죠.

그래도 당신은 하고픈 것과 해야 할 것을 해내는 몇 안 되는 가수잖아요.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대로 갔어요. 휩쓸린 건 아니에요. 바비의 심장은 그대로 있어요. 똑같은 심장인데 주변에 있는 것들만 조금 다르게 포장이 되는 거죠. 뭐, 예전보다 신는 구두가 좀 비싸지긴 했죠.

당신의 노래를 잘 따라 부르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다들 그러더라고요. 바비 노래니까 바비가 자연스럽게 부를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요. 편하게 그저 편하게.

부르는 사람은 안 편해요. 대개는 1절 불러보다가 민망해서 마이크를 껐을거예요. 미련하지만 그게 혹시 소울의 한 조각이 아닐까 생각하는 거죠.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진 잘 모르겠어요. 이번 앨범에 두드러지는 요소는, 아무래도 포크네요. 어쿠스틱한 맛이 어울렸어요. 굳이 리듬에 강조를 안 줬어요. 많이 얌전하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그런 영향이 있어요.

넋두리, 술에 취하기, 슬퍼나 보고 싶은 기분들, 사랑노래가 많아졌어요.
이제 결혼해야 하는 나이니까…. 확실히 사랑노래가 많아졌어요. 과거에 여자한테 실수한 걸 떠올린다든가, 앞으로 내가 어떤 사랑을 주고 싶은지, 나 자신에게 얘기하는 거죠.

결혼이라는 건 누구랑 언제 하게 되는 걸까요?
여자 보는 걸 너무 좋아해요. 지금 결혼하면 죄지을 거예요. 분명히.

그러다‘수그러들어서’막상 때가 왔을 때 못하면 어쩌죠?
그럴 가능성 있어요.

무대에 서있는 걸 보면 그런 낌새는 없던데요? 공연하는 건 좋아해요?
반반.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하고, 박수소리 좋아하고. 하지만 신경 쓸 게 많아요. 일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반은 싫죠.

사실 당신이‘무브먼트’로부터 조금은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꼭 그 친구들을 써야겠다 생각한 적은 없어요. 다만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이니까요. 정인이랑 새벽 네 시에 카페에서 같이 노래 부르는 영상이 떠오르면 그렇게, 버블 시스터즈 아롬이랑 할 땐,‘ 당신들 섹스할 때 이 노래를 틀어’하는 기분으로. 그런 식이죠.

힙합, 레게, 사우스 코스트, 웨스트 코스트, 샘플링, 힙합정신…. 그런 말잔치는 적어도 음악을 듣는덴 아무런 효험이 없어 보여요. 정성을 다하는 것 그리고 소량의 유머. 그러면 된 거 아닐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아니다 싶은 건 하지 않는 것, 그게 제 노래예요.

그걸 진심이라고 표현하면 어떨까요?
3집, 4집, 5집, 6집 계속 낼 거예요. 살아가면서 내 색깔이 노래졌다 빨개졌다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억지로 화내기도 싫고, 울기도 싫어요. 어이 바비, 노래 만들어, 불러’그게 다예요.

이제 서른 다섯 살이죠?
(스타일리스트에게) 나 몇 살이지? 서른 다섯 맞아요. 좋은 비누를 써야겠다고 생각해요.

비누만으로 충분할까요?
나는 너무 늦게 태어났어요. 내 인생은 몇 년 전에서야 시작되었기 때문에 겉으론 이렇게 생겼지만, 속은 아기라고 생각해요.

그 전까진 그럼 뭐죠?
그건 이틀밤 정도 얘기해야 해요. 드디어 차별하지 않고 바비킴을 인정해주는구나, 그 느낌은 정말…. 이제야 살맛이 나니까요.

당신에게 제2의 인생에 대해 물으려고 했어요.
멍청한 짓이겠네요. 아직까진 먼 얘기예요. 아기예요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