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와일드 샷

어류의 돌출된 안구는 경관을 한 눈에 담아 종합적으로 관찰한다. 그 포괄적인 시선으로 내려 봤다. 지금 막대한민국에 상륙한 열 대의 방을.

벤틀리 컨티넨탈 플라잉 스퍼. 6리터 트윈터보 12기통 엔진, 560마력/66.3kg·m, 4(5)인승 세단, 2억 9천 5백만원부터.


벤틀리 컨티넨탈 플라잉 스퍼


6리터 트윈터보 12기통 엔진, 560마력/66.3kg·m, 4(5)인승 세단, 2억 9천 5백만원부터.

벤틀리는 기본적으로 17가지 가죽을 준비해 뒀지만, 이것으로 만족치 않은 사람은 원하는 가죽 한 조각을 들고 벤틀리 매장을 찾으면 된다(벤틀리서울 02-3448-2700). 단 가격이 무지 비싸지고 엄청나게 기다려야 하는 수고도 감수해야하며 때로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 가공이 불가능한 가죽에서부터 자동차 시트로 적합하지 못한 가죽, 동물보호법에 위배되는 가죽도 여럿이기 때문이다. 이곳을 감싸는 다른 소재들도 마찬가지다. 고를 수 있고 주문할 수 있도 있지만 여전히 감수해야 할 부분도 따라다닌다. 이토록 자유로운 코디네이션의 비밀은 모든 소재가 귀하게 엄선되어 장인의 손으로 신중하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기계가 대량으로 만든다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볼보 C70. 2.5리터 터보 5기통 엔진, 220마력/32.7kg·m, 4인승,  6천8백50만원.


볼보 C70


2.5리터 터보 5기통 엔진, 220마력/32.7kg·m, 4인승, 6천8백50만원.

세단은 편하고 넓지만, 달려야 하는 쿠페는 때로는 좁고 불편했고, 컨버터블은 지붕을 접어 넣느라 공간 활용에 실패한 예가 많았다. 더구나 쿠페-컨버터블의 실내는 딱딱한 지붕이 우주정거장처럼 열리고 닫힌다는 미명하에 매우 인색한 2인분 공간을 준비했었다. 하지만 볼보의 쿠페-컨버터블에는 드디어 4인용 방이 마련되었다. 게다가 편하기로 소문난 볼보 시트까지 여전하다. C70은 두 쌍의 연인이 가장 빨리 달리다 지붕을 열어 로맨틱하게 바람을 가를 수 있으며, 여유롭게 커피를 마실 수도 있다. 4인분 시트에 든든한 컵홀더 네 개가 준비됐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 S600L 디지뇨. 6리터 바이터보 12기통 엔진,517마력/84.6kg·m, 4인승,  3억3천5백만원.


메르세데스-벤츠 S600L 디지뇨


6리터 바이터보 12기통 엔진,517마력/84.6kg·m, 4인승, 3억3천5백만원.

S600으로 만족하지 못한 VVIP가 마이바흐에 올라타기 전에 거쳐야 할 공간이 바로 여기다. 이 차만의 호사스런 에너지는 디지뇨라는 야릇한 이름에서 풍겨 나와 S600의 고급스러운 실내를 최고의 경지에 올려 놓고 있다. 디지뇨의 관전 포인트는 사진 정가운데, 실제 돌로 만들었다는 센터 콘솔이다. 사진으로도 ‘디지뇨’라는 이름표가 올려진 검은색 화강암이 보이지 않나? 시트도 예전과는 달리 부드럽고 폭신하며 늘 뽀송뽀송하고, 곱게 켠 나무 무늬가 가득했던 우드는 그랜드 피아노의 검고 깊은 표면으로 귀하게 덮여졌다. 디지뇨에는 총 13 컬러의 보디 페인트와 14가지 가죽, 5가지 실내 장식 등이 준비되어 있다.

아우디 RS4. 4.2리터 V6 엔진, 420마력/43.9kg·m, 5인승,  1억4천5백50만원.


아우디 RS4


4.2리터 V6 엔진, 420마력/43.9kg·m, 5인승, 1억4천5백50만원.

통통한 시트는 포근해서 사랑스럽지만 정신없이 좌우로 흔들리는 육신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데다가 무게까지 많이 나가므로 날쌔게 달리는 RS4에 어울리지 않는다. 곱게 켠 나무에 두텁게 왁스를 입힌 우드그레인도 친근하고 귀해 보이긴 하지만, 버팔로 등가죽처럼 무늬의 골이 깊고 두터운 가죽도 어렵게 구한 것 같지만, 거울보다 찬란한 크롬도금도 마찬가지지만, 모두 무게 잡는 소품인 까닭에 스포티한 RS4는 거절할 수밖에 없다. RS4에는 가벼운 카본그레인과 가벼운 알루미늄 합금을 비롯, 얇고 가벼운 가죽으로 지은 스포츠 시트와 촘촘한 구멍이 뚫린 경량 가죽으로 감싼 가벼운 핸들 등, 견고하고 가벼운 소품들만 출입할 수 있다.

폭스바겐 파사트 TDI 스포츠. 2리터 디젤 4기통 엔진, 170마력/35.7kg·m, 5인승,  가격은 미정.


폭스바겐 파사트 TDI 스포츠


2리터 디젤 4기통 엔진, 170마력/35.7kg·m, 5인승, 가격은 미정.

이곳은 일반 파사트처럼 편안한 방이 아니다. 8.6초 만에 시속 1백 킬로미터로 가속되고 최고시속 2백 킬로미터가 너끈히 넘으며 견고한 서스펜션으로 날카롭게 돌아나가는 파사트 TDI 스포츠의 방이다. 체지방이 쫙 빠진 건강한 시트를 봐라. 정말 날렵하고 부지런해 보이지 않나? 알루미늄으로 가볍게 덮여 있는 센터페시아에도 이 녀석의 날렵한 습성이 드러나 있다. 하지만 계기반을 감싸고 있는 우드그레인은 뜬금없다고? 속단하지 마라. 편안한 나무무늬는 더 날쌘 형님들에 대한 예의로 봐야 한다. 200마력짜리 파사트 TFSI는 이곳이 카본그레인으로, 가장 날쌘 파사트인 R36(국내 미출시)은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덮여 있다.

혼다 시빅. 2리터 4기통 엔진, 155마력/19.7kg·m, 5인승,  2천9백90만원.


혼다 시빅


2리터 4기통 엔진, 155마력/19.7kg·m, 5인승, 2천9백90만원.

이 방을 이용하는 방법은 절반을 뚝 잘라 앞 좌석과 뒷좌석을 나눠 쓰는 것이다. 우선 앞좌석은 질주하고픈 청춘 남녀들을 위해 디자인됐다. 혼다 특유의 다이내미즘이 고집스럽게 중앙 집중된 계기반을 준비한 것은 물론, 모든 장치들이 드라이버를 향해 앉아 질주를 종용하고 있다. 시트는 부지런한 근육들에게 딱 어울리는 라지 사이즈, 추위에 약한 그녀를 위해 따끈한 열선도 준비되어 있다. 반면 뒷좌석은 아들, 딸 키워 보내고 손자, 손녀까지 돌보시는 우리 어머니를 위해 넓고 안락하게 디자인됐다. 시빅은 아반떼 정도의 크기지만 뒷좌석만큼은 중형 세단이 부럽지 않다. 특별하게 편평한 바닥은 덤으로 받은 선물 같다.

닷지 칼리버. 2.4리터 4기통 엔진, 158마력/19.4kg·m, 5인승, 2천6백90만원.


닷지 칼리버


2.4리터 4기통 엔진, 158마력/19.4kg·m, 5인승, 2천6백90만원.

이 방은 꼭 필요한 것만 간결하게 준비한 5인용 원룸이다. 실용과 합리가 가득 찬 이곳에는 액자도 없고 꽃병도 없고, 벽면에 사슴 뿔 장식도 없지만 어느 것 하나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푹신한 고급 가죽이 난무하고 나무를 뚝 잘라 붙인 우드그레인이 떠다니는 호화 세단에도 없는 냉장고까지 기본 옵션으로 준비된 상태다. 그 유용한 위치는 우리가 보통 자동차 사용설명서를 넣어 다니는 콘솔박스, 냉기의 출처는 여름에는 에어컨, 겨울에는 바깥의 시원한 공기로 음료수를 시원하게 준비한다. 그 밖에 4인분 컵홀더를 비롯, 여기저기 숨겨진 즐거운 수납공간까지 가득하니 샅샅이 찾아보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6.2리터 V형 8기통 엔진, 403마력/57.6kg·m, 7인승, 1억2천만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6.2리터 V형 8기통 엔진, 403마력/57.6kg·m, 7인승, 1억2천만원.

이 광활한 방은 하인즈 워드가 사는 미국식 저택처럼 공간을 너무 여유있게 배치했다(실제로 하인즈 워드는 이 차를 지난 시즌의 MVP 부상으로 받았다). 그래서 좁은 아파트, 원룸 등에 붙어 지내는 우리네 생각과는 다소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 우리에게 이 넓은 공간이 주어졌다면 가운데 통로를 막아 한 명을 더 앉히거나, 심한 경우엔 거의 접어 놓는 3인용 의자를 하나 더 넣어 11인승 SUV로 둔갑시켜 세제 해택을 유도했을지도 모른다. 한 집 걸러 들어선 시트는 새로산 침대처럼 폭신할 뿐 아니라 사이즈가 모두 XXL이므로 커다란 잠옷을 입은 것처럼 편한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현대 베라크루즈. 3리터 디젤 V형 6기통 엔진, 240마력/46kg·m, 7인승, 4천96만원.


현대 베라크루즈


3리터 디젤 V형 6기통 엔진, 240마력/46kg·m, 7인승, 4천96만원.

사륜구동 자동차라고 해서 모두 차창에 진흙을 튕기며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다. 요즈음은 세단만큼이나 곱상하게 달리는 사륜구동 차들이 대세다. 베라크루즈도 그중 하나다. 그것도 가장 최근에 태어나 고급 세단에 버금가는 안락함을 가장 분주하게 알리는 중이다. 베라크루즈의 요점은 바로 이 정갈한 안방에 모두 숨어 있다. 구석구석 세심하게 짜여지지 않은 것이 없고 물건들은 제 자리에 가지런히 놓여 있으며 서로의 조화도 수준급이다. 사진에는 잘 나오지 않았지만 베라크루즈의 넓은 안방은 3줄의 의자가 배열되어 있어 맨 마지막 의자에도 성인 남녀가 편히 앉을 수 있다. 단, 눕진 못한다.

푸조 307SW. 2리터 HDI 4기통 엔진, 138마력/32.6kg·m, 5인승, 3천5백만원.


푸조 307SW


2리터 HDI 4기통 엔진, 138마력/32.6kg·m, 5인승, 3천5백만원.

우선 이 방만 특이하게 포착된 이유를 설명해야겠다. 다른 9개 방은 모두 선루프(C70만 지붕을 열어서)로 카메라를 넣어 잡아냈지만, 307SW는 지붕이 온통 유리로 덮인 채 열리지 않았던 까닭에 검게 물든 유리를 통해 촬영해야 했다. 그랬더니 이렇게 이색적인 색상으로 잡혔다. 또, 이 방만 가구 배치가 특이한 것은 307SW의 남다른 재능 때문이다. 이 곳의 의자는 젖히고 접히는 것은 물론, 떼었다 붙일 수도 있다(운전석, 조수석 제외). 시트를 붙일 수 있는 구멍이 2열에 3개, 3열에는 2개가 있어 기본 지급된 의자 3개를 여기저기 옮길 수 있는 것이다. 수납공간도 충분해서 음료수는 물론, 백반을 차려 먹을 소반까지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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