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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덤비는 섹스

2008.12.03GQ

이 글은 20여 년 동안 프로이트가 주장한 성기기를 벗어나지 못한 한 남자의 지침이자 분석으로, 알고 덤비는 섹스를 위해 특별히 써내려 갔다. 단 노골적이며 끈적이는 표현을 찾는 이들에겐 다소 따분할 수 있겠다.

남성의 그곳은 구형 포르쉐다. 그곳에 포르쉐 미니어처가 달렸다고 생각하면 우습지만, 그 매끄러운 굴곡의 모양과 기능을 생각하면 공격적인 포르쉐를 연상시킬 수밖에 없다. 일단 단단한 제 모습으로 갖추려면 시동을 걸어야 한다. 남성이 시동되는 과정은 그리 만만치 않다. 다른 포유류처럼 뼈가 들어있는 것도 아니고 평소에는 해삼의 그것처럼 흐물흐물하기만 하다. 원리는 이렇다. 열기구는 다들 알다시피 아래쪽에서 뜨거운 공기가 계속 공급되어 부풀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다. 남성의 그것 역시 마찬가지다. 혈액이 끊임없이 공급되고 혈액의 흐름을 차단하는 자동화 시스템 덕분에 그 자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열기구의 공기순환처럼 일정한 혈액은 계속 흘러들어가고 나오는 구조다. 즉, 시동의 핵심은 원활한 혈액의 흐름이다. 혈관이 잘 뚫린 고속도로처럼 시원하다면 엔진의 시동 역시 경쾌할 것이고 장애물투성이의 오프로드라면 시동 전 예열시간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굳건한 그것의 모습을 갖추려는 것은 평소 길을 얼마나 잘 닦아놓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다. 담배와 술 같은, 혈관을 황폐화시키는 것처럼 위험한 건 없다. 혈관 외에도 굳건한 모습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연식이다. 연식이 얼마 되지 않은 남성일수록 그것의 자태는 분명하고 확실하다. 하지만, 연식이 오래 될수록 제 모습을 갖추는 것에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슬픈 일이지만 나이를 먹어 작동이 원활하지 않은 것은 자동차나 사람이나 매한가지다. 엔진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약까지 먹는 필사적인 경우도 있지만 엔진오일이 지나치면 넘치게 마련이다. 원활한 시동을 위해서는 제때에 적정한 수준의 관리가 최고다.

어떤 방법이든 엔진이 정상 작동하면 비로소 그것은 매끄러운 포르쉐의 외양을 갖추게 된다. 강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검증된 사실. 하지만, 운전자에 따라 다른 성능을 보여주는데 포르쉐의 공랭식이라는 약점은 남성의 그것과 흡사하다. 바로 너무 과도하게 엔진을 혹사할 경우 너무 쉽게 과열되어 엔진이 꺼지는 현상이다. 안전운전의 핵심은 절제에 있다. 여성은 머리로 남성은 그곳으로 섹스를 한다고 한다. 절대 틀린 말이 아니다. 남성이 본능에 충실하다는 것은 그만큼 감각적이라는 소리, 그러나 종족보존이 목적이 아니라면 머리로 하는 섹스를 배우라. 콘돔을 수십 장 끼우고 각종 물약을 그곳에 들이부어도 마찬가지다. 남성 오버히팅의 원인은 그곳의 민감도가 아니라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로 자리잡히고 있다. 정작 문제는 힘껏 일으켜 세운 그것이 초라할 정도로 작아 보인다는 것이다. 닳고 닳은 이야기지만 크기에 집착하지 말자. 크기야 어쨌든 강하고 단단하기에는 동양인이 최고다. 허우대만 멀쩡하고 내실이 없는 서양의 그것들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물론 여성의 그곳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상식적인 선에서 어떤 스펙을 가진 것일지라도 알맞게 감싸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래도 작다고 생각되면 마지막 방법으로 튜닝을 하든가 거울을 보고‘내 것은 강하다’를 열 번씩 외쳐봐라. 크기는 극복할 수 없지만 자신감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혹‘코’크기로 남이 자신의 크기를 알아볼까 걱정하지는 마라. 만약 남성의 코 크기로 그곳의 크기를 판단할 수 있다면 우리는 조물주의 악취미에 혀를 내두르며 코가리개까지 등장시켰을지도 모른다. 조물주는 인간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있다.

남성의 그곳을 구성하는 것 중에 그 근간을 이루는 것이 있다. 그것의 생김새를 보면 왜 두 개의 구슬로 불리는지 잘 알 것이다. 단단한 그것의 아래에 매달리다시피 붙어 있는 것은 포르쉐식 표현으로 기름통이다. 그런데 왜 저렇게 거추장스럽게 붙어 있는 것인가? 남성의 가장 치명적인 급소 중의 하나로 <스타트렉>에 나오는 외계인처럼 겨드랑이 안에 있다고 해도 그리 이상할 건 없다. 이것 역시 조물주의 세심한 설계 덕분이다. 정자의 생산량을 증가시키고 때로는 오랫동안 머무를 그곳에서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생명을 유지하려는 진화, 종족보존의 신비이며 조물주의 배려다. 냉장고에 들어가 있는 신선한 우유, 그것과 같은 원리다. 하지만 신선도를 유지하는 데 냉장보관이 전부일까? 지속적으로 신선한 상태를 만들려면 교체하는 방법밖에 없다. 열심히 빼면 열심히 채워 넣는 게 그것의 임무. 옛 중국에 <소녀경>이라는 책에서 접이불루, 즉 하기는 하되 뿜어내지 말라는 것을 최고의 지침으로 삼았다고 한다. 웃기는 소리다. 차도 새 차가 좋은 것이고 생선도 신선한 게 제일이다. 얼른 빼서 새 걸로 채워도 모자란 판에 역류라는 모험을 시도하게 만드는 것인가?

당신의 그곳이 포르쉐와 같이 공격적인 모습을 갖췄다면 그녀의 그곳은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방어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단지 기사가 말 대신 포르쉐를 타고 가는 형국이랄까? 여성의 그곳은 남성의 종착점인 수정장소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기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구조다. 공주를 찾기 위한 첫 번째 숭고한 임무는 나란히 배열된 두 개의 봉우리를 통과하는 것이다. 오이디푸스의 상징이자 인류의 젖줄인 이곳. 남성들은 믿기 어렵겠지만 여성의 가슴은 90%가 지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감각 수용기가 극히 일부에 머물고 있어 그 끝을 제외하고 감각을 느끼는 부분은 거의 없다. 즉, 남성이 열심히 쓰다듬고 온 신경을 쏟아부은들 투자금액조차 건지기 어렵단 말이다. 관건은 끝부분이다. 끝부분에 투자를 집중하든가 기꺼이 후손들에게 양보하고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좋다. 자신의 후손과 공유 가능성이 없는 아래쪽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처음 보게 되는 것은 자칫 먼지나 이물이 들어가는 것을 걸러내는 코털의 역할을 하는 무성한 숲, 여성의 1차적 방어 시스템이다. 물론 이곳의 기능이 이물질을 걸러낸다는 학설도 정확한 것은 아니며 현재 과학으로는 그것이 생겨난 원인조차 알 수가 없다고 한다. 단, 시각적인 만족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확실하다. 수풀을 지나 만나게 되는 곳은 완만한 둔덕, 외부의 물리적 충격으로부터 여성의 그곳을 보호하는 모래 언덕이다. 조물주의 치밀한 설계가 엿보이는 이곳은 두툼한 지방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실 이곳이 평평하다 한들 보기에 영향을 미칠지언정 살아가는 데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섹스는 서로 치골이 부딪쳐야 이루어질 수 있는 것. 이곳이 평평하다면 인간, 특히 여성의 섹스는 즐거움이 아닌 종족보존의 본능에 더욱 충실해졌을 것이다.

둔덕 아래 계곡 속에 들어오면 수줍음을 간직한 볼록한 모습의 그것을 발견할 수 있다. 여성의 신체 중에서 가장 독특한 기관에 속하는 클리토리스는 사실 아무런 기능이 없다. 단지 여성의 순수한 쾌감만을 위해 준비된 장치로 종족보존의 최일선에서 고생이 많은 여성에게 내린 조물주의 또 다른 배려다. 이곳은 평소 눈꺼풀로 덥혀 있다가 일정한 계기로 활화산이 되면 평평한 지표를 뚫고 산처럼 솟구쳐서 자리 잡는다. 밤톨만한 크기까지 커질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이곳에서 소변은 나오지는 않는다.) 이곳을 지나면 활짝 펼쳐진 나비의 두 날개를 볼 수 있다. 여성 최후의 방어선이자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는 이곳은 직접적인 내부로 세균 등의 침입을 막아준다. 이곳 역시 인종에 따라 다양한 모습이 준비되는데 성인영상물을 기준으로 백인보다 동양계 여성들이 발달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방어적인 역할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백인여성들의 구조가 동양여성보다 못하다는 증거 아닐까? 놀라운 사실은 많은 남성들이 이 부분의 외형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물론 서양 비디오를 통해 성교육을 받은 남성일수록 강한 판타지를 드러내곤 하는데 앞서 언급한 백인여성의 그것을 안방에서 실현하려는 게 문제다. 당신의 몸을 존중하듯이 여성의 몸도 존중하자. 여성이 비록 이런 기능적 방어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곤 하지만 오픈되는 상황이 자주 생기면 방어 시스템도 위험을 감지하고 만다. 이렇게 되면 방어력이 자동적으로 상승되어 적절치 못한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최선의 방법은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다. 섹스를 많이 할수록 그곳의 색깔은 짙어진다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부터 혼자 즐기는 행위를 오래하면 불임이 찾아온다는 거짓말, 섹스에 있어 정작 남성의 허리보다 여성의 허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과 여성은 복상사가 없다는 편견까지 남녀의 그곳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민간요법과 같다. 민간요법이 나쁜 것과 좋은 것이 있는 것처럼 이런 속설들도 나쁜 것과 좋은 것이 있다. 어차피 섹스는 정상적으로도 비정상적으로도 재미있는 것이다. 속설에 얽매이기보다 자신의 신체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리뷰를 통해 그곳에 대한 이해를 한다면 좀더 바람직한 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오늘 당장 자신의 그곳을 성찰해 보자. 그리고 그것을 당신의 파트너와 공유해 보자. 아마도 좀더 긍정적인 섹스를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당신이 여성대백과사전을 꿰고 있지 않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남성의 그곳이 공격적이라면 여성의 그곳은 방어적이다. 그곳을 파고들어 일을 벌이기 전까지 지나야 할 여러 방어 시스템이 있다.
첫 번째 관문인 가슴은 90%가 지방으로 이루어져 그 끝을 제외하고는 감각이 둔하다. 열심히 주무르며 공을 들여봤자 투자액조차 건지기 힘들다는 거다.

글/ 서범근(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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