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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싶다, 이런 내가 미워질 만큼

2009.01.02GQ

제 정신이 아니었다. 535만원을 결제하려다가 한도초과에 번쩍 정신을 차렸다. 이런 내가 밉다.
(새로 나온 캐논 이오스 5D 마크2의 사용기)

새로 나온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먼저 타보고 써보는 직업을 가진 에디터는 가끔 ‘해까닥’한다. 하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진 적은 한 동안 없었다. 3년 전에 DSLR을 사서 아내에게 한 소리 들은 뒤로는 새끼손가락에 경련이 일어도 신용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더구나 이젠 많이 무뎌졌다. ‘뽐뿌’나 ‘지름신’에 앞에서 두루 냉정해진 거다. 특별한 비결은 없다. 딱 글 쓸 만큼만 만지작거리다가 박스에 넣으면 된다. 그런데 사진에 나온 이 놈의 물건, 완전 ‘신상’인 캐논 이오스5 마크2에 상반신 인물에 최적이라는, 일명 ‘만두(투)렌즈’가 합체된 이 물건이 문제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박스를 열고, 조립을 하고, 배터리를 넣어 찍었다. 여기까지는 매우 평화로웠다. 장진택이 윤태식을 찍고, 문성원과 이우성이 보는 와중에 감탄사가 툭툭 터졌다. 인물 사진이 정말 잘 나왔다. 장진택이 찍어도 윤태식이 찍은 것처럼 나왔다. 감도가 2만5천6백까지 늘어나는 카메라에 조리개가 1.2까지 활짝 열리는 렌즈를 달았으니, 어두운 스튜디오에서도 신기하게 잘 찍었다. 하염없이 감탄스러운 기운 속에서 불만은 흔적조차 없었다. 이걸 들고 조작버튼이 너무 작다고 불평하는 건 포르쉐 타면서 승차감 따지는 격이다. 가격을 트집 잡으려는데, 1:1 화상센서(35미리 필름과 같은 크기의 화상 센서, 최고급 DSLR이라는 증거다)를 가진 디지털카메라가 동영상까지 찍는다는 걸 들었다. 정말? 믿을 수 없었지만 찍었다. 그리고 또 감탄했다. VJ특공대들이 들고 다니는 캠코더는 물론, 육중한 방송국용보다도 잘 나왔다. 스튜디오에 있던 캐논 렌즈들을 번갈아 끼우며 사람, 보석, 자동차, 나무, 길 건너 건물에 매달려 유리창 닦는 아저씨 손목에 걸린 세이코 시계까지 찍었다. 4기가 메모리에 풀HD 영상이 12분 정도 녹화됐다.
사진 잘 찍을 것은 이미 예상했었다. 하지만 동영상 기능을 보면서 모두가 몇 발짝 물러서며 놀랐다. 커다란 카메라를 어깨에 짊어진 사람들은 현기증을 일으킬지도 모르겠다. 마술에 걸린 손은 이미 카드를 꺼냈고, 이내 결제 버튼을 눌렀다. 이오드 5D 마크2가 3백3십5만원, 85미리 1.2렌즈가 2백만원 대, 도합 5백3십5만원을 보내려는데 이상한 창이 떴다. 한도초과! 그리고 정신이 돌아왔다. 가슴이 서늘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canon.co.kr
에디터/ 장진택

RATING ★★★★반 3백3십5만원이 왜 만만하게 느껴졌을까?
FOR 사진은 물론, 동영상까지 끝내주게 찍는다. 빨리 사야겠다.
AGAINST 정말 필요한 물건인지, 차분하게 생각해 보자.

    에디터
    장진택
    포토그래퍼
    윤태식
    브랜드
    캐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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