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신

자동차는 역시 맹렬하게 달릴 때 가장 멋있다. 쫓고 쫓기는 추격신은 그 중 백미다.

검은 차는 BMW 뉴 740Li. 3리터 배기량이지만 두 개의 터보를 달아 4리터  엔진보다 강력한 326마력을 발휘한다. 가격은 1억4천6백만원.

#1 도망가는 차는 흙을 사방에 뿌리며‘드리프트’라는 걸 해야 했다. 엉덩이를 바깥쪽으로 밀어내면서 핸들을 반대로 돌려 방향을 꺾는 어려운 기교다. 영화 속에 나오는 긴박한 추격신에는 꼭 이 기술이 들어간다. 이전보다 마흔여덟 배 날렵해진 뉴 7시리즈는 이 장면을 단번에 소화했다. 프로펠러 달린 복엽전투기는 물론, 음속전투기도 우습게 따돌릴 수 있겠다.


비행기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전투기로 쓰였던 뉴포르 17. 아카데미과학 제품으로 단돈 1만원.

쫓기는 차는 211마력의 2리터 터보엔진이 달린 아우디 뉴 A4 다이내믹 콰트로, 5천2백90만원.

무서운 기세로 쫓는 차는 260마력 3.5리터 엔진이 달린 닛산 무라노, 4천8백90만원. 수트는 모두 꼬르넬리아니, 총은 모두 사진가 친구의 소장품.

#2 카메라가 바닥에 붙을 수록, 맹렬하게 굴러가는 타이어와 가까워질수록, 긴장된 추격을 담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차가 움직일 때 돌이 앞으로 튈 줄은 몰랐다. 특제 사륜구동 콰트로가 달린 A4라서 그런 걸까? 아무튼 비싼 카메라에 돌멩이가 튀었고, 사진가 권태헌은 돌아오는 내내 혀를 약간 내밀고‘팻팻’거렸다. 뭔가 많이 들어갔나 보다. 닛산 무라노에는 있는 선루프는 생각보다 활짝 열렸다.


검은 세단은 벤츠 C63AMG, 6,208cc의 커다란 엔진에서 457마력의 굳센 힘이 웅장한 배기음에 밀려 나온다. 9천1백90만원으로 가장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도구일 것이다. 뒤따르는 왜건은 푸조 308SW, 2리터 138마력 디젤엔진으로 힘차게 튀어 나가면서 연비까지 좋다. 가격은 3천9백60만원.

#3 추격신을 멀리서 찍는 건 동영상이 아닌 이상 잘 나오지 않는다. 아스라한 절벽 사이로 바닥을 긁으며 달려도 이런 식의 가족 나들이 사진만 나왔다. 이 상황에서 운전대를 잡은 에디터와 어시스턴트의 임무는 오직 빨리 달리는 것. 그래야 먼지라도 많이 생길 테니까. 하지만 그게 쉽지않았다. 절벽 아래로 구를 뻔했다.



 

앞서 달리는 BMW 320d에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2리터 디젤엔진이 달려 있다. 파워가 무려 177마력이나 돼서 단 8초 만에 시속 1백 킬로미터로 가속한다. 뒤에 달리는 현대 제네시스 쿠페 GT-R은 대한민국 최초의 후륜구동 스포츠 카다. 3.8리터의 넉넉한 배기량에서 303마력이 칼칼하게 터져 나온다. 세계적인 수준이다. 3천3백92만원

#4 에디터는 편평하게 찍을 것을 권유했지만, 사진가는 이렇게 기울여 찍어야 맛이 산다고 했다. 도망자 역할의 모델 최호진도, 쫓는 320d와 제네시스 쿠페도, 어시스턴트로 왔다가 깜짝 모델이 된 신동빈조차도 기울여 찍기를 바랐다. 그들이 옳았다. 똑바로 찍었으면 물을 많이 넣은 라면처럼 싱거워질 뻔했다.


수트는 모두 꼬르넬리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