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dget

장기 자랑

2009.04.10GQ

즐거워서 뒤로 넘어갈 것 같은 장기부터 헛웃음만 나는 장기까지. 요즘 휴대전화에서 볼 수 있는 잔재주 8.

금도금 MS500W

모토로라의 금사랑은 어디까지일까. 1년 전레이저 스퀘어드를 도금하더니 이번엔 나온지 4년 된 레이저를 도금했다. 돌반지가20만원을 웃도는(그건 24K긴 하지만)시대인데도 인심이 늘었다. 이번엔 키패드도전부 금으로 덮어버렸으니. 첫인상은 나쁘지않다. 금인데 당연하겠지 생각하겠지만레이저 스퀘어드 때를 떠올려 본다면….번쩍이는 검은색 본체에다 뒷면을악어가죽(스러운) 재질로 덮고 금까지칠했는데 한쪽에선‘졸부 같다’며 고개를젓지 않았나. 지나침은 아니함만 못하다는걸 깨달았는지 이번엔 금을 써야겠다는 다짐 빼곤 모두 버렸다.그랬더니 영화 <마리앙트와네트>의 컨버스운동화 장면에 같이들어가도 괜찮을 정도의품위가 생겼다. 그런데금으로 치장을 했는데도안쓰러워 보이는 건 여전하다.이런 건 뭔가 획기적인 신제품과함께 보여줘야 더 생색나는데…. 최저가는15만원(이후 모두 인터넷, 신규 기준).

LED 터치패드 LG-SH470

처음 봤을 땐 목업(실물 크기의 모형)인줄 알았다. 화면 아래의 조작부에 기호는 물론 버튼 비슷한 것도 없는데다 그러데이션까지들어가 있어 어색해보였기 때문이다.조작부가 제일 큰특징인 줄은 전원을켜고서야 알았다. 켜자마자거기서 작은 LED 빛조각들이 날아다니기시작했다. 손가락이 부딪힐 때마다 일정한패턴의 무늬를 만들고 스크롤을 하면파도가 넘실거리듯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목적이 화려함과 아름다움이라면 일단은성공이다. 문제는 기능 버튼이 점으로만표시되어 있어 익숙해지기 전까지헷갈린다는 것과 버튼과 버튼 사이의 경계가애매모호해서 엄지손가락이 큰 사람들은잘못 누르기 일쑤라는 것 정도. 좀 불편해도아름다우면(화려함은 몰라도 아름다움에대한 논쟁은 피해갈 수 없겠지만) 그만이란사람들에겐 만족스러울 기능이다.최저가는 1천원.

셀프통화 SCH-W750

사실 애칭 ‘햅틱팝’의 제일 큰 특징은뒤쪽 배터리 커버를 갈아 끼울 수있다는 것이다. 커버 교체를 전면에내세운 제품이 지금도 나온다는 게좀 놀랍다. 뭐, 같은 조건이라면손해는 아니니까 이 얘긴 접어두자.눈에 띄는 기능은 따로 있다.‘셀프통화’는 이름 그대로 자기자신에게 전화를 거는기능이다. *버튼을연속 3회 이상누르면 된다.발신인부터 전화오는 시간도 5초부터 30분 후까지정해놓을 수 있다. 눈치챘겠지만, 전화 온 척하며자리를 벗어날 때 유용하다. 담담하게설명하고 있지만 처음엔 소름이돋았다. 음… 인간관계나 사회 생활의 어두운 단면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알아버린 느낌이랄까. 개발자에게 위로의 전화를 해주고 싶다.최저가는 30만원대.

프랭클린 플래너 LG-SU100

프랭클린 플래너를 처음 봤을때의 인상은 이랬다.‘여기에 일정을 기록하는 데 드는 시간도 어지간한 일정못지않겠구나.’그 생각과 함께 바로 메뉴로 들어가봤다. 괜찮아보였다. 훨씬 간단해보였으니까. 그런데 일정을 기록한 후 아래로내려가보니 미실행, 완료,연기, 취소, 위임예정, 위임완료,진행중이란 선택지가 있었다.그리고 중요도에서도 선택,반복종류에서도 선택. 선택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럼‘프랭클린 플래너폰’을 효과적으로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에시달릴 것 같다. 정리하자면,평소에도 프랭클린 플래너를능숙하게 쓰고 터치 스크린으로문자를 입력하는 데도 아무불편함이 없는 사람에겐 괜찮을듯하다. 최저가는 30만원대

노이즈 캔슬레이션 IM-S350

노이즈 캔슬레이션, 간단하게설명하자면 간단하게 외부의 소음과같은 파동의 소리로 소음을 제거하는기술이다. 그런데휴대전화계에서 말하는노이즈 캔슬레이션은적용되는 대상이다르다. 예를 들어이어폰에선 본인에게들리는 소음을제거하는데 휴대전화에선상대방에게 들리는 소음을제거해준다. 원리도 다르다. 인간의청각체계를 이용해 음성과 소음을분리해서 차단하는 보이스프로세서란 기술을 사용한 것이다.검색을 통해 알아본 바로는광고에서처럼 시끄러운 곳에있는데도 상대방이‘너 거기어디야?’라고 물어볼 정도는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일상적인상황에서 눈에 띄는 차이를 보여준다하니 곧 기본기능 중 하나가 되길기대한다. 최저가는 10만원대.

프로젝터SPH-W7900

‘프로젝터가 되긴 된다는 거겠지’생각했다. 휴대전화에 카메라기능이 처음 들어갔을 때처럼.불을 끄고 벽에 비췄다. 입에서 나온 감탄사를 그대로 옮겨적으면 이렇다. ‘우와!’휴대전화가 해봤자지라는 의심은훌쩍 뛰어넘는다. 초점 조절을 잘하고 적절한 곳에다 거치하니 오래된 맥주집에서 틀어놓은 프로젝터 화면 정도의 느낌은난다. 동영상이나 DMB를 볼 수도, 간이 프레젠테이션을 할수도 있겠다.독보적인 기능때문에 요즘 나오는휴대전화치곤 독보적으로 두껍다는 게아쉽다. 그리고 누군가에게‘프로젝터 기능이 있는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던 아이’로기억될 수 있다는 것도 괜히신경쓰인다. 최저가는 60만원대.

더블폴더 SPH-6450

아래 위로도 열리고 좌우로도 열린다.‘병풍폰’이란 애칭이 어떨까 했는데찾아보니‘OZ(LG텔레콤의 3G 데이터 서비스) 더블폴더폰’이란다. 사실 이런형식의 휴대전화는 2년 전에도 있었는데 당시의 애칭은 세상에‘이중인격폰’.휴대전화의 애칭을 짓는 것도 꽤 고역일 거란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 기능의 장점은명확하다. 어딘가에 놓고 화면을 보기에 좋다. DMB를 보거나 느려터진 웹서핑을 할때 빛을 발하는 기능이다. 화면 크기(폴더형치곤 큰 2.8인치)를 최대한 활용할 수있고 거치대 없이도 아무 곳에나 놓을 수 있다. 집에 텔레비전이 없어서 DMB로방송을 시청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기능보다 마음에 들 것이다. 최저가는 20만원대.

바람인식 IM-S410

“바람인식이 된다네요”라고 말했더니 주변에서질문이 쇄도했다.“그걸 뭐하러 인식해?”라는근원적인 질문부터“음주측정도 되는 거야?”라는발전적 질문,“어떻게? 해봐도 돼?”라는단도직입적 질문까지. 분명한 건 저 한마디만으로사람들이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다. 서로는 피가튀기는데 보는 입장에선 지루할 뿐인 요즘휴대전화 시장에서 이 정도면 성공이다. 관심만큼쓸모 있는 기능은 아니다. 키패드 왼쪽 위 구멍에바람을‘후’불면 그걸 인식해작동한다. 그래서 애칭도‘스카이 후’. 사진을찍거나, 저장된 사진을넘기거나, 기능과연동된 게임을 하거나,특정 바탕화면에서장면이 바뀌거나… 뭐든실용적인 쪽과는 거리가멀다.“왜 필요하냐”고 묻는다면“바람인식 기능이 있다고 말하기 위해서”라고답할 만한 수준이다. 음성인식 기능처럼 귀엽게봐주면 된다. 아무도 안 쓰지만 없애자고 말하는사람 또한 아무도 없는 기능. 삶이 지루하다 싶을때 혼자 해보고선 얼굴이 빨개질 만한 기능이 하나더 생겼다. 최저가는 20만원대.

    에디터
    문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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