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랏차차 안영미

안영미는‘으하하’ 웃었다. 남자처럼 힘찬 게 자신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얻은 인기가, 정신없이 변한 생활이, 무섭다고 말할 땐 친구에게 하듯 가만히 속삭였다.

지쳐 있을 줄 알았다. 하도 바쁘다고 해서. 어제 홍어 삼합을 먹어서 자꾸 화장실이 부르는 것 빼곤 괜찮다.

인터뷰 좀 해보니 어떤가?‘ 분장실의 강선생님’방송이 나간 첫 주부터, 여기저기서 인터뷰가 막 들어왔다. 깜짝 놀랐다. 게다가 나를 중심으로 들어오니까 부담감이 워우….

그래도 속으론 짜릿했을 것 같은데? 아니다. 두려움이 더 컸다. 처음 받아보는 주목이라서 꿈속을 걷는 것처럼 넋을 빼놓고 산다.

인터뷰에 나온 안영미가 자기 자신 같긴 한가? 안영미라는 이름을 가진 제삼의 인물이 있는 것 같다. 어색하다. 연예인들이“똑바로 해, 이것들아”를 따라 했다는 기사를 많이 봤는데, 진짜 나를 따라 한 게 맞나 싶기도 하다.

GQ 편집부에서도 따라 한다. 그런 유행어는 머리를 굴려서 만든 것이라기보다 평소 수다를 많이 떠는 쪽이라야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맞다. 친구들이랑 매일같이 하는 말들이 그대로 유행어가 된다. 일단은 코드가 맞는 사람들끼리 이야기하면서 웃고 떠들어야 한다. 그래야 개그적으로 발전을 할 수 있다.

당신의 예전 히트작‘예술 속으로 고고’도 수다의 힘이었다. 친구들이랑 온갖‘오바’를 하면서 수다 떨고,‘ 온스타일’채널에 나오는 외국 프로그램 같은 걸 보면서도 계속 비꼬면서 따라 했다. 그런게 개그에 많이 녹아들었다. 그런데‘고고’가 끝나고 약간 방황을 했던게, 뭘 짜도‘고고’만큼 재밌지가 않았다.

결과물이? 아니면 마음이? 결과물이.‘고고’보다 별론데? 이런 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떠오르는 게 죄다 드라마에서 나온 식상한 대사 비꼬는 거, 영화의 식상한 장면 비웃는 거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시 엎고 다시 짜고를 많이 했다. 그땐 스스로 틀에 갇혔었다.

지금은 깼나? 많이 깼다. 직장 내의 공감대를 건드린 게 스스로도 새롭다는 느낌이 든다.

‘분장실의 강선생님’의 핵심은 당신의 그‘중간 선배’캐릭터다. 공감하는 걸 보니 다들 사는데 고충이 많은가 보다.

안영미의 캐릭터는 어떤 건가? 이경실 선배님이나, 조혜련 선배님을 딱 보면 기가 세 보인다. 여자 개그우먼은 또 왠지 그래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난 정말 정말 평범한 느낌이다. 평범하고 마르고 약하지만, 의외로 남자보다 더 박력 넘치는 웃음이나 모습을 주는 게 내 캐릭터인 것 같다.

확실히‘고고’의 무대를 떠올려 보면 강유미 쪽이 좀 더 육중한 느낌은 있었다. 그때 유미가 나 때문에 이미지에 손해를 많이 봤다. 진짜.

몸집도 몸집이지만, 존재감도 포함해서 말이다. 아, 그렇다. 예전엔 유미랑 사인회를 갔는데, 어떤 팬이 와서 유미한테“어, 정말 재밌게 잘 보고 있어요”이러더니 나한텐“아, 그 안 웃기는 개그맨?”이렇게 얘기한 적도 있다. 으하.

그래서 웃음소리도 점점 더 커진 건가? 정말 너무 웃음소리가 크다. 그런 것 같다. 진짜 오기가 생겼다. 이 웃음으로 다 제압해버릴 거야, 그런 마음 있었다. 얼굴도 어중간한 편이라, 못생긴 걸로 웃길 수도, 그렇다고 미녀 콘셉트를 밀 수도 없다. 방송 프로그램 나가면 패널들이 나를 가지고 어떻게 갖고 놀아야 할지 항상 어려워한다. 유미나 신봉선 씨처럼 자기 캐릭터가 강한 사람이 늘 부럽다.

강유미와 자꾸 비교된다. 유미가 잘 돼서 배아프다거나 억울하다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유미는‘고고’이후에 더 노력했기 때문에‘강기자’,‘사랑의 카운셀러’로 인기가 올라간 거고, 나는 별 다른 노력 없이 그렇게 지냈기 때문에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고 생각한다. 유미가 개그를 먼저 시작했고, 나는 또 배우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유미한테 감사한다.

시상식 소감 같다. 2005년에 신인상 받을 때도, 유미한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근데 걔는 내 얘기 안 해줬다. 으하하.

최근엔 약간 반대 상황으로 비교되기도 한다. 당신이 낫다는 식으로. ‘안영미가 강유미를 누르다’이런 반응이 많다. 또 어떤 주에 유미가 좀 더 웃겼다 싶으면 ‘저력의 강유미, 안영미를 제압하다’이런다. 아, 정말 너무 웃기다. 그냥 서로 호흡을 잘 맞춘다고 생각해주면 안되나. 사실 다음주에 유미랑 <상상 플러스>에 나가기로 했는데, 그것도 너무 걱정이다. 또 잘못 얘기하면‘강유미한테 라이벌 의식 느껴’이럴까봐.

너무 걱정할 것 없다. 으레 그런 것이기도 하니까. 사실 당신이 나온 드라마 <빌리진 날봐요>를 방영 당시 챙겨봤었다. 맙소사. 그 드라마를 봤다는 사람 처음이다. 으하하.

나이에 안 맞는 역할이었다. 그때 그걸 찍고 나서 연기에 도전하면 안 되겠다 생각했다. 스물 네 살이었는데 서른 중반 노처녀 역할을 했다. 캐릭터가 불분명 했다. 방황으로 시작해서 방황으로 끝나 안타깝다. 사실 그걸 시작으로 원래 관심이 있었던 연기 쪽으로 가 볼 생각이었다.

최초의 케이블 드라마여서 흥행이 안 됐다고 속 편하게 생각해도 된다. 하면서도 계속 이게 아닌데 싶었다. 연기는 자신 있었는데 그 드라마 이후로는 자신감이 확 떨어졌다. 지금도 연기 욕심은 있는데 겁이 나서 선뜻 못 하겠다.

코미디 역시 연기다. 가장 존경하는 선배가 김준호다. 그 선배도 웃긴 외모는 아닌데, 무대 위에서 보면 연기로 개그를 참 잘 살린다. 그렇게 되고 싶다.

자기한테 실망하는 마음이 들 땐 어떻게 하나? 무조건 사람들한테 다 까놓고 얘기한다. 처음 보는 사람도 막 잡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 수치심 같은 게 없어진다.

살다보면 하루 하루를 제어하면서 보낸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고, 제어할 수 없는 상황들이 자꾸 이어질 때도 있다. 솔직히 요즘 후자다. 요즘 계획대로 생각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다. 가만히 하루 일과를 정리해 봤을 때‘오늘 내가 뭘 한 거지?, 차라리 그 자리 가지 말걸’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그렇게 흘러가는 순간 중에서 인생이 변하는 어떤 지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무섭지 않나? 그러게, 정신 바짝 차리고 똑바로 해야 하는데, 요즘 좀 넋을 잃고 있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분장실 강선생님’하면서 생활 패턴이 바뀌어서 그렇다. 낯설다. 그 전에는 늘 작가실에 있었고, 늘 하는 게 수다 떠는 거였고, 리허설하다가 시간나면 놀러 나갔었다. 그런데 갑자기 주목 받으면서 이런 저런 데서 뜬금없이 연락 오고 또 내가 TV로만 봐오던 사람들이 막‘안영미 씨 팬이에요’그러니까 이게‘ 뭐지? 뭐지?’싶다. 처음 개그맨이 됐을 때 같다. 그때 느꼈던 두려움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하기 싫은 건 절대 아닌데 일단은 피하고 싶은 그런 두려움? 맞다. 난 그냥 학교 다니는 학생이었는데 갑자기 이런 데 와서 방송국 출퇴근도 하니까. 그때처럼 생활이 달라져서 낯선 두려움이 다시 생겼다. 잠깐이라도 도망가고 싶다. 혹시나 또 이렇게 많은 주목을 받다가 방송에서 뭐 하나 삐끗 잘못하면 안 좋은 기사들이 막 주루룩 뜰까봐 겁나기도 하고.

크게 웃는 당신에게 그런 일은 어울리지 않는다. 혹시 이것 때문에 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큰 단점 같은 게 있나? 솔직함 때문에 나중에 뭔가 하나 터지지 않을까? 나이트 가는 거 좋아한다고 하거나, 남자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아뿔싸, 내가 지금 실수하는구나 했다.

그 성격을 바꾸면 당신이 늘 비꼬는 그런 사람이 되는 거잖나. 그렇다. 가식적인 건 싫다. 가식 떨면 금세 티가 난다.

그런데 얼마 전 열애설이 터지자‘아는 오빠 동생 사이’라고 말했다. 평소라면 내가 비꼬던 그런 말인데, 그 말을 내가 하고 있으니. 으악, 미쳐버리겠다.

연애 잘하는 여자인가? 어우, 말도 못한다. 너무 잘 한다. 사람들 만나는 것도 좋아하지만 남자들 만나는 것도 좋아한다. 나한테 넘어올락 말락 하는 그 순간을 즐긴다. 너무 좋다. 개그계의 팜므파탈이다. 그런데 이 스튜디오에서 다른 촬영은 안 하나? 그 많은 남자 모델 분들은 어디에 있나? 날짜를 이렇게 잡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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