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은 간다

안정환이 원한 금전적 대우와 부산 아이파크가 중시한 ‘다른 선수와의 형평성’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중국이라니?

누가 그를 기억할 것인가?
안정환은 한국, 이탈리아, 일본, 프랑스, 독일 리그를 경험한‘저니맨’이다. 일부 축구팬들은 여전히, 안정환의 화려한 과거와 준수한 외모, 필드 위에서의 영향력 넘치는 플레이 등으로 그의 다롄 스더행을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안정환은 스스로 선택했다. 그보다 나은 선택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정환의 이상과 현실, 축구팬들의 추억과 현실 사이엔 격차가 있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안정환이 축구 선수로서 커리어의 마지막을 고려해야 하는 나이임에도 종착점이 아닌 정거장으로 다롄스더를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중국 리그의 수준이 K 리그보다 낮다 할지라도 다롄스더는 중국 정상을 8차례나 차지했던 클럽이다. 그런 클럽이 안정환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안정환의 가치와 능력, 그리고 그에 대한 기대감을 반증한다. 그러나 안정환은 여름이적시장 기간 중 조건 없이 이적할 수 있다는 옵션 조항을 추가한 3개월 단기계약을 맺었다. 이런 계약은 그의 화려한 경력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과 일맥상통한다. 클럽이 선수에게 요구하는 것 중에서‘충성심’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안정환에겐 그것이 결여돼 있다. 프로 데뷔 후, 한 팀에서 활약한 시간이 평균 1년 3개월여밖에 되지 않는다. 이중 실력으로 인정받은 곳은 8 클럽 중에서 4클럽(부산 대우, AC 페루자, 시미즈 에스펄스, 요코하마 F 마리노스) 정도이다. 부산을 제외한 클럽에서 안정환이란 선수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팬들이 있을까? 아무리‘저니맨’의 운명을 지녔다 하더라도, 현 시점에선 종착점을 찾았어야 했다. 송영주(해설위원)

한국 축구선수들의 노후가 그에게 달렸다
많은 이들이, 안정환이 선수 생활 마지막은 K 리그에서 명예롭게 은퇴하길 바랐을 것이다. 또한 태극 마크를 달고 월드컵에서 세 골을 뽑아내며 아시아인 최다 골을 기록했던 스타가 변방 중의 변방으로 취급 받는 중국으로 이적했다는 사실에 자존심 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간 K 리그 노장 선수들이 선수 생활 말미에 선택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 안정환이 슈퍼리그를 좋은 조건으로‘뚫어’, 이제 공은 차고 싶지만 설 자리가 없어진 K 리그 노장들도 중국 무대를 염두할 수 있게 됐다. 은퇴를 앞두고 벤치 신세를 지느니 좋은 조건으로 중국에 진출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박지성은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해 한국 축구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그 결과 이영표, 설기현, 이동국, 조원희, 김두현 등이 프리미어리그 그라운드에 설 수 있었다. 프리미어리그와 중국 슈퍼리그를 비교하는 건 무리지만, 안정환 역시 미지의 리그에서 개척자의 입장에 서게 됐다. 안정환은 중국으로 떠나면서“전성기 시절의 모습은 보여줄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해서 뛰겠다”고 밝혔다. 체력도 스피드도 골 결정력도 과거의 ‘테리우스’가 아니지만‘두 아이의 아빠’안정환의 가슴엔 아직도 한국 축구의 미래가 달렸다. 그의 활약에 의해 한국 선수들의‘노후’가 달라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현회(<스포츠서울닷컴> 기자)

뼈보다 중요한 것
팬에게 축구는 볼거리다. 선수에겐, 생계다. 그들이 한 시절을 바친 종목은 유효기간이 짧다. 지도자? 인력이 넘쳐난다. 게다가 안정환을, 지도자가 어울리는 선수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한국 축구사에서 이렇게 홀로 빛나며 극적으로 아름답고 거만한‘듯’보였던 선수는 없었다. 그런 그에게 특정 팀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길 권하는 건 웃기다. 지난해 부산에 입단하며 안정환은“뼈를 묻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더 중요한 건 몸을 바쳐 쌓아온 자신의 축구사, 가족 그리고 생계다. 이들을 두고 벌써‘황혼’을 맞을 순 없는 것이다. 중국에서의 삼 개월, 그 후 안정환이 노리는 건 A 리그, 호주다. 에디터/이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