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 김동률

김동률이 노래를 부를 때 객석은 다만 조용했다. 한 곡이 끝나고 나서야 박수를 쳤다. 조용히 환호했고, 또 안도했다. 1악장이 끝났을 땐 가만히 기다렸다가, 한 곡이 다 끝나고서야 박수를 치는 여느 클래식 공연의 관객들처럼.

재킷과 티셔츠, 바지와 벨트는 모두 닐 바렛.
재킷과 티셔츠, 바지와 벨트는 모두 닐 바렛.

2008년 4월 30일 일산 고양 아람 누리 아람극장, 5월 25일 성남 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6월 13일과 14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이었다. 김동률은 각각 다른 곡들로 공연을 꾸렸다. 마음껏 부린 욕심이었고, 그걸 다 채워 시디 세 장으로 엮었다. 그리고 거울 앞에서 김동률은 말했다“. 늙었어, 늙었어….”

벌써 13년짼데, 늙으면 어때요? 당신이 “20대와 30대는 하루의 밀도가 다르다”고 쓴걸 봤어요.20대가 훨씬 더 빼곡해요.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았어요. 유학, 군대, 인간 관계도 정신이 없었죠. 이젠 좀 중견이라, 그런 면에서 여유는 있지만 조금 더 나를 조이고 살아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20대를 돌아보면서 가끔 하기도해요‘. 이렇게 있을 때 좀 더 알차게 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시간을 비워두지 말아야겠다는 건 어떤 강박 같아요.그건 성격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지만… 자,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면, 20대는 미래가 불투명한 시절이지만 30대의 저 같은 경우는 앞으로 어떻게 살지 거의 정해져 있잖아요? 제가 음악을 벗어나서 아주 새로운 삶을 살 확률은 아주 드무니까요,

그건 안정이에요? “아, 나는 이렇게 그냥 살겠구나.”그렇게 정해진 것에 대한 안정과 그 이면의 허탈함?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까요?

알 것 같아요. 마지막 콘서트 직후의 느낌은 어땠어요? 촘촘하게 계획하고 조련한 모든 걸 다 마치고 나서요. ‘ 시원섭섭’에서 ‘시원’이 훨씬 강했어요. 콘서트를 끝으로 5집“모놀로그” 활동도 끝났으니까, 해방이었죠.

한 곡, 한 곡을 마치고 박수 소리를 들을 땐요? 예상 외의 답을 들으실 것 같은데, 저는 공연에 몰입하고 그러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걱정이 많아요, 저는. 일단 “노래를 잘해야 한다”와 “가사를 까먹지 말아야 한다”라는 아주 일차원적인 걱정부터 “, 이 무대가 지금 전반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나?”“사운드는 잘나가고 있을까?”하는 생각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신경은 막이 올라가기 전에만 쓰고막이 올라가면 빠져들고 싶은데… 그렇게 못해요.

그건 다른 맥락의 단절이네요. 사실 그럴 필요가 없는 거거든요. 신경을 쓴다 한들 그 위에서 어쩌겠어요. 이미 노래를 하고있는데. 사실 제 손을 떠난 거잖아요. 더 몰입하는 게 좋은데‘, 성격상’그게 안 된다는 거죠.

그럼 박수를 받으면서 ‘곡 단위로’ 안도하셨겠군요. 처음에 올라갔을 때 곡이 안 풀리거나 삐끗하는 느낌이 들면 그걸 끝까지 안고 가요. 일산공연 때 좀 그랬어요. 성남은 편했고, 체조경기장은 워낙 커서… . 이번엔 상대적으로 작은 공연을 좋아하는 분이 의외로 많았어요. 모르죠 저야, 나가는 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평생 단 한 번도 ‘내 공연’은 못 본다는 건 어떤 아쉬움일 수도 있겠죠? 자신의 글에 독자가 될 수 있는 작가는 없는 것처럼요. 물론 기록용으로 찍어놓은 건 있어요. 그게 대충 어떻게 돌아갔다 정도를 파악하는 자료가 되기는 해요.

당신이 객석에 앉아서 김동률 공연을 본다. 그럼 어떨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적 없어요“. 네가 만약 여자로 태어나면 나를 사랑하겠니?”그런 느낌이네요. 믿을 만한 사람들의 평가를 냉혹하게 받고, 모니터해보고, 나름의 기준대로 생각하는 수밖에 없죠.

얼마나 충족한 콘서트였어요? 국내 여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한 것 같아요. 되게 고맙게 생각해요. 왜냐면, 공연은 얼마나 표가 팔리느냐에 따라 예산을 미리 세울 수 있어요.앨범은 모르잖아요. 앨범은 매번 “이번엔 정말 쫄딱 망할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갖고 해요.예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근데 공연은 일단 표가 팔리면 딱 정해진 예산이 있으니까,원 없이 했죠. 만약 표가 공연 당일까지 조금씩 나가고 그랬으면 그렇게 못했을 거예요. 너무현실적인 대답이었나?

그런 대단위 공연이라면, 준비 과정에서 화가 나는 일도 있었겠죠? 이렇게 나긋한 말투로, 당신도 당연히 화를 내겠죠? 화나면 무섭죠. 제가 웬만하면 화를 안 내기 때문에, 제가 화를 낼 경우는 거의 100퍼센트 상대방의 잘못인 경우가 많아서…. 글쎄요, 더 얘길해야 하나요? 뭔가 명확한 질문은 아니네요. 저는 질문이 정확하지 않으면 많은 얘길 안 하는 편인데.

어쨌든 욕심쟁이의 콘서트였어요. 예, 저 욕심 많아요.

공연장에도 제약이 많았죠? 현실적인 벽들은 어떤 건가요? 몇 달 동안 어렵게 준비했는데, 그렇게 만들어놓은 것을 갖고 서울 외에는 갈 수가 없어요. 세션까지 하면 저희가 2백 명 정도 돼요. 지방까지 내려갈 견적이 안 나와요.

지방에 그런 공연을 할 수 있는 공연장이 있어요? 극장은 두 번째 문제고, 제가 얘기하는 건…, 외국은 투어를 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연주자들에게도 돈을 마음껏 주고 1년을 계약해서 세계를 돌기도 하고. 그렇게 돌아다니면 좋은 연주와 좋은 시스템으로 공연에 투자를 할 수 있어요. 연주도 공연을 거듭할수록 좋아지죠. 서울 단발로 기획해서 끝내야 하는 게 너무 아쉬워요. 지방 공연을 하고 싶어도 공연장이 정말 몇 안 돼요. 그리고 서울처럼 관객들이 와줄지도…. 편차가 심한 것 같아요.제 음악은 굉장히 수도권 집중적인 것 같아요. 옛날에 회사에서 분석을 한 적이 있는데,80퍼센트 이상이 수도권에서만 팔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김동률의 ‘도회적 감성’이군요. 제가 도시적인 감성이냐고요? 아, 갑자기 그 질문으로 뛴 건가요? …아니요. 그래서서울에서만 팔리는 게 아니라. 지방에 가더라도 제가 서울에서 꾸린 그대로 못 가면 그것도 마음에 걸리는 거거든요. 서울에선 그렇게 했다는데 왜 지방에선 이렇게 하느냐는 느낌을 줄 바에는 아예 안 가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꿈속에서’는 13년 전에 김동률이 대중에 공개된 첫 곡이었죠. 공연에선 안 부르셨죠? ‘노바디’라는 신곡이 있었으니까요. 장르적으로 겹쳐서 아주 히트곡이 아닌 경우에는 프로그램을 짤 때 신경을 써요. 지루할 수도 있는 곡을 연거푸 엮을 수도 없으니까.

그걸 다시 부르는 느낌은 어떨까요? ‘꿈속에서’를 다시 부르는 느낌을 얘기하긴 뭐하고요. 전람회 ‘졸업’콘서트 때 불렀던 게 공개석상에서는 마지막이었던 것 같아요. 그 땐 헤어질 때니까, 저희가 시작한 노래를 부르는 의미가 있었죠.

의외로 합리적인 이유네요. 전람회 공연에서는‘꿈속에서’를 늘 불렀어요. 전람회가 시작한 곡이니까. 근데 저는 전람회의 시작과 솔로의 시작은 좀 다른 것 같아요. 그리고 (서)동욱이 없이‘꿈속에서’를 부르는 건 좀 허전하죠.

당신을 수식하는‘완벽주의자, 서정성, 섬세함’ 같은 수사들에 얼마나 동의하세요? 일단 틀린 얘기는 아니고 기분이 나쁠 얘기도 아니죠. 왜냐하면 일할 때 저는 정말 그런 것같아요. 그런데 솔직히, 남들이 안 그런 게 좀 이상해요. 저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남들이 그렇게 안 하니까 제가 그런 수식어를 가질 정도로 튀어 보이나 보다.그런 생각을 하죠.

완벽하고 싶은 건 당연한 욕구 아닌가요? 근데 그렇게 안 해도 남들이 보기에 비슷한 결과물을 얻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잘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아, 이건 성격 차이지 꼭 이렇게 해야만 좋은 결과를 얻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대신 나는 이렇게 태어난 사람이니까 내가 그렇게 해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걸 알죠. 그래서 그렇게 하는 것뿐이고.

이렇게 세밀하게 직조한 공연을 객석, 혹은 대중이 얼마나 흡수하고 느낀다고 생각하세요? 퍼센티지는 중요한 게 아니죠. 대신 느껴는 질 거라는 확신은 있어요. 그게 되게 중요해요.만약 나중에 음반이나 공연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들 수는 있죠. 그런데 관객이 보고들어도 ‘별로’인 거야. 그것도 받아들일 순 있어요. 그런데 “아, 얘 정말 돈 벌려고 대충했구나”그런 말은 못 듣겠는 거죠. 제 팬들에게 최소한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이번 건 맘에 안 들었구나, 근데 난 열심히 하긴 했다.”이런 말을 할 수 있어야 제가 떳떳하고, 그 차이인 것 같아요.

그런 성격이 당신을 괴롭히나요? 조금 덜 예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긴 한데, 결과적으로는 이런 게 저의 음악에 도움이 된 것 같고, 오늘의 저를 있게 한 큰 원동력인 것같아요. 음악적인 욕심과 집요하게 가는 그 두 가지 콤비네이션이. 그래서 그냥 이렇게 살자… 생각해요.

갈색 조끼와 팔찌는 앤 헐리우드, 분홍색 티셔츠는 베드윈, 바지와 벨트는 아크네.
갈색 조끼와 팔찌는 앤 헐리우드, 분홍색 티셔츠는 베드윈, 바지와 벨트는 아크네.

어떤 게 김동률의 신경을 가장 거슬리나요? 하아… 가식적인 거. 자기 게 아닌데 자기 거인척하거나, 자기 능력 이상으로 포장해서 그런 사람인 척하는 사람요. 음악에서 제일 거슬리는 건 잘 모르겠어요. 거슬리는 건 안 하거든요.

김동률과 대화를 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건 또 뭘까요? 내 말을 잘 알아듣는 것. 저를 좀 놀라게 하는 사람이 좋아요.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포인트를 집어낸다거나 내 말에 있는 모순을 지적하는 사람.

그럼 인터뷰에서는? 사실 이런 인터뷰를 별로 안 좋아해요. 너무 추상적인 질문을 던져놓고,내가 던지는 것을 의도치 않게 잡아내겠다는 그런 의도가 보이기 때문에….

정말? 지금요? 이런 스타일의 인터뷰가 그래요. 지금 뭔가 반감이 있는 건 아닌데, 저는 훨씬 불편해하는 스타일이라는 거죠. 저는 그렇거든요. 내가 들은 그 질문에 이 대답이 맞는가를 생각해서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대답을 하는 스타일이에요. 질문이 모호하면, 대답을 하면서도 그게 상대가 원하는 답인지 아닌지를 모르는데다가… 힘들죠, 대답하기가. 어떤 정확한 상황에 대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나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걸 명확하게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죠. 뭉뚱그려 가는 건 별로 안 좋아해요.

인터뷰는 음악 외적으로 당신을 보여줄 수 있는 텍스트잖아요?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김동률의 모습이 있나요? “보여주고 싶은 게 있나요?”라는 질문은, 저의 적극적 의지가 있느냐는 뜻인 거죠?

그렇죠. 그렇다면 그런 건 없어요“. 이런 식으로 보여지고 싶지 않다”는 있겠지만“이런식으로 보여지고 싶다”는 건 없어요.

그럼 보여지고 싶지 않은 건 어떤 건가요? 그럴 것 같지 않은 사람이 너무 잔뜩 꾸미고왔다든지. 저도 사람이니까 못나게 보이고 싶진 않겠지만…, 사실 저는 아까‘각 잡는’포즈 취했을 때 마음에 안 들어 하셔서 속으론 되게 좋았어요. 왜냐하면, 어떤 스튜디오 가서 이렇게 바보같이 있으면 되게 무시하거든요. 저는 사진을 잘 못 찍어서. 근데 원하시는 게 분명했고, 그게 오히려 내가 편한 스타일이니까 좋았던 것 같아요.

오늘 평소에 안 입던 옷을 입으셨죠? 스타일리스트가 너무 좋아하시던데요. 두 번째 옷은 되게 젊게 보이는데, 제가 비주얼 가수도 아니고 뭔가…. 항상 그런 생각을하거든요‘. 사진을 찍을 때나 공연을 할 때 내 음악, 또 나와 좀 어울리는 옷을 입어야지.조금 더 젊어 보인다고 혹은 조금 더 유행에 따른다고 나 같지 않은 그런 모습을 할 필요가있나?’그래서, 뭘 주렁주렁 단다거나 너무 편한 그런 옷들은 거절해왔어요.

‘감성’이라는 말로 당신을 수식할 때 거부감은 없으세요? ‘예민’과‘섬세’의 대명사잖아요.그건 각자의 몫인 것 같아요. 듣는 사람들의 몫이지 “내가 이렇게 만들었으니까 이렇게들어주세요”하고 강압할 문제는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어떻게 얘길 해도 상관없어요. 감성이라는 말도, 제 음악에 감성이 없는 건 아니죠. 있겠죠. 그것을 얼마만큼 비중을 두고듣는 건지. 혹은 감수성만 듣는 건지, 사람마다 다 다르지만 그건 그들의 몫이니까.

이제 곧 유럽에 간다는 얘길 들었어요‘. 라라라라~ 날 부르는, 널 향한 여행을’인가요? 하하, 일하러 가는 건 아니니까. 될 수 있으면 여행하면서 곡도 쓰고 그럼 좋겠죠? 롤러코스터의 이상순 씨가 지금 암스테르담에 있거든요. 같이 지내려고요.

어떤 인터뷰에서“작곡을 위해서 피아노에 앉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말을 했어요.피아노에 앉아야 작곡을 하는 타입인가요? 정확하게 정정하자면, 그런 타입은 아니고요.“피아노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점점 줄었다”는 얘기를 한 적은 있지만“, 작곡을 하기 위해서”라는 수식어는 제 입에서 나온 얘기가 아닌 것 같아요.

그건 왜 일까요? “피아노 앞에 앉는다”라는 건 피아노 연습을 하거나, 그냥 아무 생각 없이피아노를 치면서 구상을 한다거나 그 모든 걸 포함하는 거잖아요? 유학시절엔 피아노연습실에서 하루 종일 숙제나 연습도 하고 곡 쓰는 시간도 많았어요. 그에 비해 집에선 할것도 많고, 일이 없을 땐 놀 것도 많으니까요“. 오늘은 피아노를 좀 쳐봐야겠다”마음먹고들어가서 피아노를 치기가 쉽지 않은 거죠. 독서실에 가야지 책이라도 꺼내놓을 수 있고,주위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는 학생으로서의 군중심리같은 게 없어지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럼 뭘 하고 놀아요? 남들이랑 비슷해요. 사진에 한참 빠졌다가 요즘 시들하고요. 남들 다하는 거라서 그런가봐. 솔직히 국내에서는 공연이나 전시를 많이 찾아가는 편이 아니에요.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외국에 있을 땐 꼼꼼하게 챙기거든요. 그 현상을 “우리나라에서는 내가 왜 그렇지 않을까?”를 깊게 생각하기보단“여러 가지 장점이 있으니까 그냥 외국을가자.”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친구들이랑 술 마시는 것도 좋아해요. 별거 있나요?

네덜란드는 어떨까요? 적당히 유럽스러우면서 적당히 모던’한 게 좋아요. 굉장히 현대적인건물들과 오래된 건물들과의 조화도 재미있고, 자가용 대신 배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자기 배 위에서 피크닉하는 생경한 모습을 보는 것도 좋고. 음… 또 뭐가 있을까?

두 달의 여행에선 뭘 기대하세요? 긴 여행을 가야지만 저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것같아요. 사실 유럽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에 가면 왠지 모르게 위축되는 느낌과 자유로움을 같이 느끼죠. 지하철에서의 소음도, 우리나라에선 신경 안 쓰려고 해도 다 들리지만 외국에선 그냥 소음일 뿐이니까, 아무런 정신적 피해를 안 준다는 것도 자유롭죠. 굉장히 평범하고 소박한 삶들을 보면서 행복 지수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하게 되는 것 같고.

행복지수? 우리나라에서 절대가치라고 생각하는 어떤 돈, 성공 같은 것들이 행복의 필수요소가 아니라는 생각을 나가서 하게 되는 거죠.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그런 것같아요. 뭔가 자기 일에 성취감을 갖고 있어도 돈이나 명예가 없으면 그런 사람들을 상대적으로 굉장히 안됐다고 보는 시선이 있는 것 같아요. 다 비교하고, 누구나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가잖아요. 뭐 하나 터지면 딱 하나로 몰고 가잖아요.

공포 스러울 때가 있죠. 진짜 무섭거든요, 그런 거. 한 사람이 어떻게 매도되고, 또 뜨고 이런것들도…. 너무 개인주의적인 생각인지 모르지만, 유럽의 시골에서 태어나 한 번도 그도시를 벗어난 적 없이 월세 살고, 동네 슈퍼에서 일하다가 주말에 낚시 가는 게 삶의낙이고…. 그렇게 살아도 그 사람이 불행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거죠. 한국에 있다보면, 저도 모르게 쫓기는 마음을 갖고 있는 걸 발견할 때가 있어요, 주위의 압박 때문에.

너무 괴로운 거죠? 괴롭죠. 그럴 땐 나가서 다시 정화하고, 마음을 다잡아서 ‘나의’가치로하고 싶은 것에 대한 의욕을 되찾는 거예요. 그게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에요. 그렇다고외국에서 평생 산다는 생각은 또 못하겠어요. 그래서 저는 두 달 이상은 힘들어요.

당신에게돈, 시간 같은 제약 없이 5개월의 여행을 선물한다면 어디로 가겠어요? 돈에 제약이 없다는 게 일단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 그렇게 장기간 살고 싶은 곳은 도쿄예요.문화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것이 많고, 나만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으면 남이 나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 또한 상당히 적은 나라 같아요. 일단 유럽만 가도 동양인이니까 상당히 튀잖아요. 일본에 가서 섞여 있으면 입을 열기 전에는 내가 한국 사람인지 알 수도 없을뿐더러, 질서 잘 지키고 그런 게 성격에 맞아요.

한국에서 많이 불편하세요? 요즘 같은 세상에 어디서 어떻게 얘기를 들을지 모르니까 기본적으로 신경이 쓰이는 부분들은 있죠. 저는 몰랐는데 나중에 그때 옆자리에 있던 누군가가 저에 대한 얘기를 홈페이지에 올리거나 그런 게 되게 많아요. 기본적으로 제 음악 좋아하시는 분들은, 제가 불편할까봐 옆에서 그냥 모른 척해주고 그런 분이 많거든요.그래서 큰소리로 막 아무 얘기나 떠들 수 있지는 않은 거죠. 어딜 가나 소란이 벌어지는 스타들에 비해서야, 일단 내 생활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나은데, 절대 못알아보거나 알아보거나 그런 게 모호하니까 스스로 신경 쓰는 건 있죠.

음악적으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아요. 음악 시장이 변해서 당신의 지점이 독특해진 거죠.김동률의 음악, 혹은 음악이 초래하는 결과들은 대중적이거나 마니아적이거나 그 양쪽도 아닌 것 같아요. 그런 것 같아요. 평론가들은 대중음악으로 분류하고, 어린 친구들은 어려운 음악으로 분류해요. 그런 경계를 갖고 있죠.

다음 앨범은, 2년 후? 몇 년 후에 내겠다는 계약은 없어요. 그냥 곡이 써지고 그게 마음에 들고 또 모아지면 빨리 낼 거예요. 일부러 시기를 조절한다거나 그런 건 없어요. 좋은 곡이언제 모일 것인가가 문제인 거죠.

이 인터뷰가 어떻게 나갈까요? 그런 생각도 하세요? 원래는 안 하는데, 오늘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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