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김성근

김성근 감독은 올해도 빠지지 않고 타구단의 질타를 들었다. 독하다는 말, 원칙주의자라는 말은 새로울 게 없었다. 지난 5월, 한국에서 다시 ‘비주류’가 문제로 부상하기 전 까지는 말이다.

또래들과 달리 몸에서 김치 냄새가 났던, 그때부터 그는 마이너리티였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실업야구의 일류一流틈에서 어울렸지만 그는 여전히 비주류였다. 현역 은퇴 이후 마산상고를 시작으로 지금의 프로야구 팀 SK와 이번스까지 30년 넘게 야구감독이라는, 무한 권력을 가진 자리에 있지만 여與와 야野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는 철저히‘야’를 고집하고 있다. 그에게서 야인의 풀 냄새가 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는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다. 상위 권력과 주관이 충돌할 때면, 그는 타협을 통해 자리를 지키려 하지 않는다. 자신을 던진다. 옷을 벗는 최악의 상황을 감수하고 소신을 꺾지 않는다. 그가 거친 많은 프로 팀에서 구단 사장과의 관계가 그랬고, 프로야구 주관 기구 한국야구위원회와의 관계가 그랬다.

주류의 관점에서 보면 그래서 그는 늘 골치 아픈 존재(?)다. 그렇게 불편한 존재지만 현장에서의 인기는 높다. 성적을 올리고 싶은 구단이라면 모두 한번쯤은 그를 감독으로 모시고 싶어 한다. OB 베어스를 시작으로 지금의 SK까지 6개 구단의 감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또 그와 함께했던 많은 선수가 그를 진정한 스승으로 여긴다. 이상훈, 이병규등 개성 강한 선수들이 그를 잊지 못한다. 박찬호, 이승엽, 김병현 등 최정상급 기량을 지닌 선수들이 그를 과외선생님으로 모신다. 그 배경에는 야구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있는 것 같다. 그의 야구는 때때로 KBO, 구단, 언론 등 프로야구를 둘러싼 ‘기득권 프레임’의 선호도와 상충된다.‘ 재미없는 야구’란 말이 그래서 나온다. 투수를 하도 자주 바꿔서‘벌떼야구’,‘ 출첵(출석 체크)야구’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정작 그 야구를 하는 선수들은 불평이 없다. 그의 야구는“아! 이거구나”하는 기발한 묘수를 보여주지 않는다. 예측 가능한 야구다. 선수들 스스로가‘이 대목에서 이런 교체나 작전이 나오겠구나…’할 수 있는 야구다. 그런데 준비의 범위와 깊이가 다르다. 그는 철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일의 만일까지를 분석하고, 준비한다. 1회부터 9회까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가장 많이 대비하는 야구다. 그 야구가 이기는 거다.

그는 야구계의 오피니언 리더로서 몇몇 이슈에 관해 뚜렷한 소신과 주관도 피력한다. 야구위원회가 무승부와 더블헤더 등 경기제도를 놓고 갈팡질팡할 때, 전임 사무총장의 복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을 때도 그랬다. 또 최근 불미스런 일로 야구장 밖에 있는 정수근(롯데)의 사면 복권이 추진된다고 했을 때도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 그때마다 그의기준은 한 가지였다.‘원칙’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거였다.‘룰’이 존재하는 스포츠에서 원칙은 가장 기본적인 가치이자 절대적인 가치여야 한다. 그걸 비켜가려 했을 때, 그는 또렷한 목소리로 ‘반대’라고 말했다. 건강한 비주류, 그게‘김성근다운’것의 본질이다.

-이태일(<네이버> 스포츠 팀장)

김성근의 야구는‘감독의 야구’다. 그 자신의 신념이기도 하다.“야구는 감독으로 시작해서 감독으로 끝난다고 생각한다. 선발 라인업을 짜고,선수를 바꾸고, 이 타이밍이 드라마를 만든다. 선수를 적재적소에 넣는 능력이 감독의 힘이다. 감독의 힘에 따라 팀의 수준이 결정된다.”그래서 김 감독은 ‘스타를 만들지 않는 야구를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왼손 강타자 김재현은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만 출전하는‘반쪽 타자’로 전락한 지 오래다. 마무리 정대현도 세이브와 상관없는 상황에서 등판한다. 가뜩이나 SK는 스타가 없고, 그나마 유일한 스타도 언론과 팬으로부터 실력 이하의 대접을 받고 있다.

6월 3일 문학구장 롯데전을 보자. SK는 7회 말 조동화와정근우의 이중 도루 작전으로 1-1 균형을 깬 뒤 2사 1&#8226;2루기회를 이어나갔다. 다음 타자는 올 시즌 롯데전 타율 4할대인 4번 이호준이었다. 이때까지 김 감독은 이례적으로 선발 라인업 선수를 한 번도 교체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호준타석 때 정상호를 대타로 냈고, 결과는 중견수 플라이였다.다음 날 김 감독은 “롯데 투수가 사이드암 나승현이었고 이호준은 올해 사이드암 상대 5타수 무안타였다. 그래서 사이드암에 강한 정상호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까지는‘피도 눈물도 없는’ 데이터 야구. 하지만 이 교체 결정에는 이면이 있다. 정상호는 SK 코치들로부터 “다른 팀에 가면 20홈런을 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강타자 포수다. 하지만국가대표 포수 박경완에 밀려 출전 기회를 좀체 잡지 못한다. 실망과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분위기를 감지한 김 감독은 정상호를 불러 따끔하게 질책했다. 그리고 3일 경기에서 4번 타자 대타로 출전시켰다. 김 감독은 “이호준은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상호는 기회를 얻었다. 이호준이 분발의 계기로 삼는다면 두 선수가 다 살게 된다”고 데이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교체 이유를 밝혔다.사실 5타수 무안타나‘대타 요원의 사이드암 상대 성적’은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김 감독이 데이터 속에서 정상호에게 기회를 줄 이유를 찾았다는 게 중요하다.

김성근 식‘감독의 야구’는 선발 출전 선수 10명이 아닌1군 등록 선수 26명이 하는 야구다. 이런 야구를 하기 위해선 자기 팀 선수와 상대 선수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김 감독은 매일 경기가 끝난 뒤 새벽까지 통계 자료를 읽는다. 데이터보다 중요한 건 동기 부여다. 26명을 쓰기 위해서 26명 모두를 분발시켜야 한다. 감독의 진짜 능력은 선수의 능력을 100% 이끌어내는 것이다. 김성근 식 야구를 하기 위해 감독은 매우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선수와 프런트에도 엄청난 노력을 요구해야 한다. 이런 야구가 한국에서 김성근 아닌 다른 사람으로 이어지는 게 가능할까. 나의 답을 말하자면 ‘, 쉽지 않을 것’이다.

– 최민규(<JES 일간스포츠> 기자)

좋은 감독이란 매해 적자 더미 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구단 프런트에 승률로 보답해야 하고,선수들에게는 연봉 대박과 함께‘꿈의 구장’을 밟게 할 책무가 있다. 이 점에서 김성근은 최고의 감독이다.그는 마이너 팀이었던 SK를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고, WBC와 올림픽 등에서 통할 수 있는 빠르고 세밀한 야구의 복음을 프로야구 리그 전체에 설파했다. 그리고 SK는 올해 무려 7명의 새로운 억대 연봉 선수를 배출했다.두산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최고의 라스트신인 ‘더 캐치’를 선보인 조동화 박재상은 입단 9년 만에 억대 연봉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김성근의 야구로 들어가려면 다소 망설여진다.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의 야구는 무척이나 겹이 많고 깊어 그 특징을 정확하게 재단하기 힘들다. 그래서 관리야구로 보는 이가 많다. 경기마다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타순과 대타, 투수 교체 타이밍은‘우연’까지도 매수가 걸작이다. 김성근 감독은 2006년 SK를 맡은 이후부터 주전과 후보의 기준을 없앴다. 오로지 ‘선발 야수’만 있을 뿐이었다.‘전원야구’를 추구하며 선수단 전체의 평균과 스카우팅 리포트상의 오각형 면적을 넓히는 데만 집중했다. 김성근 야구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핵심 키워드인 ‘출첵 야구’도 지금은 공감할 수밖에 없다. SK만큼 투수들의 능력을 극대화시켜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팀은 없다. 이렇듯 일구이무一球二無를 추구하는 김성근에게 믿음의 야구란 사치인 듯 보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신윤호의 전성기는 단 1년으로 끝났지만, 01년 김 감독의 조련 아래 15승 18세이브를 올렸다. 그는 95년프로 데뷔 이후 2000년까지, 98년의 2승이 고작이었던 평균이하의 투수였다. 신윤호는 알에서 깨기 전, 마운드에 오를때마다 자신감을 심어주고 무너져도 위기 상황에서 끝까지 계속 신뢰를 보인 감독은 김성근뿐이라고 술회했다.

때로는 재미없는 야구, 엿가락 야구, 동업자 정신을 망각한 승리 지상주의 등이 주홍글씨처럼 따라 다니며 김성근과 SK야구를 별난 족속으로 묘사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2007년 23년 만에 첫 정상에 오른 뒤부터는 눈높이를 탈KBO에 맞춘 듯한 발언을 자주 했다. 코나미컵에서 일본 챔피언을 꺾는 것은 물론 한국 야구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하겠다는 호기를 드러내는가 하면, 완벽한 팀으로 진화해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스폰서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다소 황당한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성근과 그의 야구를 놓고 편을 갈라 싸우기보다는 그의 재주에 집중하는 것이 한국 야구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최우근(<SK 컴즈> 미디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