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두 개의 심장, 박지성과의 4시간

2009.07.24GQ

“축구만 하고 인생을 끝낼 순 없잖아요.” 박지성은 그렇게 말했다. 축구밖에 모를 것 같은 그는 시종일관 진지했다. 더러 개구지게 웃었지만 길진 않았다. 그는 축구장 밖의 인생에 대해서 길게 말했다. 인파가 많은 한여름의 해수욕장과 길거리에서 먹는 떡복이에 대해서도. 물론 ‘박지성의 축구장’에 대한 정의도.

그는 이브 생 로랑의 플란넬 수트를 입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 바지가 그러니까 멋있는 거죠?”그러고는 폭이 넓은 바지의 어디쯤을 탁 잡아서 껑충하게 만들더니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선글라스를 건넸을 땐 꽤 멋진 각도로 내려 썼다. 이럴 때의 그는 천상 멋 부리기 좋아하는 요즘 청년 같았다. 플란넬 소재의 회색 수트, YSL. 면 티셔츠, 김서룡 옴므. 엘리게이터 벨트, 프라다. 포켓치프, 샌프란시스코 마켓. 선글라스는 레이밴 웨어퍼러.

그는 이브 생 로랑의 플란넬 수트를 입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 바지가 그러니까 멋있는 거죠?”그러고는 폭이 넓은 바지의 어디쯤을 탁 잡아서 껑충하게 만들더니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선글라스를 건넸을 땐 꽤 멋진 각도로 내려 썼다. 이럴 때의 그는 천상 멋 부리기 좋아하는 요즘 청년 같았다.
플란넬 소재의 회색 수트, YSL. 면 티셔츠, 김서룡 옴므. 엘리게이터 벨트, 프라다. 포켓치프, 샌프란시스코 마켓. 선글라스는 레이밴 웨어퍼러.

메이크업하면서 거울 앞에 앉아 있을 때 무슨 생각을 했나? 너 지금 뭐하고 있니?

하하, 촬영하는 건 어땠나? 말은 한마디도 안 했지만, 일사천리였다. 아는 게 없으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 했다.

그래도 웃어달라고 할 때 웃는 게 쉽지는 않은데. 그건 잘하는 것 같다. 웃는 것만은. 사실 다 불편하다. 어색하고. 뭐가‘엉뚱한’표정인지 모르는데 일단 대충 해보고 맞다고 하면 맞구나, 하는 거다. 즐기지는 못한다.

당신에겐 그런 게 보인다. 즐기진 않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거리끼지도 않는, 즐기는 것과 잘하는 것 사이랄까?축구야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 즐기면서 하는 부분이 있지만 이런 촬영이 적성에 맞진 않는다.

국가대표팀 주장이지만, 어린 선수들이 당신을 롤모델로 삼는다던가 하는 것들 또한 즐기진 않을 것 같다. 전혀 즐기지 않는다. 그런 직책을 갖고 있지만 생활하는 데는 예전과 차이가 없다. 단지 코칭스태프의 얘기를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선수들의 의견을 코칭스태프에게 전달하는 일이 더 생겼을 뿐이다. 주장이라서 뭔가 더 보여주거나 해야 되는 건 없다.

매체에서는 당신이 주장이 돼서 팀이 바뀌었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단지 타이밍이 좋아서 팀 분위기가 반전됐고 좋은 성적을 거둬서 그런 얘기를 듣는 거다. 성적이 안 좋았다면 그런 얘기가 나왔겠나? 주장으로서 뭘 바꿨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선수가 됐다. 주목받는 인생 역시 원하진 않았을 것 같다. 당연히.

잘하면 잘할수록 더 주목받게 될 텐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조용히 남들 눈에 안 띄고 사는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좋아하는 일이 축구고, 축구를 잘할수록 관심을 받는 게 현실이니까. 둘 중 선택을 하자면 축구를 잘하고 싶으니까 이런 생활을 하는 거다.

축구할 땐 즐기면서 하고 이런 촬영할 때는 잘하자는 생각으로 한다? 약속한 거니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즐거운 부분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할 땐 어색할지 몰라도 사진 나오면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그런 부분이 즐겁다고 표현하는 거다. 오늘 같은 촬영에선 입을 수 없었던 옷을 입는 즐거움이랄까?

평소에 잘 안 입는 옷일 거라고 생각했다.
가슴이 그렇게 많이 파인 옷을 평소에 입진 않으니까.

멋을 내고 싶을 땐 어떻게 하나? 수트를 좋아한다. 그런데 자주 입진 못한다. 한국에서 돌아다닐 땐 모자를 써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트를 입고 야구모자 같은 걸 쓰면 이상하지 않나? 그래서 캐주얼한 옷을 많이 입는데 둘 중 고르라면 수트를 선호한다.

두 달 전 100호 특집에서 100명의 남자에게 한국에서 제일 멋있는 남자를 뽑아 달랬더니 당신이 1위였다. 내가?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이 당신을 언급했다. 이상하다.

당신을 멋있다고 하는 이유를 생각해봤나? 경기장에서의 모습 때문일 거다. 평상시에 어떻게 입고 다니는지는 전혀 모를 거고 같은 잡지에 좋은 옷을 입고 나온 적도 거의 없으니까. 차려입은 걸 본 사람이 거의 없으니, 경기장에서의 모습만 보고 그랬을 거다.

경기장의 어떤 모습일까? 당신의 플레이를 모아놓은 동영상을 보다가 울컥한 적이 있긴 하다. 팬들이 만든 스페셜 동영상을 보긴 하는데, 그건 잘하는 모습만 뽑은 거니까.

넘어지는 것, 이를 악물고 달리는 것. 극히 일부분일 거다. 모든 사람의 인생에서 멋있는 순간만 압축시켜 놓으면 누구라도 멋있게 보이지 않을까?

태도가 중요하지 않을까?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가치관이 뭔가? 어릴 때부터 남한테 피해 주는 걸 싫어했다. 때문에 남이 불편하거나 피해를 보는 것. 그래서 이런 공식적인 행사나 일을 할 때 남한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축구할 때도 그런가? 축구를 할 때 당신은 특히 더 냉철해 보이는데. 글쎄, 경기장에서 판단을 내릴 땐 냉정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어쩌면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다는 건, 남이 내게 피해를 주는 것도 싫다는 뜻이니까.
누가 내게 뭔가 요청했는데 불편하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냉정함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정말 사람이 좋다면 부탁을 다 들어주지 않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그런데 나는 아니다 싶을 땐 얘기를 한다. 그건 정말 하기 싫다고. 그럴 땐 몇 번을 부탁해도 아니라고 한다. 그런 부분이 경기장에서도 드러나지 않을까.

흔히들 당신은 이타적 플레이를 한다고 한다. 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단지 좀 더 좋은 황에 있는 사람, 골 넣을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한 사람을 돕는 거지, 나를 위해 패스를 거나 슈팅을 하는 건 아니다.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기는 스포츠 아닌가.

그렇게 하지 않는 선수도 많지 않나? 물론 그런 선수가‘많~이’있다. 유럽 대부분의 수들이 그렇다고 봐도 될 정도다.

화가 나진 않나? 화가 날 때도 있다. 나한테 줬다면 좀 더 좋은 찬스가 왔을 텐데 하는 생각. 그래도 일단 그 선수의 판단이 우선이니까. 열한 명이 각자의 생각을 갖고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내 의견도, 동료의 의견도 중요하다. 그 상황에서는 아쉽지만 어차피 지나간 일이고.

흙을 빚어 심장 모양으로 만든 목걸이를 걸었다“. 이거 어떤 의미인지 알죠?”“몰라요.”“두 개의 심장. 별명이잖아요.” “네에….”몇 컷을 찍고 났을 때 그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몰라요”와“감사합니다”를 말할 때의 표정과 목소리는 완벽하게 같았다.브이넥 면 티셔츠와 울 베레모, 모두 아메리칸 어패럴. 감색 팬츠, 루이 비통.

흙을 빚어 심장 모양으로 만든 목걸이를 걸었다“. 이거 어떤 의미인지 알죠?”“몰라요.”“두 개의 심장. 별명이잖아요.” “네에….”몇 컷을 찍고 났을 때 그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몰라요”와“감사합니다”를 말할 때의 표정과 목소리는 완벽하게 같았다.
브이넥 면 티셔츠와 울 베레모, 모두 아메리칸 어패럴. 감색 팬츠, 루이 비통.

보통 운동선수의 영광은 한꺼번에 오고, 상대적으로 빨리 사라지기도 한다. 어차피 사람들의 관심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어쩌면 그날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다가 한순간에 모르는 사람처럼 대한다면 서운할 것 같긴
하다. 한국 사회에서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으면 잊혀지기 마련 아닌가.

경기장의 5만 관중의 함성도 사라지게 될 텐데. 환호성이 없어도 축구는 할 수 있다. 내가 하는 축구가 즐겁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환호를 보냈다고 생각한다.

지단이 그랬다. 이 경기가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컨디션이 좋은 날은 누구나 그럴 거다. 하지만 슬럼프가 왔을 땐 빨리 끝났으면 싶다.

마흔 살이 됐는데 체력이 떨어지지 않았고,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는데 그때까지 주장을 하고 있다면 어떤가? 아니다. 마흔 살이 되면 정말로 그만둘 거라고 생각한다. 마흔 살에 축구를 그만두면 그 다음에 다른 일을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이 들어 있으니까.

다른 일을 생각하는 게 있나? 축구만 하고 인생을 끝낼 순 없다. 추진 중인 유소년 관련 일이랄지, 혹은 다른 일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축구선수였으니까. 해외 경험도 있고. 그걸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도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심조차 거짓말처럼 사라진 후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돌아다니고 싶다. 명동이나 동대문. 어렸을 때 가보고 커서는 못 갔던 곳들. 그리고 한국을 여행하고 싶다. 사람이 많은 여름 해수욕장. 원래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진 않는데, 그럴 수 없다는 심리적 억압이 오히려
욕구를 끌어내는 것 같다. 이 책 언제 나오나?

7월 20일. 한참 해수욕장에 인파가 몰릴 때겠다. 그렇겠다.

축구선수의 생활은 반복적이다. 지루해서 못 견딜 지경이었던 적은 없나? 없었다. 네덜란드에 간 초기에는 축구가 무서웠지만 그 이전이나 이후로 그런 일은 없었다.

당신이 있던 팀은 모두 팀 역사에 중요한 기록을 남겼다. 교토 퍼플 상가는 첫 우승컵을 안았고, 아인트호벤은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맨유는 트레블 이후 제일 화려한 기를 보냈다. 그때 그 팀에 가지 않았다면 이룰 수 없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그 마당에선 항상 신나게 놀 수 있었나? 아니면 꾹 참고 견뎌야 선물처럼 결과가 왔나. 축구를 하고 있을 때만큼은 걱정이 없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니까 뭔가를 희생하고 참아야 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모든 사회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 아닌가? 불만은 없다.

당신은 많은 골을 넣는 선수가 아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골을 넣는다. 챔피언스 리그만 해도 4강전에서 두 번이나 그랬다. 배짱이 좋은 편인가? 배짱이 좋은 것 같지는 않다. 운이 좋다고만 생각하고 있다.

밖에서 보기에 축구장은 전쟁터 같다. 하지만 당신의 정의는 다를 것 같다‘. 박지성의축구장’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박지성의 축구장이라…. 아마 박지성의 인생이라는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축구는 인생이랑 많은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아인트호벤 시절 초반엔 반 봄멜 선수가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다. 심증뿐이지만, 맨유 이적초반엔 몇몇 선수가 노골적으로 패스를 안 한다고 팬들이 분노하기도 했다. 미련하게도,그땐 모든 게 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에 대한 나쁜 감정은 없었다. 내가 못해서그런 거라는 생각에 잘하려고 노력했고,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원래 지금 같은 스타일의 선수가 되고 싶었나? 사람들이‘산소탱크’같은 단어로 부르는 건어떤가? 마음에 든다. 그렇지 않았다면 다른 스타일의 선수가 되었을 거다. 지금 내 모습이내가 좋아하는 축구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내 모습을 보고 규정짓는 것은 괜찮다. 내가다르게 보이고 싶어도 그들이 그렇게 생각을 안 하면 그런 모습은 내게 없는 것일 테니까.

04-05 챔피언스 리그 4강전 이후 가투소 선수는 에세이에서 당신을 마크하기 힘들었다고썼다. 제일 상대하기 힘들었던 선수는 누구였나? 누구 때문에 힘들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내가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상대방과 상관없이 힘든 경기를 한다.

가장 쓴 패배는 언제인가? 항상 이길 수는 없는 거니까. 2001년 대구에서 프랑스에게 0-5으로 패한 경기.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당분간 아시아에서 당신만 한 선수가 나오기 힘들다는 건 (안타깝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당신이 어떤 전설로 남을지 상상해봤나? 어떤 전설로 남을지는 생각 안 해봤지만 내 기록을보면서 예전에 저런 선수가 있었지 하고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경기할 때 잠깐이라도 딴 생각을 한 적이 있나? 경기하면서는 딴 생각 한 적 없다. 몸을 풀때는 딴 생각도 한다. 뭐, 일상적인 것들.

이를테면. 여자친구.

여자친구…. 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알게 되는 당신의 성격이 어떤지 알고 있나? 내성적일 것같다, 착할 것 같다가 아닐까? 실제 성격은 조금 더 밝고, 그렇게 착하지는 않다.

“소리 한번 질러봐요.”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이런 표정을 지었다. 어떤 음성도 내지 않은 채였다. 그때 마음으로는 어떤 소리를 질렀을까. 간결한 디자인의 더블 브레스티드 수트, 프라다. 검정 면 티셔츠, 김서룡 옴므. 머리에 얹은 축구화, 나이키 티엠포 레전드 쓰리.

“소리 한번 질러봐요.”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이런 표정을 지었다. 어떤 음성도 내지 않은 채였다. 그때 마음으로는 어떤 소리를 질렀을까. 간결한 디자인의 더블 브레스티드 수트, 프라다. 검정 면 티셔츠, 김서룡 옴므. 머리에 얹은 축구화, 나이키 티엠포 레전드 쓰리.

곧 서른이다. 축구를 제외한 무엇이 제일 크게 바뀔 것 같나? 아마‘결혼’아닐까?

축구 이외의 것들이랄까? 당신의 20대를 생각해보면 어떤 아쉬움이나 욕망 같은 게 있을 것같다. 아무래도 일상적인 일들을 못했다는 점이다. 한국에 많이 있지도 못했고. 어디 놀러가거나 백화점이나 동대문에서 쇼핑하거나 떡볶이 먹고 핫바 들고 길거리를 걸어가는, 그런걸 해보진 못했다. 물론 할 수는 있겠지만.

굉장히 불편하게. 맞다. 하다가 도저히 못할 가능성이 있다. 사고가 날 수도 있고.

영국에서도 못하나? 영국에서는 한다. 사람들이 알아보긴 해도 한국처럼은 아니니까.

대신 거긴 떡볶이가 없다. 길거리에서 딱히 파는 게 없다. 사람들이 알아보긴 하지만달려들거나 모여들진 않고‘하이’하고 지나갈 뿐이다. 가끔 사인을 요청하는 경우는있지만 불편을 줄 정도는 아니다. 한국에선 그럴 수 없는데, 친구들은 다 한국에 있다.남들의 일상이 없는 대신 다른 사람들이 가질 수 없는 걸 가졌다는 건 인정한다.

그렇게 사는 건 뭘까? 20대에 다른 사람들이 받는 돈보다 많은 돈을 받았고, 이름과 명예를얻었고, 제일 중요한 건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거다.

돈은 어디에 쓰나? 유소년 축구 쪽으로 많이 들어가고 나머지는 재테크를 하고 있다.

당신을 위해 쓰는 건? 가장 많이 쓰는 건 글쎄, 옷 사는 거. 그 외에는 딱히 없다.

옷장에 굉장히 좋은 옷이 많이 걸려 있다고 생각하면 되나? 비싼 옷을 많이 사진 않는다. 비율이 제일 높다는 얘기다. 먹는 건 누구나 먹는 거니까. 먹고입는 데 쓰는 것 외에는 없다는 말이다. 자동차나 물건 수집에도 크게 흥미가 없다.

흥미가 없거나 할 수 없는 것을 깨닫게 되는 때가 있다. 이건 내가 못한다, 라고. 재능에서는어떤가? 못하는 걸 끌어올리려는 쪽인가 잘하는 걸 더 잘하려는 쪽인가? 어렸을 땐, 못하는 건 아예 안 하려고 했다. 커서야 알았다. 내가 잘하는 걸 잘할 수는있겠지만 그 외의 것들이 받쳐주지 않으면 보통 수준에 머물수 밖에 없다. 축구를 하면서도각기 장점이 있겠지만, 정말 패스를 잘하더라도 뛰질 못하고 몸싸움이 약하면 그 선수는보통의 선수밖에 될 수 없다. 좀 더 높은 수준의 축구를 경험하면서 그것만으로는 절대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느꼈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쯤이었다.

빨리 깨달았다. 축구를 한 지는 이미 10 년이 지났을 때니까.

그때 당신이 정말 잘한다고 생각한 것과 못한다고 생각한 건 뭐였나? 패스를 잘하고 경기를 잘 읽고 정도? 슈팅이나 몸싸움은 약했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았다.연습도 안 하고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영국에서도 그렇겠지만, 한국에선 특히 당신에 관한 추측성 기사가 매일매일 수도 없이쏟아져 나온다. 미디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나? 화가 나는 부분은 없다. 조금 더확인하고 정확한 기사를 써주면 좋겠다고는 생각한다.

당신은‘워커홀릭’일까? 원래는 아니다. 환경이 나를 그렇게 만든 것 같다.

인생에서 결정적 전환기가 언제였다고 생각하나? 2002년 월드컵. 축구를 통해 많은 사람을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걸 느꼈고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였으니까.

선수들의 은퇴 후 진로는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행정가 아니면 지도자. 어느 쪽에 관심이있나? 얼마 전에 기고문 쓴 것도 봤다. 두 가지 중에 하나를 꼭 선택하라고 한다면 행정가를 선택할 것 같다.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빼고, 새롭게 이뤄야 할 목표는 무엇인가? 조금 더 좋은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다. 우승은 많이 할수록 좋은 거니까 계속해야겠고.

그럼 한 사람으로서는? 어떤‘인간’이 되고 싶나? 남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자신을 사랑하는 사람.

질레트 최초 한국인 모델이 됐다. 수염이 많은 편은 아닌데, 면도는 얼마나 자주 하나?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하는 편이다. 경기가 있는 날 조금 길다 싶으면 면도를 한다.

피부에 신경을 많이 쓰나? 가끔 팩을 하는 정도. 화장품은 서너 개 정도 된다.

요즘도‘위닝 일레븐’자주 하나? 예전처럼 많이는 안 한다. 나이가 들수록 횟수가 준다.

2009년판 능력치는 마음에 드나? 수비 능력치가 65인 건 말이 안 된다. 공격이 83이니 적어도 70 이상은 줘야 맞지 않을까? 글쎄, 몇년 전보다 많이 좋아진 것에 만족한다.

어떤‘순간’에 당신의 인생을 다 걸 수 있다면, 그건 어떤 순간일까? 어려운 질문이다. 내 인생을 걸 만한 순간이라…. 누군가를 지켜야 할 때일 것 같다. 상황이닥쳐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말로는 뭐든 다 할 수 있으니까.

지금 당장, 당신이 지도하는 유소년팀에서 축구를 배우고 싶다. 그래서 당신 같은 선수가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익혀야 할 건 뭘까? 축구를 정말로 좋아하는지자신에게 물어본다. 아, 우선은 유소년에 들어갈 나이가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와의 시간은 어땠나? 멋잇게 나올 것 같나? 라면 나도 멋진 남자로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표지를 하게 돼서 너무 기쁘다.잘생긴 남자들만 나오는 잡지에 내가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 이상하지만.

왜 당신을 두고‘인터뷰하기 가장 어려운 선수’라고 했을까? 글쎄, 해야만 하는 인터뷰가 아니면 인터뷰를 안 하려고 해서 그런 것 아닐까?

    에디터
    강지영, 정우성, 문성원
    포토그래퍼
    김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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