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주의자 2

정유미는 소녀였다. <차우>에서 맷돼지를 잡을 땐 선머슴아 같았다. “알았어요, 한 번 해 볼게요.” 오늘은 이렇게 말했다. 저런 눈빛을 하고.

정유미는 사진찍는 게 아직은 어색하다고 했다. 그리고 대중은, 자신을 모른다고도 했다. 묘한 얘기다. 검정 레이스 원피스는 매긴 나잇 브리지, 검정 망사 레깅스는 에고이스트 이너웨어, 구두는 에스콰이어, 금속 뱅글은 제시 뉴욕, 해골 반지와 가죽 뱅글, 검정 오닉스 반지는 모두 엠쥬.
정유미는 사진찍는 게 아직은 어색하다고 했다. 그리고 대중은, 자신을 모른다고도 했다. 묘한 얘기다. 검정 레이스 원피스는 매긴 나잇 브리지, 검정 망사 레깅스는 에고이스트 이너웨어, 구두는 에스콰이어, 금속 뱅글은 제시 뉴욕, 해골 반지와 가죽 뱅글, 검정 오닉스 반지는 모두 엠쥬.

투명한 망막, 물방울, 아니면 무당? 배우로서, 그런 자의식이 있어요? 저, 그런 생각 없어요. 아무 생각 없어요.

그럴 때가 가장 좋지 않아요? 아무 생각 없이 딱했는데 주변에선 칭찬할 때. 제일 무서워요.그래서 그런 말은 안 들으려고요. 일을 점점 많이 하니까, 평가도 다양해지는 걸 느껴요. 칭찬도 받지만 아닌 사람들도 있고. 그 사이에서 지금은 균형을 잘 잡고 있는 것 같아요. 일단 내가 제일 중요한 거잖아요. 칭찬은 좋은데, 착각은 안 하려고 해요“. 인간은 착각하고 망각한다. 그러지 말자.”요즘 자주 생각하는 말이에요. 말에 흔들리기 쉬우니까, 내가 한 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으니까, 잊지 말자는 거죠.

조바심 같은 건 없죠? 없어요. 예전에는 있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일을 시작하기전이었어요, 학교 다닐 때.

연기에 대한? 아뇨,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는지 몰라서요. 전엔 연예인에 대한 동경 같은 게 있었어요. TV에도 나오고, 화보, 인터뷰 같은 걸 되게 잘 할 줄 알았거든요? 근데 완전 못하는거예요. 서울예대 영화과 들어갔는데 친구들이 기획사에도 있고 그래서, 빨리 그런 데 들어가야만 일을 할 수 있는 줄 알았어요. 근데, 대학 들어가서 그런 생각이 아예 없어졌어요. 영화과 애들은 완전 영화에만 미쳐 있었거든요. 진짜, 얘들은 어디서 뭘 하다왔길래….

당신은? 좋다고만 생각했지, 미쳐 있진 않았어요. 단편영화도 그때 처음 알았어요. 근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우리끼리 뭔가 만들고 하는 것 자체가. 그때부터 어떤 동경, 조바심 같은 게 아예 없어졌어요. 단편영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딴 건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뭔지 찾은 것 같아요. 화보 촬영 같은 건 완전 못한다는 것도 알게 됐고.

잘하고 싶은 데 못한다는 건, 어딘가 안 씻고 자는 것 같지 않아요? 카메라 앞에서 잘 움직여지지도 않고, 이것저것 한다고 했는데 친구가 보더니“네 사진엔 정서가 없다”그래요. 눈에 뭘 담으라고 하긴 하시는데 처음엔 그런 것도 모르고 그냥 하고 그랬어요. 회사처음 들어갈 때 전 프로필도 안 찍었어요“. 저는요, 사진을 못 찍습니다.”하고 계약했어요.

당신의 얼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각도마다 달리 보여요. 다 비대칭이에요, 눈도 짝짝이고, 코도 휘었고.

그건 누구나 그렇고. 그렇긴 한데, 여기 여기가 완전히 다른 것 같아요. 고칠 수 있으면 좋은데, 그러기가 싫은 게요, 저는 배우고, 한쪽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다른 느낌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가져가고 싶어요.

늙어도? 응, 근데 요즘 주름이 너무 많이 생겼어. 호주에 <10억> 촬영 갔다 와서요. 정말 몰랐어요. 사막 갔다 오면 잔주름 생긴다는 거. 돌아와서 잔주름 보고 완전 놀랐어요. 광활한 호주 사막 햇빛에 거의 매일 노출돼 있었으니까.

자외선 차단제, 안 발랐어요? 흙 분장은 했죠. 연기해야 하니까 선크림을 두텁게 바를 수도 없고요. 근데 주름은 싫어, 주름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웃을 때 코 사이 주름 예쁜데? 별로라기보단, 조금만 더 있다가 왔으면 좋겠어요.

당신은 몇 살에 가장 예쁠 것 같아요? 올해? 하하, 올해 그래야 된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이제 2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고, 음, 생기를 잃어 가고 있는 느낌….

하하, 그걸 느껴요? 요즘은요, 생기가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가만히 있어도 생기가 있었는데. 여기 <사랑니> 때 인터뷰 봐요. 이때는 좀 똘망똘망했다구요. 생기, 생기.

벌써 4년 전이니까. 이십대가 꺾이기 전이죠. 예전엔 그래도 동안이란 얘기를 자주 듣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제 나이로 볼 때도 가끔 있고. 기자분들도 또래가 많아지고. 스테프들도동생들이 더 많고. 나이 들었어. 좋은데 씁쓸해요.

배우로, 어디까지 가고 싶어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학교 들어가기 전에 있었던 허영을 버리고 나서는 그냥 지금이 좋아요. 지금 나에게 주어진 것, 해야 할 것, 그걸 정말 잘해내고 싶다는 마음밖에 없어요. 그건 욕심이 아니잖아요. 당연한 거잖아요. 어떤 배우가 되어야겠다, 저 배우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이건 딱 ‘내 거’라는 느낌 받은 적 있어요? 처음부터‘어, 이건 내가 해야 돼’싶어서 한 건 없어요. <사랑니> <가족의 탄생>은 오디션 보고 들어간 거고, <좋지 아니한가> 배역은 갑자기 캐스팅 됐고, <차우><10억>도 마찬가지예요. 정성일 감독님 작품도 시나리오 읽기전에 감독님과 얘기 나눴을 때부터 그냥 너무 하고 싶었어요. 어떤 게 나오던 감독님이랑해보고 싶은 거예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도 “네 역할은 후배 처”라는 말만 듣고 제목 딱들었는데 너무 좋아서. 다 그랬어요‘.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찍고 나서죠. 왜냐면, 내가 선택한 거니까 돌아갈 수가 없어요. 미친 듯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완전히 방전된 것 같은 기분은 안 들어요? 채워지는 느낌이 들어요. 처음에는 애정이 없었던것이, 돌아봤을 때 너무너무 행복하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의 에너지가 쌓이고 쌓이는거니까요. 힘들었던 것도 사랑해요. 그런 거예요. 다 내 거예요. 내가 한 거니까.

그때 거기서만 할 수 있었던 거니까? 다시 없을 시간이니까 정말 열심히 다같이 잘하자는 마음이 점점 커졌어요. 다음 작품을 뭔가 하게 된다면, 또 다른 사람들이랑 느끼겠죠.

작품 속 당신은 한 마디로 안 잡히는 여자예요. 대중들은 아직 저를 잘 몰라요.

남자들은 어떤 식으로 당신에게 다가갈까요? 다가와줬으면 좋겠는데…. 정말로요. 연애랑사랑은 좀 다른 것 같아요. 밀고 당기기 그런 건 못해요.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겠고, 혼자 생각하고 기도한다고 짝사랑이 이루어지는 게 아닌 것도 알았고요.

그건 최근 일이죠? 지나고 나니까 후회가 되는 거예요. 진짜 솔직하게, 더 솔직할걸. 하지만 말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어려워요. 저는 앞뒤가 없어서. 그냥 ‘좋아요’ 그랬는데, 그것도 안 되더라구요.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걸 깨달았죠.

유명해지는 건? 그건 당신이 아닌 이미지를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거잖아요? 그런 상상 안해봤어요. 지금 머릿 속에 가득한 건 ‘빨리 다음 작품을 해야 되겠다’보단 ‘어떤 걸까?’라는 궁금증이에요. 지금 연달아 작품들이 개봉했는데, 하나씩 하나씩 적금 깨고 있다고 생각해요. 볼 때마다 아쉬움도 너무 커요. 누가“너 요즘 어떻게 지내?” 그러면 “바쁘기도하지만 반성의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요. 사람으로서나 배우로서나.

온통 그 생각뿐인 것 같다. 조급한 거랑은 다른데, 그냥…. 전 촉박하고 이런 거 별로 안좋아해요. 시간에 쫓기면 심장이 뛰어요.

본인이 섹시하다고 생각한 적 있어요? <그녀들의 방>이랑 홍상수 감독님 단편 찍으면서 ‘나한테서도 섹시가 나올 수 있구나’생각했어요. 작품 안에선 그런 게 조금은 되는 것같아서 신기했어요‘. 아, 나도 섹시가 있구나.’

〈GQ〉를 보는 남자들은 오늘 당신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이상한 여자네?

사진은 ‘이렇게’찍고, 망각과 착각을 자제하며 진지하고. 정말 그러고 싶진 않아요, 전.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그런 생각도 해요? 요즘 머릿속에 가득 찬 거는 그냥,시간은 어찌어찌 다 지나가는 거니까, 순간 즐기면서 하는 것밖에 없구나하는 생각이에요.

정말 ‘꺾인’것 같다. 그게 제일 좋아요. 맛있는 거 먹을 때만큼 행복할 때가 없고. 별거 없는것 같아요, 세상 사는 게. 그냥, 웃고, 으싸으싸, 이렇게 잘 지내고, 다같이. 나, 늙어서 그런거야, 이거? 아니죠? 살면 살수록 좋은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얘기하면 안 돼요? 살아지고있는 게 진짜 좋은데. 내일은 더 좋을 것 같고, 인간으로서도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 같고.

어떤 여자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분명히 더 괜찮아진 것 같아요. 그렇죠, 재웅군?

어떤 면에서? 여자가 되고 있어요.

정말로? 저 예전에 막 운동선수같이 츄리닝만 입고 다니고 그랬거든요.

요즘에는 안 그래요? 여름에는 안 그래요. 겨울이 되면 또 다시.

혼자 있을 때는 뭐 입어요? 반바지에 진짜 편한 티셔츠 입죠. 안 입은 것 같은 티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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