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외롭고 작은 가게

2009.09.04손기은

누구에게나 꿈인 일. 그걸 먼저 해본 이들.

당고집, 잡화점

이윤주 대표는 아직 준비가 덜 됐다며 이전 명함을 꺼냈다. 기획팀 팀장 직위가 선명했다. 일본에서 먹었던 경단인‘당고’에 빠져 언젠가 꼭 당고집을 차리고 싶었다고,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 어머니가 어릴 때부터 떡을 엄청 만들어주셔서 떡맛은 제대로 안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5개월을 투자해 가게를 꾸렸다. 10평 남짓한 공간에 식탁 네 개를 놨고, 한쪽에 해외에서 사온 소품을 파는 공간도 마련했다. 가게 이름엔 두 공간을 함께 뭉뚱그렸다“. 욕심 없어요. 여기 주택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장사 잘하고 싶을 뿐이에요. 초등학생들이 동전 가지고 와서 당고를 사갈 때가 제일 뿌듯하죠.” 그래서 오니기리는 조금 달게 간을 해 아이들 입맛에 맞췄다. 하루 세 번 만드는 당고는 네 알을 연이어 뽑아 먹게 되는 맛이다. 일본 가정식처럼 소박하게 나오는 쇠고기 카레는 카레가루를 듬뿍 넣어 진하게 만들었다. 이 대표는 하루 정도 뒀다 먹으면 카레가 더 맛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간장 당고 네 알에 1천원, 야채 오니기리도 1천원, 쇠고기 카레는 5천원. 홍대 극동방송국 근처. 070-7573-3164.

잡초

대표가 세 명이다. 나이가 스물넷, 스물여섯, 스물일곱 살이다. 그래서 수입도 삼등분해야 한다. 그리고 뭘 더 해볼까 매일 고민한다. 이치경 대표가 말한다“. 원래는 단편영화를 상영하는 카페를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저작권 문제 등 신경 쓸 것이 많아서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요리와 주류를 같이 파는‘브라세리’로문을 열었죠. 몇 달 해보니 이게 또, 재료 공수가 쉽지 않더라고요. 지금은 그냥 커피와 음료를 파는 카페만 운영하고 있어요.”밟아도 계속 살아나는‘잡초’가 카페 이름이다. 부엌까지 합쳐서 원룸 정도 되는 크기에 테이블은 두 개다. 공간을 다 차지하도록 큰 상을 하나만 놓은 건 소통을 위해서다. 은퇴한 청와대 요리사도 오고, 중년 배우도 오고, 매일 새로운 손님이 오니까, 마주 보고 둘러앉으면 말도 트이고 속도 트인다. 대표의 친구가 또 다른 친구를 데려오면 다 같이 친한 친구가 되기도 한다. 이치경 대표는 가회동에서 유명한 구르메 빵집에서 빵을 사와 커피와 함께 마시길 추천했다. 그래도 커피는 많이 팔아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한다“. 저희 집 커피는 정말 신선합니다.” 에스프레소 2천5백원, 더치 커피 6천원, 샹그리아 1리터가 만원. 가회동 재동초등학교 정문 앞. 02-741-2824.

에오

물건이든 음식이든 무엇을 많이 팔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면 압구정 복판에 있을 필요가 있을까? 허노희 디자이너는 어디든 그저 공간을 갖고 싶었다고 답한다. 이곳은 고객의 주문을 받아 침구부터 의류, 그릇까지 모두 디자인하는 허노희 대표의 쇼룸이다. 파는 물건과 팔지 않는 물건을 일일이 물어봐야 하는 가게다“. 저의 감각과 이미지를 이 공간에 표현하고 전시하는 겁니다. 주변에서 그러더라고요. 이렇게 디자이너와 상의해 집 안의 소품이나 침구를 맞춤 주문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소개할 만한 공간을 만들라고요. 집에서만 작업하다가 이곳에 오면 저도 좋고요.” 들어서면 한쪽 벽면의 손으로 작업한 이불 세 채가 먼저 눈에 띈다. 헝겊을 오려 붙이고 바느질 땀을 살려 모양 낸 이불은 어디서도 본 적 없고, 머릿속으로도 그려본 적 없는 독특함이 있었다. 특별한 이불을 즐긴다는 것만큼 우아한 취미가 있을까? 허노희 대표는 쿠션 하나, 베개 하나라도 마음에 드는 것을 쓰는 쾌락을 느껴보라고 말한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 근처. 02-515-8582

뜨라또리아

각도가 어그러진 사거리 한 모퉁이에 테이블 네 개가 전부인 이탤리안 레스토랑이 있다. 이전엔 연탄가게, 쌀가게, 구멍가게였던 자리다. 레스토랑의 부엌은 두 명이 등을 맞대면 꽉 끼는 크기. 부엌 너머는 손님을 맞으려고 식탁보를 깨끗하게 깔아둔 이탈리아 가정집 거실 같다“. 소박하고 훈훈한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누굴 크게 부르거나 벨을 누르지 않아도 주방과 이야기할 수 있는 레스토랑요. 직접 레시피를 들고 와서 주방에 건네는 손님도 있어요.”강경덕 셰프가 테이블에 꽃을 꽂으며 말했다. 등을 맞대고 요리하는 두 명의 오너 셰프는 친구 사이다. 디자이너였던 친구가 요리사 친구와 함께‘나만의 공간’을 열었다. 하고 싶은 일을 욕심 없이 해보기엔 더없이 알맞은 크기의 공간이라고 말한다. 그래선지 요리도 손이 두툼한 이탈리아 할머니가 만들어주는 맛이다. 포모도로 샐러드가 1만3천원, 안초비와 갈릭 오일 파스타는 1만4천원. 모레티 맥주는 8천원. 신사동 가로수길 뒤편. 02-6402-1614.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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