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의 맛

알 수 없지만, 여자는 뭔가를 빨리 그리고 깊이 느낀다. 세상에서 가장 빨간 차 다섯 대를 맛본 이 여자의 표정도 그랬다.

드레스는 프라다, 팔찌는 모두 에르메스, 구두는 디올


포드 2010 뉴토러스


영욕의 세월이었다. 토러스의 과거는 화려했다. 미국과 포드를 대표하는 고급 세단이었다. 1992년부터 이후 4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 2세대 모델의 실패는 2006년 10월27일 생산 종료로 이어졌다. 이 차는, 신차발표회도 하기 전에 에만 미리 공개하는 2010년형 포드 뉴토러스다. 2008년 토러스에 장착됐던 3.5리터 듀라텍 엔진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나머지는 다 바꿨다. 눈매를 날렵하게 하고 볼륨을 키웠더니 굴곡이 살아났다. 보수적인 직선, 육중한 미국차의 편견을 디자인으로 극복하려는 시도일까? 포드 코리아는, 주행감도 날렵해졌다고 전해왔다. 에쿠스보다 큰 차체, 대형 세단이면서도 운전자중심으로 만들었다며. 이런 덩치에 ‘스포티’는 어떤 조합이 될까? 전혀 새로울 거라는 말 외엔, 아직 어떤 단서도 없다. 출시는 10월 중, 가격도 미정이다. 단, 제네시스와 에쿠스로 대표되는 국내 대형 세단을 결심한 사장님이라면 꽤 고민될 가격이라고는 한다.

니트 풀오버는 루이비통, 스커트는 미우미우, 구두는 미우미우.


BMW 120d


1시리즈는 가장 젊은 BMW다. 그리고 쿠페다. 320d, 520d에 들어가는 엔진이 이 차에도 들어 있다. 2.0리터 직렬 4기통 디젤엔진이다. 177마력, 최대토크는 35.7kg/m다. 3시리즈와 5시리즈를 움직이는 힘으로 더 작고 가벼운 몸을 움직인다면,결과는 확연할 것이다. 뒷바퀴 굴림, 5:5의 무게 배분. 가장 안정적으로 돌고, 가장 힘차게 뛰쳐나간다. 안전 최고속도는 시속226킬로미터, 제로백은 7.6초다. 노면을 단단하게 움켜쥐고 코너에 딱 붙어 있다는 느낌. 브레이크 밟는 것도 잊고 달릴 때, ‘재미’가 탄성으로 터져 입꼬리에 걸린다. 울룩불룩한 근육질은 아니다. 대신 간결한 선 안에 꼭 필요한 잔근육들만 옹골차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타이트’하게 이어지는 긴장감이 운전석까지 이어진다. 스포츠 패키지의 가격은 4천3백60만원.

브레지어 탑, 스커트, 목걸이, 뱅글 모두 샤넬.


메르세데스 벤츠 GLK 220 CDI 4MATIC


벤츠의 G클래스는 오프로더다. G바겐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GLK에서 느껴지는 중량감과 툭툭 내려쳐 깎은 듯한 직선에서 역설적으로 느껴지는 우아함 또한 익숙할 것이다. GLK는 G 바겐의 오프로더DNA(Gelandewagond)를 계승하면서, 고급스럽고(Luxury), 콤팩트(Kompact)하게 만들었다는 벤츠의 의지를 담은 이름이다. 도시와 시골, 도로와 산, 온로드를 기반으로 오프로드의 성능을 더했다. 수심 30센티미터까지 마음 놓고 달릴 수 있다. 차체가 높다. 따라서 시선도 높고, 앞유리가 바짝 서서 더 널리 보인다. 2,143cc, 직렬4기통신형 CDI 엔진을 품고, 기어가 5단을 물고 있을 때 시속 180킬로미터까지 수월하게 치고 나간다. 바짝 선 앞유리를 치고 나가는 바람 소리는 이중접합 유리로 차단했고, 디젤엔진 특유의 소음도 실내에선 오히 려 부드럽다. 이 덩치를 하고도 공인 연비는 리터당 14.2킬로미터다. 적게 먹고 멀리 달린다. BMW와 아우디, 폭스바겐이콤팩트 SUV를 속속 출시할 때, 벤츠는 침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첫 번째 결과물이 이 정도로 안정적이다. 그리고 GLK는, 빨간색이 예쁘다. 5천7백90만원.

드레스는 발렌시아가, 언더웨어는 캘빈클라인 언더웨어, 구두는 마놀로 블라닉, 시계는 불가리(파렌티지 워치).


렉서스 IS250C


IS250은 렉서스 가족의 막내다. 뒤에 붙은 C는 컨버터블이라는 뜻이다. 딱딱한 지붕이 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21초. 금속 지붕이 두 조각으로 접혀 트렁크 안으로 들어가는데, 이토록 조용하다‘. 정숙성’에 대한 토요타의 집착은 강박적이다. 두 개의 메인 루프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무게를 줄이고, 이음세 하나하나를 다듬어 소음을 줄였다고 한다. 지붕이 열리면 속살은 하얗다‘. 컨버터블 쿠페’라는 이름이 기대하게 만드는 어떤 진동, 발가락을 간질이는 페달의 울림, 통통 튀는 승차감을, 렉서스는 허락하지 않는다. 2.5리터 V6엔진을 품고, 맨살에 실크 드레스를 입고 잠든 숙녀처럼 달린다. 지붕을 열었을 땐, 운전석보다 뒷좌석에 앉았을 때 소중한 기분이 든다. 세단의 승차감은 그대로, 시야엔 하늘이 열리니까. 유럽식서스펜션의 즐거움을 사랑하지만, 렉서스의 극단적인 품위와 정숙함에도 분명한 쾌락은 있다. 6천4백50만원.

화이트셔츠는 닐바렛, 브레이지어는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 스커트는 루이비통, 구두는 디올, 목걸이는 랑방, 시계는 불가리(파렌티지 워치).


볼보 S402.4i


이렇게 익숙한 뒷모습을 하고도, S40의 얼굴은 낯설 수도 있다. 익숙한 건 볼보의 패밀리 룩을 입었기 때문이고, 낯선 건기대만큼 많이 팔리진 않았기 때문이다. 똘똘한 막내아들 같은 C30,믿음직한 큰오빠 같은 XC60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 느낌이 없지 않다. 하지만, 욕심이라면 둘째가 가장 많은 법이다. 게다 예쁘기까지한 딸이다.C 30 이전엔 S40이 가장 스포티했다. 볼보가 양껏 욕심 부려 만든 차다. 뒷 공간을 비운 센터페시아도 S40이 처음이었다. 항상 덩어리로 묶여 있어야했던 공간에서 일단의 벽을 허물었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빈틈이 보이지 않고, 마음껏 몰아도 빠짝 따라 붙는다. 날렵하게 치고 빠지는 타입은 아니지만, 철강 강국 스웨덴 차답게 두텁고 단단하다. 최소한 이 안에선 다치지 않겠다는 믿음을 주는, 만듦새가 매혹적인 준중형 세단이다. 3천6백4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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