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체코 맥주 체크

2009.09.29GQ

체코의 식료품점에서는 하이네켄이니, 칭타오니, 밀러니 하는 맥주를 볼 수 없다. 오로지 자국 맥주만으로 당당하다.

맥주 강국이라고 하면 흔히 독일을 떠올리는데 체코가 제일의 맥주 소비 대국이다. 게다가 (감사하게도) 체코의 물가는 유럽 전체에 비해 낮은 편이어서 맥주 값이 생수 값과 비슷비슷하다. 체코에서 며칠 지내다 보면 생수 사 먹을 바엔 비타민이 살아 있는 필스너 맥주를 마시는 게 건강에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체코 출장 중, 밤마다 슈퍼마켓에 갔다. 맥주 진열대 앞에서 하염없이 턱을 놓고 구경했다. 자국 맥주로만 맥주 진열대를 채워도 우리나라 마트의 수입 맥주 코너보다 더 화려하니, 맥주 애호가가 체코를 찾았다면 한 병 한 병 맛보지 않을 수 없을 게다. (사진에 있는 맥주가 다가 아니다.) 그래서 몇 병 사서 먹어봤다. 필스너를 대표하는 맥주는 필스너 우르켈인데, 굳이 따지자면 일반 맥주보다 가격대가 조금 높은 프리미엄 맥주다. 그래서 자국 시장 점유율이 7퍼센트 정도. 같은 회사에서 나오는 감부리누스 맥주는 25퍼센트에 육박하는 국민 맥주다. 필스너 특유의 쓴 뒷맛은 여전한데, 약간 단 향이 올라온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건 탄산이 조금 덜하기 때문이다. 부드바는 체스키 부데요비체 지역에서 만드는 대표적인 맥주다. 이름은 미국의 버드와이저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르다. 부드바는 도수도 탄산 함유량도 낮다. 그래서 술렁술렁 넘어가고 쓴맛도 크게 튀지 않는다. 코젤은 잔에 따라놓고 눈으로만 봐도 크림의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흑맥주다. 한 모금 마시면 생각보다 질감이 두껍지 않다. 탄산도 적당히 느껴져서 그렇다. 달콤한 데다 홉의 기운도 부드러워 여자들이 조금 더 좋아할 맛이다. 스타로프라멘은 체코의 3대 맥주를 꼽을 때 꼭 끼는 맥주다. 더도 덜도 아닌 필스너 맥주의 전형적인 맛이다. 과일 향이 살짝 올라오면서 끝은 조금 쓰다. 술술 넘어간다. 크루소비체는 다른 필스너 맥주에 비해 곡물의 구수한 맛이 많이 올라온다. 탄산도 충분해 음식과 함께 마시면 잘 어울린다. 자텍은 체코에서 홉으로 유명한 지역의 이름을 그대로 붙인 맥주다. 그런만큼 사츠 홉의 특징이 그대로 살아 있다. 마실 때 뒷맛을 꼼꼼히 맛봐야 한다. 베르나드는 약간의 단맛이 이내 사라지고 뒷맛이 깔끔한 맥주다. 가벼운 맥주는 꿀꺽꿀꺽 마셔도 목구멍이 따갑지 않다.

왼쪽부터) 베르나드Bernard, 자텍Zatec, 감브리누스Gambrinus, 부드바이저 부드바Budweiser Budvar, 코젤Kozel, 스트라프로멘Staropramen, 크루소비체Krusovice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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