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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왕의 귀환

2009.10.09GQ

라이카가 M9와 X1을 발표했다. 관심이 S2에 쏠려 있는 사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빨간 딱지 값이야.”라이카의 디지털카메라를, 특히 파나소닉과 합작한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를 폄하할 때 나오던 말이다. 라이카도 정색하고 화낼 순 없었을 거다. 필름 카메라 시절처럼 만면에 자부심이 가득할 만한 제품들은 아니었으니까. 분위기는 M8이 나오면서 조금씩 바뀌었다. M의 이름을 디지털카메라가 물려받을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논쟁은 더 뜨거웠다. 그 사이 S2를 발표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35mm 풀 프레임보다 56% 더 큰 이미지 센서, 3750만 화소, 오토 포커스가 가능(이건 라이카로 범위를 제한하면 놀라운 기능이 된다), 함께 나오는 4개의 새로운 렌즈에 대한 정보는 많은 사람을 설레게 했다. 그리고 9월 공개된 M9에는 M8이 갖지 못했던 35mm 풀 프레임 이미지 센서가 들어가 있었다. 필름을 고집하던 사람도 한 번쯤 사양을 찬찬히 읽게 할 만한 변화다. 그리고 M9와 함께 발표한 X1은 파나소닉과 상관없이 라이카만 내놓는 소형 디지털카메라다. APC-C 크기의 이미지 센서에 24mm(환산화각 35mm 정도) 단렌즈가 붙어 있다. 그러니까 라이카 버전 시그마 DP2라고 생각하면 된다. M9는 한두 달 내에, S2는 10월경, M9는 내년 1월경 출시될 예정이다. 문제는 가격. 환율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M9는 8백50만원대, S2는 3천만원대, X1은 2백50만원대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빨간 딱지 값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라이카가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드라마틱한 순간이다.

    에디터
    문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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