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의 집은 어디인가

기성용은 곧 스코틀랜드의 셀틱 FC로 간다. 두 명의 해설위원이 찬성과 우려의 입장에서 글을 보내왔다.

스코틀랜드 리그의 평균 수준이 K리그보다 별반 나을 게 없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현재 스코틀랜드 리그의 유럽 랭킹은 15위에 불과하다. 이는 스위스, 덴마크, 그리스 리그보다 낮은 순위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전반까지의 스코틀랜드는 볼 만한 다국적 선수들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셀틱의 사마라스 정도만이 주목할 만한 외국인 선수다. 실제로 상당수 스코틀랜드클럽의 멤버 구성은 보잘것없다. 그렇다 해도 “기성용이 셀틱으로 가면 안 된다”고 주장할 결정적 근거는 되지 못한다.

우선 셀틱이라는 클럽은 분명 매력적이다. 챔피언스 리그나 유로파리그의 단골 출전을 차치하고라도, 축구 세계에서 셀틱의 위상은 결코 가볍지 않다. 셀틱은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이나 뉴스 등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전파를 많이 타는 클럽이다. 리그의 평균 수준과는 상관없이 셀틱에서의 활약은 세계의 주목을 받기에 좋은 조건이다. 이는 FC서울에서 뛰거나 J리그에서 뛰는 것에 비해 더 큰 주목, A매치를 통해서만 알려지는 것보다 더 지속적인 방식의 주목일 것이다.

셀틱에서 아무리 맹활약해봤자 빅 리그로 다시 옮겨가는데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반론도 있다. 왜? 스코틀랜드의 리그 수준이 별로니까. 셀틱에서의 활약이 빅 리그 빅클럽을 혹하게 하기엔 상대들이 너무 약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간단히 말해 기성용은 ‘작은 연못 안의 큰 고기’가되면 된다. 예를 들어 과거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서 로벤과 케즈만에 대한 평가는 다소 달랐다. 전자는 다른 곳에 가도 잘할 선수라는 평가가 우세한 데 반해, 후자의 경우에는 의구심이 더 많았다. 전자는 ‘작은 연못 안의 큰 고기’, 후자는 ‘작은 연못에서만 커 보이는 고기’라는 의미다. 포인트는, 활약하는 곳의 평균 수준이 어떤 선수의 그릇 크기를 결정짓는 것은 결코 아니란 것이다. 빅 클럽 지도자와 스카우터들은 상당 부분 이를 분별해 내는 안목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기성용은 셀틱의 상대 팀들이 약하건 말건, 자기 자신의 ‘클래스’만 제대로 발휘해주면 된다는 이야기다. 많은 눈이 지켜보는 곳에서 말이다. 특히 레인저스와의 목숨 거는 라이벌전을 비롯, 유럽 무대에서 만날 비 스코틀랜드 클럽들과의 경기는 충분히 해볼 만한 경험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성용은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셀틱에 입성하게 됐다. 리그의 절반이 지나면서 팀이 어느 정도 구축된 상태일 것이다. 셀틱이 이미 충분한 중앙 미드필더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기성용은 이 경쟁을 이겨내야만 하고, 또 이겨낼 것으로 본다. 스콧 브라운이든, 정즈든, 마르크 크로사스든 능력 면에서 기성용이 그들을 두려워할 이유는 별로 없다. 그리고 만약 셀틱 수준의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향후 빅 리그에서의 성공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성용의 선택을 존중하며 그가 잘해낼 것이라 믿는다.

글 / 한준희(KBS 축구해설위원)

선수로서의 기량 발전과 성공을 얻기 위한 이번 이적이 자칫 K리그에 남는 것보다 못할 수 있을 것같아 조금 걱정스럽다. 먼저 기성용의 이적 시점이다. 기성용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셀틱에서 좋은 기량을 선보일 수 있겠지만, 여름이 아닌 겨울에 합류한다는 것은 기회 측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주전이 결정되지 않은 프리 시즌에 합류해서 경쟁하는 것과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뒤늦은 경쟁을 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이미 주전이 정해진 상황에서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성에 차지 않는다면 모를까, 그들이 전반기 동안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면 굳이 새로운 선수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기성용이 비집고 들어갈 틈바구니는 주전들의 부상이나 부진 혹은 체력 안배 차원의 로테이션뿐이다. 그러나 그런 적은 기회로는 감독과 클럽, 팬의 눈도장을 찍기에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 몇 경기 뛰지 못하게 되면 자연스레 경기력은 떨어지고 빠른 적응도 불가능해진다.

더구나 현재 기성용은 많이 지친 상태다. 작년부터 확실히 뜬 그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이곳저곳 불려 다니느라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이번 시즌을 보면 부쩍 기성용의 활동 반경이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상태에서 다시 휴식 없이 거친 무대에 나가야 한다. 적응은 둘째치고 부상을 당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만약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 월드컵을 앞둔 대표팀에게도 커다란 손해다.

셀틱 이적이 염려스러운 다음 이유는 셀틱을 거쳐 빅 리그에 입성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기성용이 마음에 품은 무대는 프리미어 리그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최근 스코틀랜드에서 프리미어 리그로 건너간 선수의 숫자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이적이 성사되더라도 강 등을 걱정해야 하는 하위권 클럽이 대부분이었다. 대개는 빅 리그 정착을 위해서는 또 다른 경유지가 필요하다. 빅 리그의 발판으로 셀틱을 선택하지만 셀틱 유니폼이 반드 시빅 리그의 주목으로 연결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혹자들이 말하는 스코티쉬프리미어 리그의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는 주장과는 조금 다르다. 과거 스타 선수들이 포진하면서 시선을 끌던 시절과 차이가 있다는 것이지 리그 자체의 수준과 결부시켜서는 곤란하다. 단순히 기량 발전을 위해서라면 셀틱으로의 이적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 셀틱이 유럽대항전에 진출하는 단골손님이라는 것만으로도 기성용이 발전할 수 있는 요건은 충분하다. 다만 기성용의 목표는 단순히 유럽 진출이 아니지않은가? 지금처럼 K리그에서도 빅리그로 직행하는 선수가 심심치 않은 상황에서 굳이 셀틱이어야 하는 아쉬움이다. 다시 말하자면 시기상의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말이다.적극적으로 반대를 하는 건 아니다. 단지 그가 더 큰 선수로 성장할 기회를 놓칠게 될까 하는 걱정에 하는 우려다.

글 / 박찬하(KBS N 스포츠 축구해설위원)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