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은 아름답다

운전석은 아름답다. 길을 잃었다 해도. 한눈팔 새 없을 만큼.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완성’된 파나메라에 어떤 우려를 덧붙일 수 있을까? 엉덩이가 너무 ‘빵빵’하다는 불만? 1톤이 넘는 ‘육중한 스포츠카’라는 이율배반? 전자는 취향이다. 후자는, 극복 가능한 명제였다. 무게에 대한 우려는 ‘안정감’으로 각인됐다. 파나메라 터보의 최고 속력은 시속 303km. 마음을 굳게 먹고, ‘그렇게’ 달릴 수 있는 길만 있다면 가능하다. 제로백은 4.2초다. 그렇게 달려 나갈 땐, 지구의 핵이 트렁크에 들어 있는 느낌이다. 횡으로 짓누르는 중력에 하체가 저려온다. 타고 있는 네 사람이 동시에 소리를 지르게도 된다. 종국엔 모두‘갖고 싶다’고 생각한다. 기어 옆엔 다양한 버튼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보기에만 복잡하다.‘원 터치 원 펑션’이다. 요즘 유행하는 ‘조그 셔틀’의 대세를 거스르는 포르쉐의 고집이고, 오히려 직관적이라서 편하다. 오른쪽, 왼쪽 상단엔 각각 온도 조절 버튼, 왼쪽 아래는 서스펜션과 차 높이를 조절하는 버튼들이 있다. 오른쪽 하단은 스포일러와 뒷유리 블라인드를 조작하는 버튼들이다. 계기판의 다섯 동그라미 또한 포르쉐의 전통이다. 왼쪽부터 엔진오일 온도와 압력 게이지, 속도계, RPM, 다기능 표시창, 냉각수와 온도 게이지다. 천연 소가죽을 한 땀 한땀 엮었고, 천장은 알칸타라 가죽으로 덮었다. 이 차는 포르쉐 파나메라의 대표 조합, 크림색 시트와 ‘요팅 블루’ 색상의 인테리어다. 옵션을 뺀 가격은 2억2천5백만원. 여기에 3천6백여 옵션을 선택해 섞을 수 있다. 경우의 수는 수만 가지다. 가질 수만 있다면, 당신의 파나메라가 지구에서 유일할 수도 있다.




볼보 뉴 S80 D5


핸들의 모양부터 ‘안정적’이다. 네 모서리가 휠에 붙어 있다. 어떤 각도로 돌릴 때, 엄지나 집게 손가락이 단단하게 고정되는 느낌을 받는다. 굳이 팔을 많이 쓰지 않아도 부드럽게 운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 조금 더 차분한 마음으로 운전하게 된다. 인테리어는 까탈스럽지 않다. 지나치게 ‘전자적’이지도, 무턱대고 투박하지도 않다. 실용과 진보 사이에서 중용을 찾았다. 계기판엔 두 개의 동그라미가 있다. 왼쪽은 속도, 오른쪽은 RPM 계기판이다. 센터페시아 버튼들은 큼직큼직하다. 북유럽 생활이 자연스럽게 녹아난 디자인이다. 추운 도시에서 장갑을 끼고도 개별 버튼들을 불편함 없이 조작할 수 있도록. 시트에 앉은 사람 모양의 에어컨 공조 장치는 볼보 ‘고유’의 인테리어다. 그 아래는 옆 차선에차가 접근하면 알려주는‘블리스’ 버튼,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주차 보조 시스템을 관장하는 버튼들이 모여 있다. 전체적으로 크고, 쉽고, 깊이 눌린다. 디젤 엔진이니까, 가속도 느리고 시끄러울까? 트윈터보 엔진이 기민하게 반응하고, 실내에서 느껴지는 엔진 소리는 ‘내가 운전을 하고 있구나’느낄 정도, 오히려 쾌적하게 들린다. 볼보의 최고급 세단이면서도 공인 연비는 13.3km. 가격은 5천4백80만원.




벤츠 뉴 E350 쿠페


E 클래스의 핸들은 운전자가 손을 떼지 않고도 ‘생각보다’많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핸들 오른쪽 동그라미 안에 들어 있는 다섯 개의 버튼으로는 블루투스를 통제할 수 있다. 음성인식 장치로 오디오, 전화, 내비게이션을 조작할 수도 있다. 왼쪽 동그라미로는 라디오, CD, MP3, 내비게이션까지를 조작할 수 있다. 계기판엔 다섯 개의 동그라미가 있다. 왼쪽부터 연료, 아날로그 시계, 속도계, RPM, 차체 온도를 표시한다. 센터페시아엔 익숙한 버튼들이 배치돼 있다. 센터 콘솔 앞에 있는 조그셔틀로도 시스템 내부를 유영할 수 있다. 익숙해지는 덴 시간이 걸리겠지만, ‘돌리고 누르는’ 동작 자체가 ‘찾아서 누르기’보단 편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운전 중엔 특히 그렇다. 생각보다 길게 느껴지는 센터콘솔엔 역시 ‘생각보다’사려 깊은 수납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시트는 검정, 빨강, 회색, 베이지 중고를 수 있다. 베이지는 ‘아몬드 베이지’와 ‘네추럴 베이지’, 빨강의 이름은 ‘플라멩코 레드’다. 7천9백90만원.




폭스바겐 골프 6세대


5세대에 비해 많은 게 바뀌었다. T자형 핸들 아래 부분 크롬 테두리 가운데엔 구멍이 뚫려 있다. 폭스바겐 CC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디자인이다. 5세대 때 대체로 빨강이었던 계기판 조명은 흰색으로 바뀌었다. 눈으로 느껴지는 부담이 줄었고, 더 잘 보인다. 센터페시아는 소년처럼 담백하다. 당신이 바라는 건 ‘간단하게’들어주겠다는 편의. 골프 운전석은 처음 앉아보는 사람도 ‘그림’만 보고 알아챌 수 있는 정도다. 계기판엔 두 개의 동그라미가 있다. 왼쪽이 RPM,오른쪽이 속도다. 서체와 눈금의 디자인도 바뀌었다. 가운데는 순간 연비와 평균 연비를 비롯한 거의 모든 정보가 표시된다. 티구안에 먼저 소개됐던 ‘파크 어시스트’는“기계보단 손이 빠르다”고 자부하는 여느 남자들보다 빠르게 일렬주차를 해낸다. 티구안 땐 앞뒤로 1.4미터의 여유 공간이 필요했다. 골프 6세대는 앞뒤로 1.1미터의 공간만 있으면 핸들이 마술처럼 돌아간다. 계기판에 표시되는 전진, 후진 명령만 따르면 된다. 운전자가 핸들을 조작하면, ‘파크 어시스트’기능은 알아서 꺼진다. 앞뒤 범퍼에 달린 센서는 주변 사물들이 골프와 얼마나 가까운지를 오디오 정보창으로 알려준다. 폭스바겐의 DSG(다이렉트 시프트 기어박스)가 실현하는 변속은 빠르고 안정적이다. 스포트 모드에선 5세대 GTI 버금간다. 꼭 필요한 기능들만 꼼꼼히 숙지한 채 꾀한 어떤 ‘혁신’들이, 구석구석 모여 있다. 3천3백90만원.




재규어 XFR


이 차는 거대한 전자장비다. 엔진을 거는 순간, 둥그런 모양의 금속 기어가 올라온다. 에어컨을 겨면 송풍구가 열린다. 어떤 소리가 들린다면 ‘지이잉-’일 것이다. <스타 트렉> 같은 공상과학 영화에서처럼.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않는다. 엔진 소리만 들린다. ‘캬웅’에 가까운, 짧고 섹시한 소리다. 재규어 XFR은 XF의 고성능 모델이다. 이 차를 타고 인천공항 고속도로를 달릴 땐 (비밀이지만) 시속 260km를 찍었다. 터널을 지날 땐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빛이 선으로이어졌다. 정지 상태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았을 땐 뒷바퀴가 흔들리다 곧 튀어 나갔다. 제로백은 4.9초. 지난해 미국 유타 주 보네빌에선, 속도 제한이 풀린 XFR이 시속 363.188km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센터페시아의 선명한 모니터는 손가락이 살짝만 닿아도 인지한다. 내비게이션, DMB, 오디오 시스템이 직관적으로 구성돼 있다. 계기판의 숫자, 중앙 모니터 화면을 구성하는 선들, 기어와 사이드 브레이크를 각각 둘러치고 있는 조명들은 어떤 통일성 안에서 아름답게 절제돼 있다. 파란색 가죽에 흰색 스티치는 ‘영국적으로’고급하다. 천장의 알칸타라 가죽, 밝은 베이지색 시트와 센터 콘솔은 피부의 촉감을 닮았다. 1억4천4백만원.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일단 눈에 들어오는 건 계기판이다. 오토바이를 본 떠 만들었다. 자칫 ‘재미’에만 머무를 수 있었던 시도지만, 의외로 단순하고 명쾌한 묘가 있다. 동그라미는 속도계다. 옆에 있는 네모는 LCD 창이다. RPM과 남은 연료로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를 비롯한 정보들을 띄운다. 운전자의 체형과 키에 따라 핸들을 위아래로 조작하면, 계기판도 따라 움직인다. 핸들의 위치에 따라 가릴 일이 없다는 뜻이다. 센터페시아는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외관에서 느껴지는 어떤 공격성을 고스란히 살려 좌우대칭 브이자로 흘러나간다. 풍만하고 단단한 느낌은 엔진을 걸어도 마찬가지다. (경차치곤) 조용하다. 달려도 그렇다. 이전 마티즈처럼 불안하게 통통거리지 않는다. 시속 100km까지 안정적으로 가속한다. 시속140km까지도, 그저 당돌하게 뛴다. 문을 여닫을 때 들리는 소리에선 안정감이 느껴진다. 이전엔 경박한‘탕!’소리였다. 이번엔 낮게 깔리는‘툼!’에 가까운 소리가 난다. 고장력 강판을 66.5퍼센트, 초고장력 강판을 16.5퍼센트 썼다. 뒷좌석엔 성인 두 사람이 타기에 모자람이 없는 공간이 확보돼 있다. 가격은 1천9만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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