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dget

나비야 나비야

2009.11.27GQ

부르면 날아올 것 같다. 몸무게가 7백50그램 밖에 안 되니까.

RATING ★★★☆☆가격만 제외하면 ‘넷북의 왕’이란 칭호를 얻을 만하다. FOR 사주에 역마살이 있다고 나온다면.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딘가를 거닐다 길을 잃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AGAINST 우리, 사람 되기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 말자.

“넷북을 하나 사려고 하는데 뭘 사면 좋을까요?” 평범한 질문 같지만, 묻는 사람이 ‘넷북’이 뭘 의미하는지 모른다면 추천이 아니라 스무고개부터 시작해야 한다. 데스크톱 컴퓨터는 있는지, 밖에 얼마나 자주 들고 나갈 건지, 게임이나 그래픽 작업을 하려는 야망은 없는지…. 사실 넷북의 의미를 잘 파악하고 있는 정도의 사람이라면 저런 질문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 뭘 고르든 성능은 거의 비슷하니까. 오히려 디자인이나 특정브랜드에 대한 호오는 컴퓨터에 대해 알든 모르든 본인이 제일 잘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지금도 잘 모르겠다면 미국의 시장 조사 회사인 IDC가 정한 정의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7~11인치 정도의 화면에 키보드가 있고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5백 달러 미만의 노트북.” 기본 기능만 있는 저가형 휴대전화 같은 것이다. 다른 점이라면 ‘효도폰’보다 훨씬 그럴듯해 보이는 이름을 가졌다는 것 정도. 그래서일까? 정의를 그대로 믿었다간 뒤통수 맞는 일이 꽤 생긴다. 지금 보고 있는 소니 X117 같은 넷북에 맞으면 눈이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X117은 1백90만원대의 ‘고가 넷북’이다. 정의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저임금 고소득’이나 ‘훈훈한 한파’같은 말과 다를 바가 없다. ‘쿼드코어CPU라도 썼나?’ 상상하지만 결국 보게 되는 건 아톰 CPU다. 그래도 그 중에서 제일 빠른(2GHz) Z550를 쓰긴 했다. X117이 그렇게 얄밉게 굴어서 얻은 건 무게다. 11.1인치의 화면에 약 7백50그램이다. 같은 크기에서 유일하게 1킬로그램 미만인 데다 9백90그램처럼 치사한 수치도 아니다. 직접 들었을 때는 이거다, 싶을 것이다. 노트북계에서 ‘무겁지 않다’와 ‘가볍다’의 차이는 엄청나다. 일반적인 외형에서 후자의 느낌을 제대로 주는 노트북은 처음이다. 1.39밀리미터의 두께도 가벼워서 위력을 발한다. 하루 종일 들고 다녀봤다. 저녁에도 어깨가 처지지 않았다. 오히려 가방에 노트북이 들어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아서 기분이 더 좋아졌다. 디자인이나 마감도 나무랄 데가 없다. ‘DSLR보다 비싼 콤팩트 카메라가 없는 건 아니니까.’ 합리화는 어렵지 않다. 그래서X117을 추천하냐는 거냐고 묻는다면, 글쎄, 역시 스무고개부터 해봐야겠다. 이번엔 좀 색다르게 월급이 얼만지부터 시작해볼까? 집은 전세인지 월세인지….

    에디터
    문성원
    포토그래퍼
    김종현
    아트 디자이너
    아트 에디터 / 김영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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