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스마트폰을 쓰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다들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니 아이폰이니 블랙베리 메신저니 하는 생소한 말들을 앞다퉈쓰고 있다. 하지만 몇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블랙베리를 무서워한다. 대한항공은 얼마 전 모든 임원한테 블랙베리를 나눠줬다. 대한항공 직원은 말한다. “오후 6시에 이메일로 일일 보고를 보내놓고 퇴근하려고 하면 상무님한테서 바로 연락이 옵니다. 퇴근길에 블랙베리로 이메일을 확인하신 거죠. 이런저런 것들은 왜 제대로 처리가 안 됐는지 물어보시면 그 일을 처리하느라 퇴근 시간이 한 시간 넘게 늦어지기 일쑤죠.” 기자들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휴대폰이 드물던 15년 전만 해도 기자들은 하루 한 건만 취재하면 됐다. 그 이상은 물리적으로 어려웠다. 휴대폰이 생기고 나선 하루에 다섯 건, 열 건의 취재와 확인을 거듭하게 됐다.

통신 기술은 삶의 모양새를 바꾼다고 말한다. 아니다. 통신 기술은 삶의 본질마저 바꾼다. 사무엘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에서 앞으로의 갈등은 이념이 아니라 문명의 충돌에서 비롯될 거라고 했다. 문명의 충돌이 가능해진 건 교통이 발달한 탓이었다. 동아시아 문명과 유럽 문명의 정면 충돌로 기록된 칭키즈칸의 대원정이 가능했던 건 날랜 말이 있었서였다. 9.11 테러에 비행기가 사용된 건 상징적이었다. 통신은 좀 더 개인적인 차원의 삶을 바꾼다. 유선 전화 세대의 통신은 ‘용건만 간단히’ 였다. 휴대폰과 메신저 세대의 통신은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것보다 더 친밀하고 간결한 소통이다. 휴대폰 번호에 정체성을 담는 사용자들도 흔하다. 현대인들한텐 휴대폰 번호라는 바코드가 하나씩 달려있다. 그 사람의 생각, 행동, 감정으로 통하는 접속코드다.

스마트폰은 한참 진화한 개인용 접속 코드다. <매트릭스>의 원전이 됐던 <공각기동대>를 보면 인간의 생각과 감정은 모두 디지털화된다. 생각과 감정을 전기 신호로 바꿔 전자 두뇌에 담아두고 스스로를 컴퓨터처럼 조작한다. 공상 과학이라고 무시할 일이 아니다. 쥘 베른이 <달나라 여행>을 쓰고 1백년 만에 인류는 달에 갔다. 쥘 베른의 상상처럼 달을 향해 장거리 대포를 쏘는 방식은 아니었지만, 마찬가지다. 인간의 생각, 감정, 영혼까지도 언젠가는 어떤 기계 안에 담을 수 있는 시기가 올 수 있다. 어쩌면 스마트폰은 이미 그런 기계 뭉치의 맹아다.

오바마는 블랙베리 마니아다. 백악관에 입성해서도 블랙베리만큼은 포기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오바마가 포기하지 못한 건 블랙베리라는 기계 뭉치가 아니다. 블랙베리는 흔히 크렉베리라고 부른다. 손에서 놓을 수 없을 만큼 중독성이 강하단 뜻이다. 음악도 듣고 영화도 봐서 놓을 수 없는 게 아니다. 블랙베리는 인간이사회 활동을 하면서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를 담을 수 있게 설계됐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메모할 수 있는 수첩, 음성 녹음, 카메라, 음성 전화, 문자, 이메일, 메신저까지 하나로 묶었다. 자신도 모르게 기억해야 할 모든 정보를 블랙베리 안에 넣게 된다. <공각기동대>처럼 두뇌를 기계로 바꿀 필요도 없다. 알아서 자신의 두뇌와 스마트폰을 동기화 해버린다. 미국 의료보험 제도에 대한 오바마의 생각을 읽고 싶거나 아프카니스탄의 미군 파병에 대한 그의 의중을 훔쳐보고 싶으면 그의 블랙베리를 해킹하면 그만일지 모른다.오바마의 블랙베리가 오바마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본질이 여기에 있다. 컴퓨터가 스마트한 이유와 같다. 세상엔 N개의 PC가 있다. 개인이 자신의 컴퓨터를 필요에 맞게 바꿔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워드와 엑셀만 깔아놓고 일만 하는 컴퓨터도 있고,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만 깔려 있는 컴퓨터도 있다. 스마트폰 역시 필요한 프로그램을 깔아서 자기만의 휴대폰을 만들 수 있다. 아이폰 사용자라면, 애플 앱스토어에서 공짜로 타로 카드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서 자기 아이폰을 점쟁이로 만들 수도 있다.

컴퓨터에선 흔히 프로그램이라고 하는 녀석들을 스마트폰에선 ‘애플리케이션’이라고 부른다. 휴대폰은 컴퓨터보다 훨씬 개인화된 장치다. 컴퓨터는 원하는 프로그램을 깔아서 사용하는 대상이지만 휴대폰은 자신에 맞게 최적화시켜서 사용하는 일부다. 글자 그대로, 애플리케이션을 적용시키면 휴대폰은 개인적인 형질로 변화한다. 휴대폰은 인류 역사상 가장 깊숙하게 인류의 내면을 파고든 기계다. 기계는 사용하는 대상에서 내면화하는 본질로 진화하고 있다.기계 장치가 몸과 영혼의 일부가 돼가고 있단 뜻이다.

시장분석기관 IDC는 2013년쯤 되면 1년에 판매되는 14억 대의 휴대폰 가운데 2억 8천만 대가 스마트폰일 거라고분석한다. 전체 휴대폰 판매량의 20퍼센트가 넘는다. 휴대폰 회사와 통신사 입장에서 스마트폰은 정체된 시장을 쇄신해줄 혁신의 선봉이다. KT의 이석채 회장은 말했다. “앞으로 이동통신 시장의 축은 음성 통화 시장에서 데이터 통신시장으로 옮겨갈 겁니다.” KT가 아이폰을 애써 끌어들인 건 데이터 통신 시장을 활짝 열어서 무선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을 앞지르기 위해서다. 아이폰 사용자는 보통 휴대폰 사용자에 비해 데이터 통신을 4배 넘게 쓴다. 이미 음성 통화시장은 정체에 빠졌다. SK텔레콤도 오래 전부터 이런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기득권을 가진 쪽은 언제나, 새로운 시장을 반기지 않는 법이다.

스마트폰의 파급 효과는 통신 시장 재편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유선 인터넷 시장에서 메가패스와 하나로텔레콤이망 장치 사업자 정도로 전락했던 것처럼 무선 통신 시장에서도 SK텔레콤과 KT가 똑같은 처지에 빠질 수 있다. 삼성전자나 애플 같은 휴대폰 사업자들은 앞으로 무선통신 시장의 주인은 휴대폰 기업들이 될 거라고 본다. 스마트폰 시장을 열어젖힌 게 AT&T가 아니라 애플이었던 것처럼, 통신 사업의 진화는 휴대폰 자체에 달려 있게 될 거란 얘기다. 이제 진짜 경쟁은 마니아 시장을 바탕으로 세력을 확대해온 애플과 연간 2억 2천만 대 시장을 배경으로 실속을 챙기려는 삼성전자와 직접 개발한 스마트폰용 운영체제인 심비안을 통해 1위를 수성하려는 노키아의 각축전이 될 참이다.

진짜 싸움은 다른 곳에 있다. PC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를 공급하면서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OS 시장에선 MS 윈도우 모바일이 열세다. 견제가 심하고 프로그램도 불안정하다. 대신 구글이 개발한 안드로이드 OS가 대세가 될 만하다. 컴퓨터 시장의 축은 이미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 MS는 뒤처졌다. 새로운 강자가 부상한다는 뜻이다.

스마트폰은 개인과 세상을 바꿔놓고 있다. 어쩌면 훗날스마트폰은 기계가 인간의 일부가 되기 시작했던 첫 번째 사례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을 통해 기업 경쟁에선 과거의 강자가 약자가 되고 과거의 약자는 역전을 시도하고 있다. 스마트한 변화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진짜 본질은 변화에 있는 게 아니다. 변화의 속도에 있다. 업무와 휴식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세상에 현대인은 적응해야 한다. 늘 그렇게 적응해왔기 때문에 군소리도 없다.

지금도 휴대폰 없이 사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2백 년전 증기 기관이 처음 나왔을 땐 러다이트 운동이 있었다. 기계 탓에 인간의 삶이 비참해진다며 기계를 파괴해버리자는 과격한 행동들이 이어졌다. 유나바머는 네오러다이트 운동의 상징이다. 통신과 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더 효율적으로 자본주의에 착취당하게 됐다. 유나바머로 알려진 카진스키는 그 사실을 알리겠다며 폭탄으로 문명 파괴를 시도하다 체포됐다. 러다이트 운동의 문명 비판은 옳다. 스마트폰은 회사원들의 일감만 늘려놓았다. 애플의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엔 6만 5천 가지의 프로그램이 있지만 정작 쓸모 있는 건일부뿐이다. 소비자들은 자신한테 꼭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는 데 돈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더 가쁜 세상 속으로 스스로를 몰아넣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상징되는 기술 발전의 속도는 회의할 틈조차 없을 만큼 빠르다. 현기증나는 속도 앞에서, 인간은 따라가는 걸 선택할 수밖에 없다.스마트폰은 행복과 재미와 편리만을 뜻하는 물건이 아니다. 기술과 자본의 인간 착취를 변화와 속도라는 즐거움으로 가려버린 인류 역사상 가장 ‘스마트’한 발명품이다.

글 / 신기주(〈FORTUNE KORE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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