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그렇게 미미한 사람 아니에요 Part. 2

마이너 리그에서 온 한 용병의 인터뷰. 기자가 봉중근을 아냐고 묻는다. 용병은 대답한다. ‘그렇게 미미한 선수까지 알진 못한다’ 봉중근은 봉미미란 별명을 없애기 위해 뭔가 보여줘야지, 결심했었다고 말했다. 마침내 봉중근에게도 ‘미미’ 의 어여쁜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의상 협찬 / 모든 의상은 에르메네질도 제냐. “웃는 건 잘할 수 있어요.” 스튜어디스나 도어걸의 특기를 지닌 이 남자가 빙긋 웃자 촬영장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어깨가 밀려나가며 웃었다. 어떤 때는 하도 웃어서 무슨 다른 일이라도 벌어졌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다른 일 따위는 없었다. 다시 시선을 돌려도 그는 여전히 웃는 얼굴. 제 의지로 어찌할 도리 없는 도미노의 처지가 이해가 갔다. 그의 동료들처럼 말하고 싶었다. ‘봉중근에게 이런 묘미가 있구나.'
의상 협찬 / 모든 의상은 에르메네질도 제냐.
“웃는 건 잘할 수 있어요.” 스튜어디스나 도어걸의 특기를 지닌 이 남자가 빙긋 웃자 촬영장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어깨가 밀려나가며 웃었다. 어떤 때는 하도 웃어서 무슨 다른 일이라도 벌어졌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다른 일 따위는 없었다. 다시 시선을 돌려도 그는 여전히 웃는 얼굴. 제 의지로 어찌할 도리 없는 도미노의 처지가 이해가 갔다. 그의 동료들처럼 말하고 싶었다. ‘봉중근에게 이런 묘미가 있구나.’

하지만 아무래도 직접적으로는 구종을 개발하고 기량이 향상된 탓이 클 거다. 작년부터 슬라이더를 개발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돼가나? 지금 만들고 있다. 왼손 타자한테 내가 많이 맞았다. 주로 직구, 커브로 상대했는데, 그건 슬라이더에 비할 바가 아니니까. 항상 선수들이 나한테 슬라이더 하나만 배워라, 그러면 넌 1, 2승은 더할 수 있다, 했다. 그래서 나이가 어리든 나이가 많든 슬라이더를 잘 던지는 선수가 있으면 가서 배운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애틀란타에서부터 그런가? 그렇다. 체인지업이 없었으면 엄청 힘들었을 거다. 타자들이 직구랑 슬라이더 같은 타이밍, 커브랑 체인지업 같은 타이밍, 이렇게 잡기 때문에 체인지업 없었다면 엄청 맞았을 거다.

같은 팀의 글래빈 같은 선수한테 많이 배웠겠다. 워낙 체인지업에 능한 선수였다. 그런 점에서 내가 애틀란타에 간 건 정말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매덕스 뒤에서 던지는 걸 보며, 제구력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지금까지도 써먹는 것들이다.

WBC가 끝난 뒤 미국의 한 야구 기자가 봉중근의 체인지업 낙차 컨트롤이 굉장히 좋은데, 그걸 조절할 수 있는 수준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고 썼는데, 혹시 본 적 있나? 하하. 그랬나? 물론 조절한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던질 수 있는 체인지업은 헛스윙을 유도해야 하니까 손목을 틀어서 공을 더 많이 떨어뜨린다. 그리고 내가 좀 불리한 카운트라서,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되겠다 싶으면 손목을 안 튼다. 그런 식으로 조절한다.

어렸을 때부터 스피드는 잘 나왔던 걸로 아는데, 나이도 들고 있고, 아직 괜찮은 것 같나? 속도는 꽤 많이 나왔는데, 어깨에 한계가 있는 거 같다. 너무 많이 던져서 어깨가 좀 상했고,수술을 한 타격이 컸다. 공백이 한 3년 정도 됐으니까. 어렸을 때부터 투수보단 타자를 좋아해서, 그렇게 많이 던진 편이 아니다. 그런데도 고등학교 때까지는 정확한 포지션이 없으니까 던지라고 하면 던졌다. 한 1백50개 던지고 다음 날 던지라면 또 던지고, 많이들 그런다. 그래서 프로에 와서 보면 상한 애가 많다.

그러고 보니, 청룡기 우승했을 때 MVP 받은 것도 사실 타자로서 받은 거다. 아무래도 투수보다는 타자로 목숨을 걸었다. 워낙 방망이가 좋았다. 슬라이딩하는 것도 좋아했다.

낭설인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스카우터가 어떤 리포트에서 ‘베이브루스가 될 재목을 발견했다’ 고 썼다고 하던데, 알고 있나? 날 뽑은 스카우터가 쓴 거다. 투수보다는 타자로 더 성공할 선수라고.

아, 그냥 떠도는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아예 없었던 얘기가 아니다? 스카우터가 그렇게 이야기했다. 베이브 루스도 투수 하다가 타자로 성공한 경우고, 얘도 그럴 거라고.

팬들은 여전히 가물가물한 것 같다. 왜 본인이 더 좋아하고 재능도 있는 쪽에서 능력을 발휘하지 않은 건가? 어려서 시키는 대로 했는데 후회는 없는 거 같다. 하지만 애정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투수로서 잘하고 있어도, 뭔가 조금은 남아 있는 거 같다.

덕분에 ‘에이스’ 라는 호칭도 가질 수 있지 않았나. 좀, 부담스러운가? 팀 부진 때문에 부담이 크다. 연패할 때, 내가 또 지면 7연패 8연패로 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생긴다. 상대편 에이스랑 붙었을 때도 그렇다. 자존심 대결이다. 그런데 지면 정말 미안해서 고개도 못 든다. 가끔 마운드에서 고개 숙이고 그럴 때가 있었는데, 엘지 에이스가 그러면 되겠냐? 하는 이야길 들었을 때 되게 힘들었다. 그만큼 믿어준다는 뜻이니까 고마워서 더 잘하려고 한다. 올해는 에이스 역할 제대로 해내고 싶다.

경기장에서의 파이팅도 에이스기 때문에, 일부러 더 크게 하는 건가? 그건 그냥 온다. 일단내가 흥분이 되고, 관중이 소리 질러주면 또 기운이 넘친다. 그래서 만루에 삼진을 잡았다 그러면 정말 미치겠는 거다. 미국에서, 재응 형이 있을 때 뉴욕 메츠랑 해서 꽤 큰 점수 차로지고 있던 적이 있는데, 그때 내가 더블 플레이를 잡았다. 그리고 손을 쫙 들어 보였다. 경기 끝나고 재응 형을 만났더니, “야, 점수 차가 얼만데 손들고 좋아하냐?” 그랬다. 나는 더블플레이 잡는 게 좋다. 삼진보다 더 쾌감이 있다. 뭘 하든 액션이 큰 편이긴 하다.

견제는? 견제도 그런 쾌감을 주는 부분인가? 견제사에 욕심이 많다. 왼손잡이라 유리하고, 견제 하나 잡을 때 경기 관리 능력이 되게 좋구나,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게 좋다. 어떤 주자가 나갔을 때 이 선수도루 주면 안 되겠다, 하는 욕심이 생겨서 승부를 건다. 한번 뛰어봐, 내가 잡을 테니까 한번 뛰어봐. 속으로 그런다. 하하.

이치로도 그런 경우겠다. 맞다. 마음속으로 승부를 걸었다. 한번 뛰어봐, 내가 어떻게 하나.

설마 ‘경기 관리 능력이 좋은 사람’이 당신의 목표는 아닐 테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아 그것보다는…. 베풀 줄 아는 선수, 좀 더 다른 선수들을 위해 희생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다른 선수들한테 믿음을 많이 못 줬던 거 같다.

무슨 날개라도 달아야 끝날 건가. 지금도 충분히 그렇게 보인다. 아, 아직 부족하다. 좀 더 나를 믿고 기댈 수 있게 해야 될 것 같다.

혼자만의 노력이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단체 종목이 다 그런 것 같다.

그 단적인 예가 엘지가 아닐지. 음….

문제가 뭐였다고 생각하나? 팀워크 아니었을까?

팀워크라면? 그러니까 개개인이 다 잘난 거다. 다 자신이 넘쳤고, 나만 잘하면 되리라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포기도 할 줄 알고 팀을 위해 희생도 해야 했는데, 그런 모습을 못보여줬던 게 결국 팀 성적하고 이어졌다. 그리고 2연패, 3연패하고 상대편 에이스가 선발이면 에이 졌구나,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되게 심했던 탓도 있다.

‘봉크라이’ 라는 별명이 그렇게 탄생하지 않았나. 에이, 남 탓은 안 한다. 나도 에이스랑 붙어서 좀 많이 이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당신도 별명이 참 많은데, 프로 선수가 되기 전에는 뭐였나? ‘먹깨비’ 였다.

하하. 미안하다. 웃어서. 중학교 때 달리기 하면서 힘들 때 침을 많이 흘렸다. 너무 힘드니까 계속해서 침이 나왔고, 침을 삼키고 싶은 힘도 없었다. 물을 많이 마셔서 한때 붕어라고 불리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침이 많았던 것 같다. 이야기할 때도 침 흘리고 그래서 고등학교 때까지 먹깨비였다. 깨끗한 별명은 아니다. 하하하.

팬들은 긍정적인 의미의 ‘봉타나’ 보다는 어감 때문에 ‘봉미미’란 별명을 더 좋아하던데? 별명이란 게 성적에 비례해서 생기는 거 같다. 봉미미는 첫해 1년 동안 들었는데, 기분이 그렇게 좋진 않았다. 미미한 선수라는 뜻이었으니까. 그래서 이 별명은 내가 없애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걸 없애려면 뭔가 확 튈 정도로 보여줘야 되겠구나, 싶었다. 그것 때문에 연습을 열심히 한 건 아니지만, 그냥 내가 좀 부끄러웠다.

그래서 그런지 촬영할 때 보니까 미미랑 좀 친해 보였다. 하하. 이제 친해지면 안 된다.

사실 좋지도 않은 별명인데, 촬영할 때 선뜻 미미 등장시켜도 괜찮다 그래서 좀 놀랐다. 그게 마치 이제 그런 거 개의치 않는다는 뜻처럼 보였다. 신경 쓰고 있었으면 기분 나쁘지 않았을까? 지금은 떳떳하다. 잘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 별명에 대해 의기소침하고 부끄러운 건 떨쳤다. 그 삼성의 용병 선수가 미미한 선수는 잘 모르겠다고 말한 덕분에 재밌었다. 재미있는 별명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선수만날 모르는 게 아니라 나도 그 선수가 누군지 모른다.

하하. 스스로에 대해 떳떳하다니, 예전 〈GQ〉 인터뷰에서 했던 말도 되물어보고 싶다. 자기몸값을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 그런가? 아니. 아직. 성적으로는 좀 부족한 거 같다. 그래서 구단에서도 냉정하게 연봉 동결시킨 거고. 내가 작년에 15승 이상했다면 팀이 꼴찌를 했어도 인상됐을 거다.

그럴 수 없는 환경이긴 했다. 3억 5천이란 연봉은 한국에서는 정말 수준 높은 선수들이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3억이란 액수를 생각하면 15승은 해야 되지 않을까? 팀 힘들 때 연패도 끊어주고, 한국 리그에서 ‘톱 스리’ 안에는 들어야 하는 것 같다.

톱 스리? 톱 스리의 연봉은 당신보다 더 많지 않나? 어린 선수들이 너무 잘해서 그렇다.어쨌든 난 아직 부족하고, 배가 고프다.

올해 15승은 어떨까? 올해? 욕심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