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붐붐

삼성전자의 85년산 소노라마 VIP3000과 알텍 랜싱의 2010년산 IMT800.

RATING ★★★☆☆ 집에서도 즐겁고 밖에서도 즐겁다. FOR 행동파! IMT800과 함께라면 언제나 베스트 컨디션.(삼성 마이마이 광고 톤 목소리로)AGAINST 두문불출파! 애늙은이에게는 맞지 않아요.(얄미운 표정으로 검지를 흔들며)

‘붐박스의 흥망성쇠’ 라는 제목은 어떨까. 붐박스는 20여 년 전만 해도 TV와 대등한 위치에 있었다. 비록 한국에선 존재의 이유 중 하나인 ‘이동성’을 전혀 발휘하지 못한 채 서랍장 위나 침대맡에서 평생을 보내긴 했지만 말이다. 형이나 누나, 이모나 고모, 삼촌이나 외삼촌의 방에 몇 안 되는 카세트테이프와 함께 붐박스가 놓여 있는 모습은 당시의 ‘한국적인 풍경’ 이기도 했다. 그러나 MP3 파일의 대중화와 함께 그런 풍경은 슬라이드 사진 넘기듯 사라졌다. 붐박스를 살 만한 세대는 이제 컴퓨터 스피커만으로도 부족함 없이 음악을 듣는다.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붐박스는 디제이나 비보이들 품에서 운명을 다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Hi-MD나 SACD도 아닌 아이팟이라는 ‘매체’ 가 세계를 휩쓸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아이팟의 성공은 곧 주변기기로 이어졌고 붐박스는 주요 수혜자 중 하나가 됐다. 컴퓨터로 모든 걸 해결하던 세대가 다시 컴퓨터를 켜지 않고도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중 알텍 랜싱이 내놓은 IMT800은 감상보다는 즐기는 데 특화된 ‘진짜 붐박스’ 다. 커다란 손잡이가 양쪽에 달려있을 뿐 아니라 보호장치가 있어 어깨에 둘러메고 춤을 땀이 뚝뚝 흐르도록 춤을 춰도 아이팟이 떨어질 일이 없다는 게 그 증거다. 물론 알카라인 배터리만으로도 작동한다. 총 6개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그야말로 ‘붐붐붐’ 이다. 하이페츠가 연주한 브람스 협주곡 3번과 사진에서 재생 중인 펫 샵 보이즈의 <YES> 앨범 중 후자가 압도적으로 더 잘 어울린다. 저음의 완성도가 꽤 높아서 어깨를 들썩거릴 만한 음악이 또 뭐가 있을지 자꾸 찾게 된다는 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기능’ 이다. 들으며 아이팟 충전이 가능하다는 것과 리모컨, 디지털 FM 라디오 등도 대체로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아이팟이 필수품이 아니듯, 이 붐박스 역시 필수품은 아니다. IMT800을 본 사람은 모두 “하나쯤 있으면 좋긴 하겠네요” 라고 했다. 물론 그전에 “얼마예요?” “50만원대요” 란 대화 후 잠깐의 침묵이 있긴 했지만. 결국 IMT800의 운명은 하나쯤 있으면 좋겠는 수많은 물건 중 몇 위에 위치할지에 달려 있다. 그래도 멸종 위기에서 이 정도면 재기에 성공한 것만은 확실히다. 앞으로 필요한 건 팬들의 애정과 꾸준한 자기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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