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도 걸어도

걸어도 걸어도

2015-09-29T23:19:44+00:00 |STYLE|

<GQ KOREA> 9주년. 마론 케이크나 시루떡, 샴페인과 폭죽 말고 다른 것으로 기념한다.

뭐가 좋을까 궁리했고 모인 생각이 구두였다. 앞코가 둥그렇고 밑창이 단단하고 장식이 없는 수수한 구두. 단, 윤기 나는 밤색의 좋은 가죽을 대범하게 잘라 만든 것으로. 남자가 생일을 맞으면 모여서 꼬냑이나 마시고 줄담배를 피우고 밤에는 여자를 사고 다음 날 숙취로 뇌가 쪼개지는 경험을 해야 제대로 놀았다고 하기엔, 축하의 의미가 부질없다. 대신 좋은 구두 한 켤레를 골라서 밑창에 생일 카드를 대신한 문구를 적고 그걸 선물하면 어떨까. 걸을 때마다 발 밑을 어떤 마음들이 든든히 받쳐준다고 생각하면 걸어도 걸어도 그 길이 멀지 않다. <GQ KOREA> 9주년 기념 구두는 미국 대표 알든, 영국 대표 트리커즈, 프랑스 대표 파라부트, 세 켤레다. 모두 남자 구두의 표상이 되는 역사와 형태, 색깔을 갖고 있다. 트리커즈는 백여든한 살, 알든은 백스물여섯 살, 파라부트는 백두살. 아홉 살 지큐는 그들에 비하면야 꼬마 수준이다. 청청한 마음으로 그 세월을 존중하고 존경한다. 위부터 파라부트의 미카엘, 알든의 플레인 토 블루커 옥스포드, 트리커즈의 버튼. 우유를 듬뿍 넣은 커피색 ‘인솔’ 에 각각의 축하 메시지가있다. 이것마저 프랑스식, 미국식, 영국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