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잔인하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소. 죽은 차는 분해되었고, 새 차 여섯 대가 두려움 없이 4월을 달릴 것이오.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재규어 XFR 포크레인은 분해된 엔진을 집게손으로 집어 나르고 있었다. 재규어 XFR을 타고 터널 안을 달릴 땐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빛이 선 하나로 이어졌다. 속도계는보지 않았다. 지난 2008년 11월 미국 보네빌 소금평원에서, 최고속도는 시속 363.188킬로미터였다. 제로백은 4.9초, 최고출력 510마력의 5000cc 엔진. 시속 60킬로미터는 정지한 거나 같았다. 낄낄거렸던 건 디제이뿐이었다. 역사상, 가장 빠른 재규어를 타고 있었다. 1억4천4백90만원.

“나 티레지어스는 바로 이 침대 위에서 행해진 모든 것을 이미 겪었노라”더 뉴 볼보 XC60 D5 프리미엄 볼보의 장기는 분명하다. 스웨덴에서 이미 다듬어진 디자인과 안전에 대한 고집스런 철학. XC60은 세계 최초로 ‘알아서 서는 차’ 였다. 차 자체를 믿을 수 있다는 건, XC60의 운전석에서만 느낄 수 있는 어떤 특권이기도 했다. 겪을 건 이미 다 겪었지만, 허탈할 틈도 없었다. 새로운 XC60은 디자인부터 다시 다듬었다. C30이나 S60에서 이미 짐작할 수 있었던 곡선이 헤드램프와 엉덩이에 적용됐다. 2400cc 직렬 5기통 트윈터보 디젤 엔진은 205마력을 낸다. 제로백은 9.9초, 연비는 리터당 11.6킬로미터다. 보시다시피, 300톤으로 폐차를 누르는 압착기 안에서도 저리 당당하다. 누를테면 눌러보라는 듯이. 3월 중순엔, 285마력을 내는 볼보 T6엔진을 얹은 XC60 T6모델도 출시됐다. 6천2백90만원.

“여기는 물이 없고 다만 바위뿐 바위 있고 물은 없고 모랫길뿐”미니 쿠퍼 미니는, 잘 팔린다고 많이 팔 순 없는 차다. 많은 걸 포기해야 살 수 있는 차다. 포기할 건 같은 가격대의 조금 더 크거나 편안한 차, 혹은 조금 더 빠른 차, 가족을 태울 수 있는 공간이다. 포기한 만큼 얻을 수 있는 건 세계적으로 공유하는 ‘미니’ 의 문화일 것이다. 일요일 오전 양수리 어디엔 열몇 대의 미니가 줄지어 서 있었다. 몇몇은 지붕을 열고 있었다. 같은 날 니스에서도, 혹은 베니스에서도, 캔버라에서도. 같은 표정으로 쉬어가는 사람들은 있을 것이다. 1600cc, 120마력, 딱딱한 서스펜션…. 제원표엔, 어쩌면 이 차를 짐작할 수 있는 모든 ‘팩트’ 가 쓰여있다. 황량한 풍경은 신경 쓸 겨를도 없는 재미만 빼놓고. 3천4백78만원.

“네가 재미를 주지 않으면 다른 여자들이 주겠지”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스포츠 GT S 마주 선 지게차 위엔 완벽하게 뭉개져 전소된 것 같은 차가 교대로 실렸다. 이미 죽은차들이 겹겹이 쌓여 이룬 산은 새벽에 지어졌다 오후에 사라졌다. 마세라티를 타고 달려올 땐 아랫배가 저렸었다. 4691cc, 440마력의 8기통 엔진. 제로백은 5.1초, 안전 최고 속도는 시속 285킬로미터다. 가속 중력이 우뇌를 돌던 피에 닿을 때까지 페달을 밟고, 터널을 지날 땐 굳이 창문을 열었다. 그래야 엔진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 수백 개의 팀파니를 힘껏 내리치는 어떤 교향곡, 쾌락의 언저리에선 바람소리만 잦아들었다. 2억3천만원

“네가 아는 것은 파괴된 우상더미뿐”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 3.0 디젤 레인지로버가 어떤 식으로 더 진화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전통은 굳건했고, 성능엔 아쉬울 틈이 없었다. 평탄한 서울 도로만 오히려 답답했다. 뉴 레인지로버엔 3000cc 디젤 엔진이 달려 있다. 기존엔 2700cc였다. 최고출력은 29퍼센트 향상된 245마력. 엔진 회전속도가 2,500rpm 이상 올라가면 0.3초 안에 두 번째 터보가 작동한다. 멈칫거리지도, 부담스럽게 가속하지도 않는다. 랜드로버 라인업 중 가장 육중한 덩치를 하고, 가장 역동적으로 달릴 줄 안다. 도시에서나 사막에서도.1억4백90만원.

“빛의 핵심인 정적을 들여다보며,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푸조 3008 MCP SUV는 크기를 줄이거나, 차체를 낮추거나 하는 식으로 새로운 장르를 시도해왔다. 푸조 3008은CUV(Crossover Utility Vehicle)이다. 직렬 4기통 1600cc 디젤 엔진은 110마력을 내고, 제로백은 12.2초다. 그런데 핸들에는 패들시프트도 달려 있다. 원한다면, 그럴 능력이 있다면 한껏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연비는 리터당 19.5킬로미터다. 엔진을 걸면 앞유리에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올라온다. 투명한 판에 현재 속도, 앞 차와의 거리, 크루즈 컨트롤의 작동 상태까지 빛으로 띄운다. 뒷좌석에 앉아서 고개를 들면 상상보다 넓은 하늘이 펼쳐진다. 비가 와도 즐거울 것 같은, 프랑스 농담 같은. 구석구석 찾아볼수록 풍부해지는 수납공간들은, 밖에선 느낄 수 없는 재미다. 영국 잡지 〈What Car?〉가 선정한 올해의 차, 최고의 크로스오버이기도 하다. 가격은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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