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숲

바람은 위에서 아래로 불었다. 동물 소리는 가끔만 들렸다. 새벽 세 시, 안개 낀 숲에서 채집한 여섯 대의 차.

지프 그랜드 채로키CRD S 리미티드 영어로 ‘Jeep’ 이라고 쓸 때, 투박하게 ‘찝차’ 라고 부를 때, 혹은 일곱 개의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을 볼 때…. 호랑이 가죽이라도 걸려 있을 것 같은 트렁크, 진흙 잔뜩 묻은 시트도 그냥 툭툭 털어낼 것 같은 야생. 그랜드 채로키는 지프의 플래그십 모델이다. 도심형과 전통을 영묘하게 섞었다. 3000cc 직렬 8기통 엔진, 1600rpm부터 최대 토크52kg·m를 낸다. 오프로드 모드에선 전자장비의 개입이 차단된다. 운전자의 역량 혹은 재미에 방점을 찍는다는 뜻이다. 도심형 SUV가 미인대회처럼 차고 넘치는 시대라도, 진짜를 가려내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6천4백20만원.

인피니티 2010년형 M 인피니티는 닛산의 고급 브랜드다. 일본차는 조용하고 안락하다는 편견은 언제부터 였을까? G시리즈가 나왔을 때, 편견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M은 G의 프리미엄 모델이다. 인테리어의 굴곡은 외관의 근육질을 닮았지만, 그보단 풍성한 느낌으로 안락하다. 5.6리터 V8 엔진은 ‘일본이 만든 세단’ 에선 짐작할 수 없는 힘을 낸다. 핸들은 닛산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예민하거나 편안하다. 프리미엄 독일차의 아성은 여전히 단단하지만, 인피니티의 만듦새도 세대를 거듭할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출시는 6월, 가격은 미정이다.

BMW X6 30d 지구엔 없는 인종을 보는 것처럼 낯설었다. 거리에선 위압적이었다. X6는, SUV가 여러 갈래로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지붕은 쿠페처럼 꺾었다. 기존의 X5와 확실히 차별화됐다. SUV의 활동성과 공간감은 살리되, 쿠페의 스타일까지는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이니까. X6는 도로 상황과 핸들링에 따라 네 바퀴의 구동력을 0~100퍼센트까지 자동으로 제어한다. 와인딩에선 차체를 믿고, 상상 이상으로 공격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X6가 희귀한 건, 안 팔려서가 아니다. 아무나 선택하는 차가 아니라는 뜻이다. 9천3백90만원.

벤츠 E350 쿠페 뒷문을 없애고 지붕을 깎아서 쿠페입네하는 게 독감처럼 유행이다. 날렵하지만 달릴 줄은 모르는 쿠페들이 거리에 있다. 이 차는 밖에서 즐겁기보단 운전대를 잡았을 때 허리를 바짝 세우게 된다. 3.5리터 V6 가솔린 엔진, 자동 7단 변속기가 들어 있다. 최고출력은 272마력, 엔진 소리의 공간감은 넉넉하다. 핸들은 밀릴 틈도 없이 꺾여 들어간다. 쿠페를 살 땐 두 가지다. 세단의 뭔가를 포기하거나, 쿠페의 스타일을 소유하거나. E350 쿠페는 단호한 후자다. 엑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와 핸들을 희롱하는 재미까지. 8천90만원.

미쓰비시 랜서 미디어는 ‘저렴한 수입 패밀리 세단’ 으로 이 차를 묘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랜서는 가장의 안정보단 이십 대의 치기에 몰입한다. 랜서가 품고 있는 2000cc 엔진은, 경우에 따라 3000cc까지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지니고 있다. RC카를 튜닝하던 본능으로, 최대치의 성능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는 차다. 엑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밝았을 때 느껴지는 건 힘보단 ‘여지’ 다. 힘과 속도, 완성에 대한 가능성이다. 2천9백90만원은, 그 시작점이라는 데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폭스바겐 CC 2.0 TDI 폭스바겐에 대한 충성도는 조용하고 곧다. 애써 프리미엄을 웅변하지도 않고, 굳이 화려함을 강조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골프, 제타, 파사트, 페이톤까지 흔들림 없는 업그레이드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CC는 파사트의 쿠페 버전이다. 지붕과 눈매를 다듬고, 폭은 넓히되 높이는 낮췄다. 다듬어서 예뻐졌고, 넓어서 안정적이고, 낮춰서 역동적이다. 뒷좌석은 아내와 아이를 태워도 아쉬움이 없다. 주말엔 혼자서 달리는 충주호 언저리도 좋을 것이다. 2000cc 4기통 엔진이 최고 출력 170마력을 낸다.5천1백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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