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쇠

두 남자가 돌 옆에 섰다.



남자의 미덕이 힘이라 믿고, 현대에서 남자의 힘을 재정의하는 기준을 믿는다면,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이 있다. 광고회사의 아트디렉터였으며, 잘생긴 외모와 지성을 동시에 갖춘, 그래서 숱한 여자를 만나온 남자. 자신의 장례식부터 그가 묻힐지도 모를 무덤을 방문하는 것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 남자의 이야기를 읽는 건 괴로운 일이다. 마치 도플 갱어 같은, 나의 일생을 타자처럼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의 문장은 하얀 입김이 나올 것처럼 냉철하다. 이 책으로 남자의 힘의 정의는 좀 바뀔지도 모르겠다.

톰포드의 영화화로 50년 만에 되살아난 크리스포터 이셔우드의 <싱글맨>은 대학 교수 조지의 기상부터 꿈속까지 단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조지가 열렬히 원하나 부재하는 짐, 그를 필요로 하는 샬럿, 누군가를 의지한다는 것을 모르는 혹은 무서워서 모르는 체하는 청년 도리스, 이 세 사람과 짐의 관계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맺는 타인과의 관계를 대표한다. 조지를 통해 어렵게 타인과의 관계를 지속하더라도 결국 마지막, 정말 원하는 순간에는 자신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남자의 책임감, 성숙을 보여준다. 남자의 그 묵직한 매력을 옛사람들은 ‘돌쇠’ 라고 부른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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