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남아공 월드컵에 대한 조밀한 예측지

2010.06.01유지성

남아공 월드컵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세 명의 축구 전문가에게 월드컵과 한국 대표팀에 대해 물었다.

조 편성에 관계없이 단지 전력만으로 4강을 꼽는다면?
박문성(SBS축구 해설위원) 근래 상승세가 두드러진 스페인,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 단기간 토너먼트의 강자 독일, 우수한 공격자원이 즐비한 아르헨티나를 꼽겠다.
서형욱(MBC 축구 해설위원) 브라질과 스페인, 프랑스와 코트디부아르다. 브라질과 스페인을 제외한 두 자리는 쉽지 않았다. 선수층이 두터운 프랑스와 핵심 선수들의 기량에 물이 오른 개최 대륙의 코트디부아르를 포함시켰다.
박찬하(KBS N스포츠 해설위원) 토너먼트에서는 수비가 강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다양한 백업을 지닌 것도 중요하다. 물론 전통의 강호도 무시할 수 없다. 스페인, 브라질, 잉글랜드, 네덜란드를 꼽고 싶다.

1998년의 크로아티아, 2002년의 터키처럼 예상을 깨고 전력 이상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는 팀이 있나?
박문성 세르비아와 코트디부아르다. 세르비아는 템포와 흐름을 주도하는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다. 코트디부아르는 드록바, 칼루, 투레 형제 등 선수 개개인의 면면이 화려한 데다 개최 대륙의 이점이 있다. 4강 이상도 가능하다.
서형욱 칠레를 꼽겠다. 성공적인 세대교체와 뛰어난 예선 성적으로 사기가 높다. 공격적이고 혁신적인 지도자 비엘사 감독의 존재감도 인상적이다.
박찬하 D조의 세르비아, E조의 덴마크, H조의 칠레 등을 복병 후보로 꼽는다. 조편성상 16강 진출이 유력한 이들 팀 중 한 팀 정도는 일을 낼 거라 본다.

브라질, 코트디부아르, 포르투갈, 북한이 속한 G조는 죽음의 조로 불린다. 44년 만에 본선에 진출한 북한은 16강에 진출할 수 있을까?
박문성 어렵지 않을까 싶다. 너무 강한 상대들과 한 조에 묶였다. 다만 상대국들이 북한 축구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다시피한 점은 긍정적 요소다.
서형욱 가능성은 5퍼센트 미만이라고 본다. 수비가 좋은 편이지만 상대가 너무 강하다. 뭉툭한 창 끝, 44년 만의 세계 무대라는 점 등 걸림돌이 많다.
박찬하 ‘어렵지 않을까?’ 라는 애매한 대답보다‘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라고 말하고 싶다. (너무 냉정한가?) 역습 형태의 축구는 강팀을
상대하기에 안성맞춤이지만 북한의 역습은 부족한 면이 많다.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아르헨티나에 비해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그리스, 나이지리아 축구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박문성 그리스의 강점은 수비 조직력이다. 유로 2004 우승의 주역인 감독과 선수들이 여전히 현 대표팀의 주축이다. 하지만 공격 루트가 단조롭고 선수들의 발이 느린 점은 우리가 노려야 할 부분이다. 나이지리아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다. 오뎀윈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공격과 야쿠부의 마무리 능력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허리 라인의 핵심 존 오비 미켈이 부상으로 본선 출전이 불투명하고 수비가 불안한 점은 약점이다.
서형욱 일단 그리스는 크다. 예선전에서 선발 멤버 11명의 평균 신장이 190센티미터를 넘은 적도 있다. ‘토너먼트의 신 ’레하겔 감독의 존재도 위협적이다. 하지만 스피드가 느리고 선수층이 얇다. 나이지리아는 뛰어난 선수가많지만, ‘팀’ 으로 뭉치지 못해 몇 년째 고전 중이다. 현재 새로 부임한 감독은 아직 주전 선수 절반 이상과 미팅도 갖지 못한 상태다.
박찬하 그리스는 뛰어난 체격 조건을 바탕으로 한 수비, 제공권을 앞세운 세트 플레이가 인상적이다. 여기에 역습을 마무리 짓는 능력도 겸비했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팀답게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다. 탁월한 속도를 바탕으로 분위기를 타면 걷잡을 수 없다.

2002년의 호나우지뉴, 2006년의 리베리처럼 월드컵 이후 새롭게 급부상할 선수는 누구일까?
박문성 슬로바키아의 마렉 함식, 멕시코의 도스 산토스, 덴마크의 시몬 카예르, 가나의 안드레 에이유를 주목한다. 한국의 이청용과 기성용도 있다.
서형욱 프랑스의 구어쿠프를 필두로 세르비아의 크라시치와 파라과이의 카르도소도 눈여겨보는 중이다. 각각 러시아와 포르투갈에서 뛰는 두 선수는 월드컵 활약을 통해 더 큰 무대로 옮길 가능성이 높다.
박찬하 프랑스의 구어쿠프,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 독일의 외질, 세르비아의 크라시치 그리고 덴마크의 벤트너. 벤트너는 이미 빅클럽 선수(아스날)지만 그에 대한 평가가 다시 내려질 수 있는 월드컵이다.

어떤 선수가 득점왕을 차지할까?
박문성 스페인의 다비드 비야,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 코트디부아르의 디디에 드록바 중 한 명이 차지하지 않을까? 대회가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만큼 공격적인 대회를 기대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서형욱 코트디부아르의 디디에 드록바, 또는 브라질의 루이스 파비아누. 조별 리그에서 약체를 만나는 공격수가 ‘몰아 넣기’ 를 통해 앞서갈 가능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뉴질랜드-북한과 한 조에 속한 F조나 G조 골잡이들이 유리하다.
박찬하 양질의 패스를 공급받는 선수가 유리하지 않을까? 스페인의 다비드 비야가 좋은 미드필더의 도움을 받아 득점왕을 차지하리라 예상한다. 더구나 비야는 홀로 골을 만드는 능력도 보유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현재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메시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조별 예선에서 맞붙는다. 메시를 어떻게 막아야 할까?
박문성 현대 축구에서 특정 선수를 대인 방어하는 건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효과적이지도 않다. 더군다나 그 상대가 메시라면 이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 메시가 서 있는 장면을 자주 연출하도록 공간을 최소화하고, 지루할 정도로 템포를 늦춰 아르헨티나 공격 전개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서형욱 왼발을 묶는다거나 그에게 가는 패스를 미리 차단한다는 식의 ‘처방전’ 이 언론에 떠돌고 있지만, 월드컵은 플레이스테이션이 아니다. 메시의 슬럼프와 팀워크의 난조를 기대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박찬하 메시가 편안히 볼을 받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메시에게 편안히 볼을 건넬 수 없게 하는 수비가 필요하다. 또 메시가 상대 수비수의 중심을 무너뜨리는 드리블에 능하므로 늘 침착함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 대표팀의 한 가지 안심과 한 가지 불안을 이야기한다면?
박문성 유럽 등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젊은 선수들의 자신감이 한 가지 안심이며, 토너먼트에서 중요한 수비가 불안하다는 점이 한 가지 불안이다.
서형욱 박지성의 건재 vs 한일전 전후의 예측 불가능한 풍경들.
박찬하 다수의 유럽파 포함으로 경험이라는 큰 무기가 생겼다. 불안한 점은 역시 수비다. 중앙 수비수의 능력이 믿음을 주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한국 대표팀의 조별예선 성적과 최종 성적을 예상할 수 있을까?
박문성 조 예선 2승 1패로 16강 진출, 16강에서 프랑스를 만나 8강 진출.
서형욱 1승 2무. 마지막 나이지리아전이 관건이 되겠으나, 아르헨티나가 남은 두 팀을 잡아준다면 의외로 쉽게 16강에 진출할 수도 있다.
박찬하 1승 이상만 거둘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3패를 당하는국가는 없을 것으로 보이기에 첫 경기인 그리전을 잡아낸다면 16강 진출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그리스전을 패배로 시작한다면 오랜만에 끔찍한 월드컵도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

이동국과 안정환, 한국 대표팀의 조커로 누가 더 적절할까?
박문성 박주영의 최전방 선발이 유력하다고 볼 때, 이동국은 다른 유형의 파괴력을 더할 수 있다. 박주영의 발끝과 이동국의 높이랄까? 체력적으로도 이동국이 더 준비가 잘되어 있다.
서형욱‘조커’ 라는 단어에는 안정환이 걸맞아 보인다. 이동국도 만만찮지만 큰 경기에서 결정적일 때 한 방씩 터뜨려주었던 것은 언제나 안정환이었다.
박찬하 순식간에 경기를 뒤집어야 하는 조커의 특성상 안정환이 제격이다. 정환은 이미 지난 두 번의 월드컵을 통해 조커의 역할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 이동국은 조커보다는 선발로 뛰어야 기량을 발휘하는 스타일이다.

기성용은 현재 셀틱에서 출장기회를 잡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다. 월드컵에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까?
박문성 셀틱 이적 이전에 K리그에서 50경기 이상 뛰며 체력적으로 고갈된 상태였기 때문에 휴식을 취한 것이 오히려 긍정적일 수도 있다.
서형욱 2002년의 안정환 역시 소속팀 페루지아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상태로 월드컵에 나섰지만 큰일을 해냈다. 오히려 구자철의 성장세가 기성용에게는 더욱 위협적일지 모른다.
박찬하 경기 감각은 연습 경기와 평가전을 통해 올릴 수 있다. 오히려 충분한 체력을 월드컵에서 사용하며 더 좋은 경기력을 선사할 수 있지 않을까?

박지성을 중앙 미드필더로 돌리는 것이 유용할까, 그대로 측면에 두는 것이 효과적일까?
박문성 상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1안은 측면이라고 본다. 박지성에게 좀 더 익숙한 포지션인 데다 왼쪽 측면을 대신할 자원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서형욱 오른쪽의 이청용처럼 왼쪽에 믿을 만한 카드가 있다면 박지성의 중앙 이동은 분명 매력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염기훈-이승렬을 선발로 내고 박지성을 중앙에 선발 출전시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박찬하 자주 사용하던 4-4-2를 사용한다면 측면 미드필더가 어울리고, 4-2-3-1로 간다면 중앙 미드필더도 괜찮은 선택이다.

최근 이운재의 기량 혹은 체중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살을 좀 더 빼야 하지 않을까? 지금 몸무게 그대로 정말 괜찮은 걸까?
박문성 체중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현재 대표팀 골키퍼 포지션의 긴장감이 떨어진 것은 걱정이 된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주면서 선의의 경쟁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형욱 자기 몸은 자기가 가장 잘 안다. 이운재같이 이룰 것 다 이룬 백전노장이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체중을 방치하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박찬하 이운재의 체중 논란은 단기간에 불거진 것이 아니다. 그것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면 진작 감량을 시도하지 않았을까? 순발력을 위해 감량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은 든다.

당신이 예측하는 결승전과 기대하는 결승전을 각각 꼽는다면?
박문성 예측하는 결승전은 스페인과 독일, 기대하는 결승전은 한국과 잉글랜드다. 프리미어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을 다수 보유한 한국의 결승상대로는 잉글랜드가 적격이 아닐까? 물론, 말 그대로 기대다.
서형욱 브라질과 스페인, 혹은 프랑스의 결승전을 예측한다. 기대하는 결승전은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의 만남이다. 메시와 호날두가 21세기 축구 황제 자리를 두고 겨루는 장면을 보고 싶다.
박찬하 예측과 기대가 같다. 스페인과 브라질의 결승전을 보고 싶다. H조의스페인과 G조의 브라질이라면 결승전에서 만나는 게 가능하다.

    에디터
    유지성
    아트 디자이너
    Illustration / Lee Jae June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