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음원을 아느냐

음원 시장은 기존의 음악 시장과 다른 형태일까? 무엇이 음원 판매에 영향을 미칠까? 세 명의 음원 웹사이트 담당자에게 작심하고 물었다.

최근 한 달간 가장 좋은 판매고를 기록한 음원을 3개씩 꼽는다면?
성기완[로엔 엔터테인먼트(멜론) 콘텐츠사업기획실장] 원더걸스의 ‘2 Different Tears’, 씨엔블루의 ‘Love’, 아이유&슬옹의 ‘잔소리’ 다.
김태호(벅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팀장)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Love Ballad’, 원더걸스의 ‘2 Different Tears’, 뜨거운 감자의 ‘고백’.
이동헌(엠넷미디어 음악콘텐츠유통팀장) 원더걸스의 ‘2 Different Tears’ 와 다비치의 ‘시간아 멈춰라’, 뜨거운 감자의 ‘고백’ 또는 씨엔블루의 ‘Love’.

음반 판매를 일으키는 요소와, 음원 판매를 일으키는 요소가 서로 좀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음반 판매 성적이나 가요 순위 프로그램과 별도로 음원 부문에서만 유달리 좋은 결과를 내는 뮤지션이나 어떤 경향이 있나?
성기완 큰 차이는 없다. 굳이 꼽자면, 엠시몽의 경우 컬러링, 벨소리 같은 무선 판매가 압도적이다. 아무래도 소위 말하는 ‘꽃히는 노래’의 경우 음반보다는 음원 쪽 판매율에 더 도움이 된다. 간주가 귀에 확 들어오거나, 후렴구가 중독성이 있거나 그런 경우.
김태호 특정 뮤지션에게 나타나는 경향은 대체적으로 제한적이라 말하기 쉽지 않다.
이동헌 음반 판매는 고정 팬 위주다. 그들은 앨범 패키지의 내용이나 모양새에도 관심이 많고, 소장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음원의 경우 소장보다 소비의 개념이 강하다 보니 듣기 편하고, 자주 접할 수 있는 음원들이 좋은 결과를 내는 경향이 있다.

단적으로 가요 순위 프로그램은 음원 판매에 어떤 영향력을 갖고 있나?
성기완 방송의 흡입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되레 음원 판매가 순위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순위를 정하는 자료로 사용되고 있고. 누구를 출연시킬까 하는 참고자료로도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태호 서로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한 뮤지션의 지명도가 높아지면 음원 판매에 영향을 줄 것이고, 음원 판매가 많은 뮤지션은 가요 프로그램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게 된다.
이동헌 예전보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다. 특히 컴백 무대가 그렇다. 예를 들어 ‘아브라카다브라’ 의 경우 이전의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음악과 색깔이 완전히 달라 판매고가 예상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컴백 무대를 통해 ‘시건방춤’을 성공적으로 전파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되었다.

최근 가장 기대했으나, 저조한 성과를 보인 뮤지션과 노래는 뭔가?
성기완 직접적으로 거론하긴 곤란하지만, 차트 50위권 밖에 머무르는 가수 중 이름만 들어도 아는 가수가 아닐까?
김태호 딱히 답변할 만한 곡이 없다.
이동헌 씨야의 ‘그놈목소리’, ‘ 여성시대’ 등 참여하는 앨범마다 1위를 기록해서 많은 기대를 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반대로 가장 기대하지 않았으나, 놀라운 성과를 보인 경우도 있나?
성기완 양정승이라는 가수가 있다. 지명도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멜론 차트 톱 10에 진입했다. 원래 지명도가 부족할 경우, 차트에 올라도 금방 내려가는데 양정승의 경우 꽤 오래 머물렀다. 이유는 간단하다. 음악이 좋으니까. E.via도 예상보다 성적이 좋았다. 음악에 중독성이 있었다는 평이다.
김태호 뜨거운 감자의 ‘고백’ 이 아닐까 싶다. 〈1박 2일〉의 효과에, 음악이 좋다는 입소문이 힘을 보탰다. 담백한 가사와 멜로디가 어필했다고 본다.
이동헌 씨엔블루. 2009년은 걸 그룹의 해였고, 새로운 아이돌이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두세 번째 앨범에서 궤도에 오르지 않을까 했는데 ‘외톨이야’ 는 발매부터 1위에 올랐다.

2009년 소녀시대의 ‘Gee’ 이후 그만한 파괴력을 지닌 히트곡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한 곡이 오랫동안 차트를 잠식하는 경우와 여러 곡이 돌아가면서 차트를 점령하는 경우, 음원 판매에는 어떤 식의 영향을 주나?
성기완 매출에 별다른 영향은 없다. 어차피 한국 음원 시장은 정액제 모델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정액제에서 중요한 건 판매량보다는 회원수다. 즉, 회원수가 늘어나지 않는 이상 총합계는 어느 쪽이든 비슷하다는 말이다.
김태호 여러 곡이 돌아가면서 순위 싸움을 벌일 때 판매율이 더 좋다.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가 신곡 위주라 그렇다. 한 곡이 가지는 판매에는 한계가 있다.
이동헌 한쪽으로 쏠림현상이 나타나면 아무래도 해당 시기에 앨범 발매를 꺼려하는 가수들이 많다. 다양한 곡이 발매되고 차트에서 서로 경쟁을 하는 경우가 음원 공급자 입장에서 좀 더 안정성이 있다.

음반 판매 역시 아이돌이 강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별다른 홍보 활동 없이도 꾸준히 음반을 판매하는 뮤지션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는 3만 장, 루시드폴 〈레미제라블〉은 2만 장에 가까운 판매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음원 시장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유효한가?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음악, 어떤 뮤지션이 그런가?
성기완 소위 ‘아티스트’ 라 불리는 뮤지션들의 음악이 그렇다. 김창완, 김현식, 장사익 등의 음악은 별다른 사건이나 홍보 없이도 꾸준히 팔린다.
김태호 주로 인디, 클래식, 재즈 등 마니아 성향의 장르가 그렇다. 뜨거운 감자의 ‘고백’ 이 좋은 예다. 방송 효과도 있지만, 그 외 별다른 홍보 활동 없이 실시간 차트 톱 5 안에 진입하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동헌 슈프림팀의 ‘Supreme team Guide to Excellent Adventure’와 Ra.D의 ‘RealCollabo RMX’ 앨범이 발매 후 수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매체가 다를 뿐, 그들 역시 나름의 홍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니네 이발관, 루시드폴의 경우 꾸준히 공연장에서 팬들과 직접 만나고 있지 않나?

주로 스트리밍 서비스로 소비되는 음악과 MP3 다운로드 빈도가 높은 음악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성기완 스트리밍은 차트 위주다. ‘핫 100’ 같은 차트를 전체 듣기 하는 식이다. 들어서 좋으면 다운로드를 받는다. 연관 유사 음악 같은 기능을 이용해 다운로드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에도 사실상 그 다운로드는 차트 의존적이라 할 수 있다. 차트에 있는 노래 중 비슷한 노래를 따라가서 받는 거니까.
김태호 별 차이가 없다. 스트리밍으로 들어보고 MP3를 구매하기 때문에, 별개라고 말하기 어렵다. 단, 마니아 장르로 갈수록 소유욕이 증가하기 때문에, 스트리밍보다 다운로드 빈도가 좀 더 높긴 하다.
이동헌 현재 인터넷 음원 시장은 스트리밍이 주가 되는 월정액 서비스와 다운로드 위주의 종량제 서비스로 구분할 수 있다. 월정액의 경우 수량 제한이 없어 다양한 음악이 소비되는 편이고, 종량제의 경우 다운로드하는 만큼 지출이 커지다 보니, 고정 팬층이 두터운 뮤지션의 음악이 강세다.

즉각적으로 구매가 가능한 특성상 음원은 음반보다 충동구매 소지가 크다. 계절, 날씨, 사건 등의 환경적 요소는 판매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성기완 비 오늘 날은 이승훈의 ‘비오는 거리’, 눈이 오면 이정석의 ‘첫눈이 온다고요’ 같이 어떤 대표성을 지닌 곡들이 소비된다. 이은미의‘애인 있어요’의 경우 처음에는 큰 반향을 얻지 못하다가 최진실 사망 이후 그녀의 미니홈피 BGM이 ‘애인 있어요’ 였다는 사실이 공개되며 탄력을 받았다. 기쁜 소식보다는 슬픈 소식에 더 민감한 것 같다.
김태호 즉각적으로 차트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계절이나 날씨 등과 연관이 많다. 이에 ‘비오는 날 듣는음악’, ‘여름이면 생각나는 노래’ 같은 테마 음악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마이클 잭슨 사망 당시 그의 음원 판매가 급증한 걸 보면, 사건과도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동헌 특히 버라이어티쇼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1박 2일〉, 〈무한도전〉 등에서 BGM으로 사용된 경우, 방송 후 매출이 뛰는 사례가 많다. 2008년 김동률의 ‘아이처럼’ 은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알렉스가 부른 덕에 앨범의 타이틀곡보다 더 인기가 있었다.

음원 유통이 활성화되면서 앨범이라는 전통의 개념은 점점 무의미해지는 것 같다. 이런 흐름에 대한 개인적인 음악 애호가로서의 입장이 있다면?
성기완 음원이 앨범이라는 개념을 없애고 있다는 건 오해다. 여전히 음원 웹사이트도 앨범 단위로 음악을 규정한다. 음반이 사라지진 않을 거라고 본다. 현재 8백억대에서 계속 시장 규모가 유지되고 있고, 이는 살 사람은 계속 사고 있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음반으로 듣는 음악과 음원으로 듣는 음악을 구분하는 편이다.
김태호 공장에서 찍어내듯 나오는 디지털 싱글들을 볼 때면 음악 애호가 입장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디지털 싱글이라고 해서 전부 퀄리티가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지만, 과거 LP 시대처럼 정규 앨범을 손꼽아 기다리던 추억의 감정들이 없어졌다고나 할까?
이동헌 편리하긴 하지만전반적으로 음악에 대한 애정, 진지함이 줄어든 것 같다. ‘나만의 앨범’ 을 만들기 위해 더블데크를 이용해서 라디오를 녹음하고, 테이프를 빌리던 그런 경험 자체가 지금 시대에는 없으니까.

아이튠스는 한 곡에 1달러 15센트 정도의 돈을 받고 음원을 판매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1만원에 무제한적으로 음원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요금제도 있고, 대체적으로 가격이 음반에 비해 저렴하다. 뮤지션들은 음원의 정당한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어느 정도가 적정 수준일까?
성기완 소비자들이 지불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가격을 올리는 건 무리다. 언젠가부터 ‘음악은 공짜’ 라는 인식이 생겨났고, 법률적 장치 등 많은 진통 끝에 겨우 결정된 게 현재의 가격이다. 곡당 6백원 정도가 정상이라고 보면, 현재는 약 83퍼센트 정도 할인된 가격에 음원이 판매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음원을 유통하는 입장에서도 정상가격에 대한 욕심이 있지만, 설득이 쉽지 않고 많은 제약이 있다.
김태호 음악 사이트는 투명한 정산 시스템을 통해 매출에 따른 수익금을 권리자에게 충실하게 지급하고 있다. 불법 행위로 권리자에게 돌아가야 할 수익이 누락되고 있고, 이것이 음원의 정당한 가치를 하락시키는 요인이라고 본다.
이동헌 한 곡당 1천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월정액 서비스의 경우 150곡에 9천원, 즉 곡당 6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음반 가격이 1만2천원이라고 할 때 겨우 5퍼센트의 가격이다. 또한 유통구조상 뮤지션이나 제작사가 서비스사 측에 가격 이야기를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이 역시 빠른 시간 내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은 완전한 Free DRM 시대로의 진입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환경에서 불법 MP3 다운로드는 거의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스마트폰의 보급이 음원 판매에 타격을 주진 않을까?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성기완 표준 DRM이 정해진다면 스마트폰에도 DRM 장착이 가능하다. 이 경우 스마트폰이나MP3플레이어가 서로 호환이 되므로, 사용자는 파일에 DRM이 걸려 있더라도 불편을 느끼지 않게 된다. 이상적인 형태라 할 수 있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스마트폰의 대두는 현재 포화상태에 이른 무선 시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라고 생각한다.
김태호 벅스는 오래전부터 Free DRM 다운로드를 시작했기 때문에, 스마트폰에서도 MP3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스마트폰의 보급이 오히려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앨범 어플리케이션도 판매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일본, 동남아 등 해외 시장 반응이 좋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판매가 가능해진 만큼 모바일 음악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동헌 오히려 음원 이용 형태가 좀 더 좋아 지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다. 스마트폰으로 조심스럽게나마 앨범 형태의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가까스로 세워놓은 음원 시장마저 무너지면 대중가요 전반에 큰 위기가 온다는 말이 있다. 현재 음원 시장의 추이는 어떤가?
성기완 음악 시장이 스마트폰 때문에 무너질 만큼 부실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유통 채널의 간소화라는 점에서는 되레 반전이 올 수 있다. 생산자가 바로 어플리케이션을 등록할 수 있는 시스템이니까. 전반적으로는 디지털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무선 시장은 2008년 정점을 찍은 후 하락하고 있다.
김태호 스마트폰만 있다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건 아니다. PC와의 연계도 필요하고, 음원을 구할 곳도 여전히 필요한데, 음원 사이트가 그 사이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큰 폭은 아니지만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동헌 모바일 시장은 연 4퍼센트 정도의 하락세에 있다. 그러나 온라인 시장이 꾸준히 커지고 있기 때문에 대략적으로 연 10퍼센트 정도는 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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