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가 들려 Part. 2

아무리 애를 써도,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그 목소리가 들린다. 들으면, 어쩔 수 없이, 멈춰선다. 브라운아이드 소울이 연달아 새로운 싱글 발표하고 있다. 나얼, 정엽, 영준, 성훈 네 개의 목소리가 넷인 듯 하나인 듯 결을 따른다. 그것으로부터 짐작할 수 있다면, 무엇일까?

의상 협찬/ 성훈의 셔츠와 보타이는 이브 생 로랑, 안경은 폴 휴먼
의상 협찬/ 성훈의 셔츠와 보타이는 이브 생 로랑, 안경은 폴 휴먼

 

성훈

브라운 아이드 소울에서 당신의 목소리는 균열 혹은 파열이라고 생각한다. 익숙하지도 편안하지도 않았다. 솔로일 때 더 돋보이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혼자 부를 때와 넷 중 하나가 됐을 때의 느낌은 어떻게 다른가? 여자 목소리 같기도 하고. 좀 튀는 목소리인 것 같다. 중성적인 뉘앙스가 있다고들 한다. ‘헬륨가스를 먹고 부른 노래 같다’ 는 악플을 본 적도 있다. 1집 땐 우리 팬카페에서도 내 목소리에 대한 호불호가 나뉘었다. 좋아하는 사람은 되게 좋아했고,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다. 내 목소리가 뜨거운 감자였다. 난 항상 혼자 부르는 게 익숙했다. 넷이서 화음을 맞추고 호흡하는 것에 대한 개념도 없었다. 나 때문에 브라운 아이드 소울 음반을 듣기 싫다는 분도 있었다. 나중엔 “듣다 보니 정이 가요” 그랬지만. 나는 재즈나 블루스로 노래를 시작했다. 항상 진하게 부르려고 했던 것 같다. 2집 정도 되니까“아, 이렇게 불러야 형들과 잘 섞이는구나” 를 알게 됐다.

그 끈적함이 사라져서, 성훈의 팬들은 섭섭해하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내 목소리를 좋아하는 분들의 아쉬움은 있었다. 하지만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통일된 음악과 목소리로 하는 게 맞다. 혼자 튀는 게 더 멋있다고 우겼으면 그렇게 했겠지. 내가 좀 더 낮췄으면 형들과 더 잘 어울렸을 거라는 아쉬움이 1집 때 많았다. 2집의 달라진 목소리에 만족한다. 앞으로도 형들과 노래할 땐 자신을 조금 낮추고 부르기로 결심했다.

1집은 짙었다. 2집은 연마된 것 같았다. 싱글 앨범은 다시 짙어진 것 같다. 당신 목소리도. 다시 적정선을 찾고 있는 중이다. 2집 때 최대한 화음 위주로 갔다면, 3집 때는 어울림 안에서도 더 진하게 우려낼 수 없을까를 고민했다. 이번에 ‘러브발라드’ 를 부를 때 나얼이 형이 “너는 우리 팀에서 최대한 ‘l째지jazzy’ 하게 불러줬으면 좋겠다” 고 주문했다. 그래서 편하게 불렀다. 개인적으론 러브발라드가 참 좋다. 기분 좋게 잘 나온 것 같아서.

보통 나얼이 프로듀서처럼 각각의 목소리를 조율하나? 넷 다 한다. 하지만 나얼이 형이 더 경험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잘 짚는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에서 당신은 어떤 식으로 달라지거나 진화할 수 있을까? 대중은 나얼과 정엽을 먼저 생각한다. 갈증은 없나? 욕심은 많았다. 이제 서른이니 욕심으로 되는 게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뭐 그렇게 조바심 내나 생각한다. 때가 돼서 솔로 앨범을 내게 되면 그땐 또 다른 성훈스러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계획을 짜놓고 이루려고 올인하기보다 주어지면 편안하게 하자는 마음가짐이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진짜로.

그럼 있을 때의 그 조바심은 뭐였나? 경력에 대한 거였다. 석사 학위, 논문 같은 걸 조금이라도 어릴 때 해놓아야 한다는. 지금 논문을 쓰고 있는데, 되게 힘들다.

주제가 뭔가? 실용음악과 대중음악의 상관관계? 실용음악과는 대중음악을 양성하기 위해서 생긴 건데, 막상 실용음악과를 졸업하고 대중음악 신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건 교육의 문제가 아닐까? 그에 대한 고찰이다.

어렵다. 가르칠 때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어떤 식으로 이끌어가나? 무서울 정도로 잘하는 친구들이 있다. 지금은 모퉁이만 돌아도 실용음악 학원이 있다. 많이 배우고 온다. 나는 학생이 준비해온 노래와 인물이 얼마나 잘 부합하느냐를 기준으로 가르친다. 내 한마디가 그 친구들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아직 길을 정해주고 그러는 건 아닌 것 같다. 마흔 살 정도 되고, 좀 더 내공이 쌓이면…. 아, 그때도 그러면 안 될 것 같다.

재즈 피아니스트 곽윤찬과 노래했다. 곽윤찬의 피아노는 얼음으로 만든 정육면체 같다. 먼저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들었다. 음악을 시작했던 대학로 재즈아카데미에서 피아노 선생님이었다. 난 보컬을 전공하는 고 3이었다. 가끔 청강을 하면 곽윤찬 선생님 피아노에 빠져들었다. 언젠가는 재즈를 멋있게 한번 해보는 게 꿈이었다. 나얼이 형 소개로 만났다. 나를 기억하셨다. 그때 또 노래한다고 까불까불 다녔겠지. 재즈와 블루스를 부를 때 가장 편하다는 느낌을 LG아트센터 공연 때 무대에서 받았다.

노래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노래는 뭐였나? 스티비 원더였다.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 와 ‘Lately’. 그렇게 부르고 싶다는 마음. 딱 그거였다.

서로의 목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누구의 목소리가 부럽진 않나? 정엽이 형의 가성엔 동양화 같은 여백이 있다. 영준이 형의 저음은 우려낼수록 좋다. 나얼이 형에겐 역동성이 있다. 몰아치기만 하면 나중에 힘든데, 예쁘게 정리할 줄도 안다. 많이 배운다.

세 사람은 당신 목소리의 어떤 점을 부러워할까? 형들은 내가 친 피아노를 더 좋아할 거다. 나도 형들 노래에 반주하는 걸 좋아한다. 나도 노래하는 사람이라 그런지‘아, 이 형이 여기서 좀 늘어질 거 같다’그럴 때 나도 딱 느리게 쳐줬을 때의 느낌이 되게 좋다.

무대에선 수만 번 교차하는 쾌감이겠다. 엄청난 연주에 노래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피아노딱 한 대 내가 치고, 네 명 목소리만 얹어졌을 때의 그 느낌이 가장 좋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로서 혹은 성훈으로서 어디까지 가고 싶나? 그런 계획이 없다.

나이 탓인가? 모든 서른이 그렇진 않다. 말하자면 신앙이다. 그냥 맡겼다. 편하다.

그럼 맡긴 채 가다 보면 어디일 것 같나? 지금은 우리가 한국에서 가장 큰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그런 사람이지만…. 그 규모가 작아지더라도 가다가다 보면 가도가도 공연장일 것 같다. 그냥 가도가도 스튜디오, 녹음실.

대중과 재즈는 거리감이 있고, 알앤비는 어떤 형식으로든 익숙해졌다. 당신 목소리는 어느 장르에 얹느냐에 따라 둘 다를 아우를 수도, 어느 한쪽으로 굉장히 깊어질 수도 있다. 재즈적인 목소리, 소울적인 목소리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당신의 목소리는 어디쯤인가? 섬세한 음악과는 잘 안 어울리는 것 같다. 투박하고, 약간 거친 느낌이 좋다. 빠르고 리드미컬한 노래에 더 잘 어울린다.

반주는 빅밴드가 좋겠다. 환상적이다.

에디터/ 정우성

의상 협찬/ 영준의 셔츠는 던힐, 스카프는 에르메스
의상 협찬/ 영준의 셔츠는 던힐, 스카프는 에르메스

 

영준

라이브를 더 좋아하나, 스튜디오 녹음을 더 좋아하나? 스튜디오 결과물이 잘 나올 때가 행복하다. 라이브는 팬들 사이에서도 내가 실수가 많고 실력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인정한다. 신경은 안 쓴다.

작곡만 했다면, 혹은 노래만 했다면 어땠을까? 노래만 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했을 거다. 할 게 그거밖에 없었을 테니까. 작곡만 했다면 좀 더 영악한 사람이 되어 있겠다. 현실을 많이 따르는 사업가가 됐을 수도 있다. 그런데, 얘기하고 보니둘다좀싫다.

양쪽을 다 하는 게, 대중가요에서 뮤지션을 아티스트라고 부를 수 있는 지점이 아닐까? 가수는 나쁜 의미 빼고 엔터테이너에 가까운 것 같고, 대중가요 작곡가가 예술가인가 하면 꼭 그렇진 않다. 작곡만 했다면 저작권을 위해 발로 뛰지 않았을까?

직업적인 뮤지션이 되면서 가장 싫었던 부분이 있나? 싫은 상황을 많이 안 겪어서 가난한 것 같다. 돈을 포기한 대신 명예를 얻었다. 우리는 행사도 안 한다. 우리가 힘들었던 건 회사에서 지원도 안 하고, 돈까지 갈취한다는 거였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알아도 멤버는 모르는, 대중가수로서 안 좋은 상황이 이어졌다. ‘듣보잡’ 이라고 하지 않나.

자격지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던 것 같은데, 당신은 더더욱 그랬겠다. 팀 내에서 당신의 역할이 작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후렴 부르고 싶다고 바꿔서 해보자고 그런 적이 있다. 하지만 넷이 뭉쳐서 완벽하게 나오는 게 팀이다. 내가 이만큼 부르고 싶은데 요거 밖에 못 해서 불만이라면 그건 팀이 아니다. 내 목소리와 다른 멤버의 하이톤이 섞일 때 화음이 제일 좋다고 자부한다. 내 역량은 다른 데서 보이면 된다.

이를테면, 당신의 싱글 앨범처럼? 사실 싱글 앨범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진 않는다. 투자 하겠단 사람들이 있어서, 준비도 부족한데 무턱대고 냈다. 홍보가 안 됐고, 노래에서도 무리를 했다. 어쩔 수 없었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 말고 영준의 힘은 그 정도인 거니까.

자책은 당신과 어울리지 않는다. 아니다. 냉정하게 보고 싶다. 유치했다. 정엽이 솔로 보고 질투심이 있었다. 안 돼서 다행이다. 어설프게 알려졌다간 장기적으로 더 안 좋았을 거다.

당신의 싱글은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았다. 지향하는 음악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였다. 여러모로 어려워서, 잠깐 상업적인 작곡가 마인드도 가졌다. 이건 3분 안에 끝내야지, 이건 애들한테 너무 어렵지 않을까, 하는 것 말이다. 싱글의 ‘왜’ 라는 노래는 임창정에게 준다고 의뢰가 들어와서 임창정을 생각하면서 만들었다가 내가 불렀다.

그러고보니, ‘왜’ 라고 지르는 부분이 임창정과 어울린다. 대중에게 어필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있었다. 만들고 보니 아까워서 내가 부른 거다. 하지만 나머지 둘은 내가 원래 하려고 했던 노래다. ‘겨울추억’ 이 가장 반응이 좋았다.

이제는 본인다운 걸 지킬 자신 있나? 팀으로 할 때는 팀 음악으로 완벽하면 된다. 그런 고민은 이번 활동 시작하면서 끝났다.

팀을 강조하는데, 노래를 만드는 과정은 민주적으로 결정되나? 우리 팀은 다른 또래나 후배 팀이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 따로 놔도 곡 잘 쓰고 노래 잘한다.

모두 개인인데, 포기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지 않나? 좋아하는 스타일과 감성이 비슷하다. 또 우린 만장일치로 결정한다. 만장일치 아니면 다 죽인다.

당신이 그 과정을 적극적으로 이끌 것 같다. 다들 신경 쓰지만 나보단 무심하고 게으른 면이 있다. 내가 재촉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지금은 나얼도 적극적이 됐다. 오랫동안 같이 못해서 작업할 때가 제일 재밌다. 각자 힘들어도, 녹음하려고 모이면 그렇게 좋다.

넷의 공통적인 음악적 기반은 흑인음악인가? 그렇다. 나얼은 정말 흑인음악이고, 성훈인 재즈, 정엽과 나는 록으로 시작했다. 흑인음악을 제대로 접하고 빠져든 건 내가 좀 늦었다.

계기가 있었나? 마빈 게이였다. 원래는 록음악을 계보 찾아 듣고 그랬는데, 록과 저항이란 음악사적 맥락에서 마빈 게이를 발견하고 <What’s Going on?>을 들었다. 앨범을 듣는 순간 확 바뀌었다. 록 음악을 좋아하던 취향을 버린 건 아니고 서서히 그쪽으로 가게 됐다.

보컬 스타일은 누군가 모범이 있나? 처음엔 없었다. 내 톤이 어떤지 몰랐다. 다만, 좋은 톤을 가졌다고 그랬고, 제임스 잉그램이나 루더 밴더로스 얘기가 나왔다. 어렸을 때 루더 밴더로스를 많이 연습했다. 지금은 따라한다기보다 편하고 자연스럽게 부르려고 한다.

바보 같은 질문 하나. 노래는 어디에서 나오나? 목인가? 배인가? 정엽은 농담으로 엉덩이라고 한다. 인터넷에 보면, 비성을 써서 두성으로 올려서 복식호흡이 어쩌고 하는데 나중엔 다 무의미하다. 감정에서 나오는 게 가장 큰 것 같다.

감정이 있다고 다 들을 만한 노래를 부르는 건 아니다. 또박또박 말하고 소리를 앞으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은 기본이다. 그게 몸에 밴 사람만이 다음을 얘기할 수 있다. 노래는 머리다, 가슴이다, 이렇게 말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은 노래가 연기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 동의한다. 멜로디와 가사에 맞는 감정을 싣는다. 슬픈 노래를 부를 땐 스스로도 슬프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 듣고 싶은 최고의 찬사는 뭘까? 말이라기보다 유재하나 빛과소금 같은 뮤지션의 계보에 오르는 거다. 중고등학교, 대학교 때 그분들의 음반을 사면서 우리 세대가 느꼈던 기분을 다른 사람들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

그저 잘 만든 음반 이상이다? 일정한 때가 되면 교과서처럼 필청하는 음반을 만들고 싶다.

음반이 아니라 뮤지션으로서 물어보자면, 밥 딜런처럼 꾸준한 전설이 되고 싶나? 밥 딜런은 오래하긴 했지만 과격하다. 너무 어려운 거 싫다. 스티비 원더처럼 되면 좋겠다. 유희열이 토이 초창기 때 앞으로도 사랑 노래만 계속할 거라고 했는데, 공감한다. 대중가요에 사랑 노래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거 빼면 뭐가 있나. 어떨 땐 편하고 어떨 땐 슬프고 어떨 땐 아름다운, 똑같은 사랑 노래를 할 거다.

에디터/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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