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천천히 갑니다 Part. 1

2010.07.01손기은

송창의는 초초해하지 않았다. 한국 드라마에서 본 적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익숙한 침대에 누운 듯 편안해 보였다.

흰색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청바지는 T.I 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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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는 띠어리, 바지는 C.P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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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오빠 같다. 하하. 나 성당 다닌다.

그럼, 성당 오빠. 그런 외모가 인생의 발목을 잡진 않았나? 발목을 잡는다기보다는, 배우로서 완벽한 내 색깔을 확 가져갈 수 없는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좋은 부분이 훨씬 많다고 결론 내렸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아니면 어쩔 건가?

외모 덕에 연애는 쉽게 했을 것 같다. 요즘은 못한다. 혹시 또 모르지, 중간 중간 숨어서 할 수도 있고….

역대 교회 오빠들이 연애를 대놓고 하진 않더라니…. 어떤 여자가 섹시한가? 딱 보기에 섹시한 여자보단, 오히려 그 반대가 더 좋다. 말 붙이기 힘든, 다가가기 힘든 여자에게서 매력을 느낀다.

섹시한 게 싫단 얘긴 아니겠지? 솔직히 말하면 그런 여자는 그냥 보기 좋을 뿐, 내가 좋아할 것 같은 여자는 아니다.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태섭 역에는 왜 캐스팅됐을까? 김수현 작가님이 <신의 저울>을 보고 나와 이상윤 씨를 함께 캐스팅했다고 들었다. 내가 동성애자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누군들 생각했겠나. 앞으로 연기하면서 그런 역할은 더 이상 안 들어올 것 같아 하기로 했다.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나?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시작했다. 이 드라마 하는 동안 인터넷은 보지 않겠다, 이 역은 구설수에 많이 오를 것이다, 하는 식의 각오. 이런 긴 드라마에 출연하면 배우로서 이미지도 생각해야 되는 거고, 나랑 역할이 어울리지 않았을 때, 잘 해내지 못했을 때, 몰입이 덜 됐을 때는 우스꽝스러워지니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이 마음을 열고 봐서 짐의 반은 내려놓은 기분이다.

태섭이 커밍아웃을 했는데, 실제로도 마음이 편해졌겠다. 맞다. 20회에서 터지고 나니까 좀 편해진 건 있다. 사실 아버지 다리를 잡고 바닥에 엎드려 우는 신의 대본 연습을 할 때, 리딩하면서 배우들이 다 같이 많이 울었다. 작가님도 대본 리딩에서 이렇게 우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실제 촬영했을 때는 처음 읽었던 것만큼은 아니었다.

그 장면…. 초반엔 ‘김수현표’ 대사 톤에 모든 배우가 맞춰가려는 느낌이 들었다. 그중 당신은 당신만의 연기를 하는 것 같았다. 음…. 맞는 것 같다. 태섭 역할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초반에 비해 다들 많이 녹아든 것 같다. 태섭과 경수 캐릭터는 작가님과 감독님이 배우에게 좀 많이 맡기는 편이다. 어떤 주문보다는 그냥 점점 태섭이가 돼가고 있는 나를 믿어주고 봐주는 식으로.

경수 역을 맡은 이상우와 둘만 있으면 좀 어색하지 않나? 어색하다기보단, 뭐라 그래야 하지? 동성애를 연기하고 있는 것에 대한 서로의 믿음도 있고, 배려도 있고, 그래서 약간은 거리감을 두려고 하는 것도 있다.

동성애를 연기하기 위해 모방할 만한 것들을 찾기도 했나? 연기는 물론 모방이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하는 건 누굴 모방하는 게 아니다. 그냥 태섭이의 마음과 정서를 이해해주는 게 내가 생각한 동성애 연기의 접근방식이다. 애정 표현 수위 조절에 대해서는 이상우 씨와 많은 얘기를 했다. 보는 사람이 편안해야 하니까 너무 이글이글하고 느끼하면 안 된다.

이젠 원하는 배역을 골라서 할 수 있는 배우가 됐나? 그렇지 않다. 그동안 보여줬던 연기가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코믹물 같은 걸 해봐야 그런 역할이 들어오는 것 아닌가? 내가 코믹 연기하는 걸 사람들도 본 적이 없으니까 그런 걸 주지 않는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어떤 걸 꼭 해야겠다는 강박 같은 건 없다.

뮤지컬은 어떤가? 드라마 중간 중간 브레이크를 걸 듯 출연하는 느낌이 있다. 이 인터뷰가 끝나면 뮤지컬 연출가를 만나러 간다. 시놉시스를 보고 괜찮을 것 같아서 하려고 한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전략을 세우면서 사나? 나는 즉흥적으로 내 앞에 있는 것들을 한다. 어차피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거다. 그러면서도 내 생각과 방향성은 있지만, 굳이 전략을 세워서 갈 일은 아니다.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김보성
    스탭
    스타일리스트/문주란, 혜어&메이크업/ 수안(파크에비뉴), 어시스턴트 / 홍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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