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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적

2010.07.22GQ

카메라 조리개를 1분 동안 열어놓고, 자동차 다섯 대가 본성대로 달린 궤적을 담았다.

닛산 GTR처음 누르는 GTR의 엔진 버튼, 처음 밟는 엑셀러레이터는 이런 식으로 거친궤적을 남길 수도 있다. 더 빨리 달리지 못해 움틀거렸다. 3,799cc 엔진은 485마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60kg.m다.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선 7분 27초56으로 신기록을 냈다. 계기판엔 보통 승용차의 60킬로미터가 있어야 할 지점에 100킬로미터가 그려져 있다. 그런 채 시속 2백 킬로미터를 넘겨도 위험하다는 생각은 안 든다. 4억원대 페라리를 경쟁 모델로 내세우면서, 일상생활에도 무리없게 만들었다는 닛산의 설명은 그래서 설득력 있다. 1억4천9백만원. 아우디 S4차를 타는 목적이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일단의 과시라면, 아우디 S4는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대신 온전한 운전자의 쾌감, 아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다는 은밀함, 시속 80킬로미터부터 저려오는 오금을 느낄 수 있는 감각, 심지어 공포…. 하지만 열네 개의 헤드라이트 LED만 켜고 이렇게 달린 밤엔, 명주실처럼 자유로운 궤적을 그리기도 했다. 2,995ccV형 6기통 TFSI 엔진은 런던날씨처럼 변화무쌍해서 섹시하다. 다른 어떤 차가 S4를 대체할 수 있을까? 최대출력 333마력, 제로백은 5.5초. 8천6백만원. 벤츠 E클래스 카브리올레직선인가 곡선인가? 모던인가 클래식인가? 혹은, 이전 모델들의 유전자는 어떤 식으로 재현됐는가를 논하기 전에, 다만 오래 바라보게 된다. 한붓그리기로 완벽한 원을 그린 것 같은 균형. 시속 40킬로미터 이내에선 언제든 지붕을 여닫을 수 있는 여유. 그런 채 바다와 닿아 있는 거대한 대륙의 가장자리로만 오래 달리고 싶은 포부…. 몇 번이나 아름답다고 되뇌게 된다. 운전엔 별다른 적응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부드럽고 싶은 사람은 부드럽게. 최대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힘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또 그렇게 몰 수 있다. 8천7백90만원. BMW 뉴335i 컨버터블BMW의 ‘달리기’에 흠을 잡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핸들을 돌리고 꺾을 때, 앞코의 반응은 마음보다 한박자 빠르다. 앗, 하는 사이에 앵글을 벗어나고 다시 득달같이 꺾여 벌판으로 귀환한다. RC카로 시합할 땐, 항상 이렇게 빠르고 잘 꺾이는 차가 이겼다. 어려서 일으켰던 운동장 먼지를 트랙에서 재현하고 싶은 어른의 욕심. 지붕이 열리는 건 낭만적 프리미엄이다. 시간이 흘러도 늙지 않는 마녀 같은 속성이, 이 차엔 있다. 최대출력 306마력, 제로 백은 5.7초. 9천1백40만원. 재규어 XK쿠페모든 전자 안전장비를 끄고 핸들을 격하게 꺾을 때, 385마력을 내는 엔진의 힘이 뒷바퀴에 온전히 실리면 타이어는 접지력을 잃고 미끄러진다.도로에선 할 수 없는 일, 어떤 벌판이나 트렉에선 이런 식의 궤적이 생기기도 한다. 실은 광폭한 엔진이면서, 시트에선 호수를 유람하는 것 같은 모순된 감각. 헤드라이트의 느낌은 ‘눈동자’보단 ‘눈망울’의 어감에 가깝다. 헤드램프 양 끝이 바람에 흩날리듯 늘어져서, 이렇게 격하게 움직일 때도 눈웃음친다. 1억5천9백만원.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이신구
    스탭
    한상선, 정우영, 어시스턴트/ 최연국, 어시스턴트 / 김규현, 어시스턴트 / 홍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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