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남자 Part 2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송일국은 어려운 걸 택한다. 그러고는 불태운다.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이미지가 어떻고 캐릭터가 어떻고 하는 문제는 그의 소관이 아니다. 그런 채 도전한다. 국립극장에서 막을 올린 연극 <나는 너다>는 송일국의 첫 번째 무대다. 첫 상연을 보름 앞둔 날, 그는 연신 걱정했다. 말 모양이 씩씩해서 걱정으로 들리진 않았다.

실크 가운을 입은 그가 슬며시 모니터로 온다. 그러고는 각종 촬영 장비에 관한 애호를 털어놓는다.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위치로 간다. 영문을 알 수 없는 파인애플을 든다. 가만히 있는다.자주색 실크 가운은 에르메네질도 제냐, 가죽 슬리퍼는 로로 피아나
실크 가운을 입은 그가 슬며시 모니터로 온다. 그러고는 각종 촬영 장비에 관한 애호를 털어놓는다.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위치로 간다. 영문을 알 수 없는 파인애플을 든다. 가만히 있는다.
자주색 실크 가운은 에르메네질도 제냐, 가죽 슬리퍼는 로로 피아나

 

여자를 구하고, 부모의 원수를 갚고, 백성을 살리고…. 송일국은 그렇게 보였다. 오늘은 그저 한량 같은 남자가 되기로 했다. 그는 내내 말이 없었다. 체크무늬 재킷과 셔츠는 모두 니나리찌, 넥타이와 포켓치프는 모두 브로이어 by 샌프란시스코 마켓,가죽 줄 시계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반지는 마코스 아다마스, 양모 붓은 구하산방
여자를 구하고, 부모의 원수를 갚고, 백성을 살리고…. 송일국은 그렇게 보였다. 오늘은 그저 한량 같은 남자가 되기로 했다. 그는 내내 말이 없었다.
체크무늬 재킷과 셔츠는 모두 니나리찌, 넥타이와 포켓치프는 모두 브로이어 by 샌프란시스코 마켓,가죽 줄 시계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반지는 마코스 아다마스, 양모 붓은 구하산방

‘나장수’같은 인물로부터 지금 당신은 너무 영웅 캐릭터로 기운 건 아닐까? 배우는 캐릭터와 묘하게 헷갈리는 지점에서 매력이 생긴다고 본다. 그러기에 당신은 너무캐릭터만, 그것도 영웅인 캐릭터만 파고 있다는 생각이다. 어떤가? <주몽>이 워낙 크게 성공을 하다 보니, 아직도 주몽, 주몽 하는 분이 많다. 그런 게 오래 간다. 하지만 웃긴 역할 맡고 대박 나면 사람들은 다 잊어버릴 거다. 그런가 하면 나에 대한 기대치를 무시할 수 없다. 변신을 하더라도 어떤 범주 안에 있어야 한다고 본다. 어떤 캐릭터에 고착되는 걸 걱정하지 않는다. 이제 조금 연기를 알 것 같다. 지금까진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면서 했고.

뭐가 뭔지 모르고 한 연기를 보고 좋아했단 말인가? 그렇게 되나? 결국 내가 만든 게 아니라 감독님이 하라는 대로 한 거니까.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다든가 어떤 감독이랑 일해보고 싶다든가 그런 생각은? 솔직히 말하자면, 없다. 계획이 있다면 계속 배우의 길을 가고 싶다는 거지, 누구랑 꼭 일해보고 싶다는 건 없다. 배우는 선택 받는 직업이다. 어떤 연기에 대한 갈망으로 연극도 하고 이러는 것이다. 물론 좋은 감독님과 좋은 작가를 만나는 건 행복한 일이지만.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라지만, 생각은 얼마든지 자유롭게…. 사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개런티가 비싼 배우가 되어버렸다. 근데 훌륭한 작가와 훌륭한 연출자가 굳이 비싼 배우를 쓸까? 오히려 부족한 부분이 있는 쪽에서 비싼 배우로 그걸 만회하려 하지 않을까? 내가 꼭 훌륭한 감독이나 작가들과 일하겠다고 고집한다면 오히려 선택의 폭이 좁아질 것 같다. 오히려 약간 부족한 사람들이 나를 찾았을 때, 내가 같이 가면서 서로 메워주며 작품을 성공시키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항상 뭔가를 뛰어넘고자 하는 당신의 강박 같다. 장벽이 높을수록 극복하고자 하는 흥미가 생기는. 배우로서 지금 당신이 맘에 드나? 배우로는 모르겠다. 인간적으로는 철들었다.

언제 철들었나? 30대 중반에. 그때 되니까 어머니가 하시는 일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왜 그렇게 살아오셨는지 알 것 같았다. 어머니 마음을 알게 된 때다.

부모님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건 철들었다는 말과 같다. 그렇다고 뭐 크게 달라지는 건 없지만. 하하, 맞다.

마흔인가? 마흔이다. 숫자다.

우리나라에서 배우는 나이 들수록 연기 폭이 좁아진다. 당신은 피부가 좋으니 걱정 없나? 하하, 갑자기 피부 얘길 하나? 음, 혹시 우리나라 남자 배우들 중 50 넘어서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배우가 있나?

글쎄, 누가 있을까? 할리우드엔 많다. 예를 들어 숀 코네리는 일흔 넘어서도 섹시하게 보인다. 그건 하루아침에 된 게 아니다. 나는 멀리 내다보고 싶다. 그 나이가 되어서도 섹시한, 그런 매력이 나올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래서 당장 무슨 배역을 맡는 것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하다가 실패할 수도 있고 다음에 또 좋은 거 해서 성공할 수도 있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나이가 들어서도 남자로서의 섹시한 매력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당신과의 인터뷰가 힘들다는 얘기는 어디서 나온 걸까? 방송 얘기다. 이런 지면 인터뷰엔 걸러주는 게 있지 않나?

그런 거 없다. 내가 여기서 괜히 육두문자 쓴다고 해서 그걸 그대로 쓰진 않을 것 아닌가.

쓴다. 하하. 인터뷰가 힘들다는 건 방송 때문인 것 같다. 카메라가 있으면 굉장히 말을 조심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다시 연극 연습하러 가나? 바로 간다. 사실은 연출 선생님이 더블 캐스팅을 제의했었다.

거절했나? 맞다. 무대 위에서 쓰러져 죽는 한이 있어도 내가 해내고 싶었다.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 제가 다 해요!’

그렇게도 도전을 일삼는 당신이라니. 언제나 멀리 보고 갈 거다.그게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