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뜨거울 때 – 1

태양이 뜨거울 때, 가슴이 날개칠 때, 누구를 위하여 오늘도 불타는 푸른 꿈아. 미소를 잊지를 말고 걸음을 멈추지 말고 태양이 뜨거울 때 가슴이 날개칠 때 영원보다 더 멀리 꽃피어라 푸른 꿈아. – 패티김 ‘태양이 뜨거울 때’1967.

지난 1월호에 태양과의 인터뷰 ‘소년은 울지 않는다’ 를 실었다. 인터뷰에서 ‘곧’ 나온다고 했던 앨범은 7개월이 지나 발매되었다. 또한 앨범 제목은 인터뷰에서 처음 밝혔던 ‘Real’ 이 아니라 ‘Solar’ 로 바뀌었다. 태양을 다시 만났다.

음, 그러니까, 따질 게 좀 있는 편이다. 알고 있다.

알고 있다니, 알아서 이실직고할 건가? 그렇게 웃어도 소용없다. 일단 듣겠다.
“우선, 제 대답으로 인해 <GQ>가 오보를 낸 것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이번에 많은 걸 느꼈습니다. 사람 일이라는 게 뜻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그런 톤으로 말하면…. 이 인터뷰는 슬픈 인터뷰인가?
아니다. 기쁜 인터뷰다. 그땐 정말‘곧’이었다. 마무리할 것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래 걸렸다. 죄송하다.

왜 오래 걸렸나. 콘셉트가 개벽했나?
콘셉트 자체는 글쎄, 크게 바뀌었다고 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내 감정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작년에 인터뷰할 때의 감정으로 똑같이 음악을 했다면 이런 음반이 나오지 않았을 거다. 근데, 2010년 딱 들어서면서 내 마음이, 뭔가 생각이, 감정이 달라졌다. 2009년엔 집에만 박혀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의 문이 닫혔던 것 같다. 그냥 힘만 들었다. 내가 음악을 하는 건 기쁘고 행복하려고 하는 건데, 왜 이렇게 힘들까? 그런데,2010년 시작되자마자 폭설이 왔다.

아마 그날이 1월 4일이었을 거다.
그 눈을 보면서 글쎄, 어떻게 말해야 할지…. 테디 형 집이었는데, 이렇게 하다가는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 닫힌 마음은 앞으로 음악을 하는 데 너무 방해가 될 것 같았다. 그냥 문을 열어버렸다. 그렇게 흘러갔다.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향이 보였다. 사실 지난 인터뷰 때 마무리만 하면 된다고 했던 앨범은 이전의 미니 앨범이나 디지털 싱글과 비슷한 노래가 많았다.

죄 짓고(‘죄인’), 기도하고(‘기도’), 어둠의 자식 같은 그런 것 말인가?
하하, 맞다. 다 그런 트랙들이었다. 뭐랄까, 노래만 불렀다. 내가 한 말도 있고, 빨리 내긴 내야겠고, 여유가 없었다. 박자나 음정이나 목소리나 그냥 꾸며서 내는, ‘이 노래는 이런 기분이겠다’ 라고 설정하고 불렀다. 녹음할 때 시간도 별로 안 걸렸다. 그런데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생각한 뒤 그 노래를 들으니 만족할 수 없었다. 다시 불러야 했다.

어젯밤에 쓴 편지를 다음 날 보면서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기분 같은 거?
그렇다. 하지만 노래를 하든 앨범을 만들든 지금의 나에게 충실하자는 생각만큼은 확고했다. 그건 절대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만큼 무대에서 증명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무대에선 모든 게 다 드러나니까.

얼마나 많은 노래가 이 앨범으로 들어오려고 했나?
트랙으로 따지면 녹음해놓고 안 들어간게 열 곡 넘는다.

최종 선택은 직접 했나? 물론.

타이틀곡은? ‘I Need a Girl’ 은 사실 예전에 받은 곡이다. 처음 받아서 노래했을 땐 솔직히, ‘이노래는 김치볶음밥이 다지 뭐’ 그랬다(가사에 ‘김치볶음밥은 내가 잘 만들어’ 라는 부분이 있다). 어쨌든 스테이크는 아니니까.

음, 냉장고에 묵은지 있는 태양이라니.
하하. 그냥 그 정도라고 생각했다. 너무 신인 작곡가한테 받았다는 선입견에, 확실한 어떤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신선하고 좋은 멜로디다 정도? 타이틀곡은 더 좋은 걸 새롭게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렇게 욕심내다가는 10년이 지나도 앨범이 안 나올 것 같았다.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여태껏 불렀던 곡과 사뭇 다르지만 지금 내 보컬느낌이 가장 잘 묻어나는 곡이 ‘I Need a Girl’ 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중요한 건 내게도 그렇게 들렸다는 거다.

무대에서 ‘김치볶음밥’ 이라는 가사를 잘할 자신 있었나? 하하, 그건….

실은 그 가사 부분에 유심히 본다. 당신이 조금이라도 어색한 얼굴을 하는지 어떤지. 안 하던데? 나도 처음엔 좀 어색하지 않을까 했는데, 막상 무대에서는 잊어버린다.

그러고 보니, 오늘 같이 온다던 테디는 어디 있나? 그에게 묻고 싶은 게 많은데.
음, 형이 오늘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아쉽다. 테디와 공동 프로듀서였는데, 어떤 조화가 있었고 어떤 갈등이 있었나?
테디 형만큼 나를 잘 컨트롤하는 사람도 없는 것 같다. 내 의견을 잘 받아주면서도 항상 새로운 걸 덧붙인다. 갈등은 글쎄, 내가 너무 옆에 붙어 있어서 좀 귀찮게 한 거? 새해에 눈 내리는 걸 형 집에서 볼 때가 아마 거의 한 달째 머무는 중이었을 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미안하다. 근데 갈 데가 없었다.

프로듀서인 그가 가수인 당신에게 원하는 것은 뭐였나?
사람이,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거랑 잘할 수 있는 거랑은 다른 것 같다. 하고 싶은 것에 정확히 도달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지금 내 상태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걸딱 제시해주는 사람이 바로 테디 형이다. 정말 중요한 사람이다. 많이 배운다.

당신이 끝내 고집한 부분이라면?
지금 트렌드를 따르는 음악보다는, 어떤 기본에 충실한 음악이었으면 한다는 점이었다. 여러 새로운 시도를 굉장히 좋게 생각하지만, 기본적인거, 그걸 딱히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내 소신으로 지키고 싶은 어떤 게 있었다. 균형을 잡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소속사가 타이틀곡에 대해 ‘대중성’ 이라는 말을 한 것도 그런 맥락일 수 있겠다. 그런데 ‘대중성’이라는 말엔 언제나 함정이 있다.
이제까지의 느낌과 좀 다르다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회사에서 표현을 그렇게 한 것 같다.글쎄, 사실 ‘Where Uat’이나‘웨딩드레스’가 대중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우리나라 차트에선 어땠을지 몰라도 음, 자랑 같아서 좀 그렇지만….

좋은 거면 자랑해야지, 흉보나? ‘웨딩드레스’ 는 해외에서 유난히 반응이 좋았다. 무엇이 대중적이고 무엇이 대중적이지 않은 걸까?

앨범 분위기가 이전과 달라지면서, 그 노래들이 앨범 속에서 좀 이상한 위치가 되었달까?
동떨어져 보이나?

‘Where U at’ 같은 경우, 텔레비전에서 한 번 하고 묻히기엔 아까운 퍼포먼스라서 아쉬운게 크니까. 여튼 궤적이자, 새 출발인 이번 앨범 <Solar>를 스무 번쯤 들어봤다.
궁금하다. 어떻게 들었나?

음, 그러니까 미쳤다고 생각했다. 무슨 노랠 그렇게 미친듯이….
하하, 잘했다는 건가?

노래로 끝을 내자? 그게, 그러니까…. 내 생각에,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어떤 노래든, 내가 하는 노래만큼은 진심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은, 나와 맞지 않을 것 같은 장르라고 해도 충분히 진심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은, 음, 그게….

또 자랑 같아서 망설이나? 많은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이다. 모든 사람이 정말 감동할 수 있는 노래를 받았다고 해도, 내가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잘 부르지 못할 거다. 그런데,“어, 태양이 저런 노래를?”하는 노래를 불렀어도 진심을 담을 수 있다면, 언젠가는 진짜를 꼭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그 준비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지금하는 노래가 이전과 사뭇 다를지 모르지만, 그래도 내겐 혼연의 진심을 다할 수 있는 그런 노래다.

이 앨범에 점수를 얼마나 주겠나?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어떤 곡을 만날지 기대가 크고, 또한 내 자신이 많이 기대된다.당신은 이 앨범에 점수를 얼마나 줄 수 있나?

후한 듯 이상한 점수를 줄 수 있다. 95점이고, 90점은 ‘Take It Slow’ 라는 노래 때문이다. 하하, 그럼 나머지는 5점인가? 그 노래를 좋아해주는 건 내게 큰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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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디렉터] 곧 두 번째 책을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