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태양이 뜨거울 때 – 2

2010.08.12장우철

태양이 뜨거울 때, 가슴이 날개칠 때, 누구를 위하여 오늘도 불타는 푸른 꿈아. 미소를 잊지를 말고 걸음을 멈추지 말고 태양이 뜨거울 때 가슴이 날개칠 때 영원보다 더 멀리 꽃피어라 푸른 꿈아. – 패티김‘태양이 뜨거울 때’1967.

‘Take It Slow’는 좋은 노래다. 좋은 노래의 조건은 나쁘거나 촌스러운 부분이 단 한 곳도 없을 것이다. 가사는 좀 무리한 것 같지만.
하하, 맞다. 무리했다. 사실 R & B나 흑인음악이 중점을 두는 것 중에 그런 부분이 있다. 그걸 이해했기 때문에 그런 노래를 쓴 거다.

섹스 얘긴가? 타이틀곡인‘I Need a Girl’의 데모버전엔 그 단어가 직접 나오던데.
뺐다. 한 번은 넣어서 녹음한 적도 있지만, 어쨌든 방송에서 활동할 곡인데 그 말 때문에 못 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바꾸기는 바꿨는데 좀 아쉬운 부분이다. 더티 하게 그런 표현을 노골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하나의 단어일 뿐인데, 아쉽다.

‘Take It Slow’가 당신이 작사 작곡한 노래라는 건 나중에 알았다.
내가 써놓고도 조금은“와우~!”만족했었다. 너무 좋다기 보다, 이런 느낌의 곡을 내가 만들었다는 것에 스스로 가능성을 느꼈다. 근데 회사의 반응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그럴 수는 없다. 귀가 맹장 밑에 달렸나?
물론 좋아해준 사람도 있었다. 테디 형도 무척 좋아했고. 근데 몇몇이 잘 이해를 못해주니까, 만든 나로서는 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앞으로 작곡을 막 미친 듯이할 건 아니지만 앨범을 내면 한두곡 정도는 꼭 자작곡을 넣을 생각인데, 처음부터 끝까지작사 작곡한 첫 노래에 반응이 그러니까 위축되는 기분도 들고. 그런데 이렇게 좋다는 반응을 들으면, 아, 그냥 이건 어쩔 수 없구나, 생각하게 된다.

인트로를 제외하고 첫 트랙은 ‘Super Star’다. 첫 트랙다운 패기와 흥분이 있다.
‘Super Star’는 딱 마음을 열자마자 나온 노래다.

이 앨범 혹시 인간극장 사운드트랙인가?
하하, 정말이다. 마음을 열자마자 굉장히 기뻤던 그 기분. 나와 테디 형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둘이 좋아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지만,그 곡이 나왔을 때만큼은 너무 행복했다. 하루 종일 그걸 틀어놓고 흔들었다.

막춤이려나? 맞다. 우리 나름대로, 이런 스타일은 없었다고, 너무 새롭다고 생각했다.의미 없이 좋았다.

내친김에 녹음도 한 번에 끝냈을 것 같다. 맞다. 어떻게 알았나? 아주 그냥 신났었다.

당신의 목소리는 이 앨범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음악을 대하는 달라진 감정만큼 목소리를 표현하는 태도나 방식도 달라졌을 텐데.
부르기 전에 어떤 설정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냥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을 기억하는 정도다. 마음을 비운다고 할까? 아무 생각 없이 불렀을 때 내가 원하는 목소리가되곤 했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거, 이런 노랜 이렇게 불러야 한다는 생각이 없는 상태. 그렇게 불렀다.

그래도 모든 노래가 뚝딱 녹음된 건 아닐 텐데, 가장 애를 먹으며 많이 부른 노래는 뭔가?
‘You’re My’ 다. 몇 번쯤 불렀을까, 한 오백 번쯤? 그쯤 될 거다. 아까 당신이 미친 듯이 노래했다고 말했을때, ‘You’re My’ 녹음하던게 생각났다. 음, 목소리가 전면에 드러나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흐름을 타는 게 중요했다. 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으면서 뭔가 충분하도록 섬세하게 표현해야 했다. 결국엔, 에라 모르겠다 싶은 마음으로 부른 마지막 것을 썼지만…. 한밤중에 녹음했는데 다음 날 들어도 괜찮았다. 이번 앨범도 그렇게 들렸으면 좋겠다. 아침에 들을 땐 활기 있고 희망찬데, 저녁에 퇴근하면서는 어떤 위로로 들릴 수 있는, 같은 노래지만 그렇게 여러 느낌을 담고 싶었다. 내가 노래할 때 그랬듯이 듣는 사람들도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우리 모두 마음을 여는 거다.

테크닉은 어떤가? 목소리가 분명 이전보다 훨씬 풍부하고 다채로운 색을 내고 있다.
테크닉 때문에 애쓰진 않았다. 트레이닝은 기본적인 것을 꾸준히 하는 정도다. 음, 어떻게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내가 좀 놀란 부분이라면, 일단 노래를 하고 나서 보면, 그게 내가이미 갖고 있던 느낌이었다는 거다. 그랬다.

이제 망설이지 않고 자랑을…. 그런가 하면 ‘Just a Feeling’ 은 쏙쏙 박히지만, 왠지 빅뱅노래처럼 들리기도 한다. 멤버들이 한 소절씩 앞으로 나올 것 같다.
하하, 그런 얘기 많이 들었다. 악기 소스들을 예전에 썼던 걸 쓰긴 했지만…. 처음에 작업할땐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런 얘길 자주 들으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근데, 정말인지 자꾸 되묻게 된다. 정말 그런가?

당신이 빅뱅 멤버라는 점 때문일지도. 그런데 ‘이상한 아이돌’ 이라고 부르는 건 어떤가?
음…. 사실 단 한번도 나를 아이돌이라고 생각 해 본적이 없다. ‘이상한 아이돌’ 이라는 말의 뉘앙스는 내 생각이나 방향과 같다고 본다. 좋은 말 아닌가?

글쎄, 당신이 계속 증명할 일이 아닐는지. 그런 채 ‘아이돌로서’예능 프로그램에 나간다.보는 입장에선 당신이 좀 어색해하는 걸 보며 즐기기도 한다.
죽겠다. 좀 나아지긴 했다. 예전엔 찍고 나면 ‘아, 나랑은 아예 다른 사람들이구나’였다. 거기서는 아무것도 못하겠는 거다.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했다. 최근에 <강심장> 나가서는 옛날처럼 그 정도는 아니었다.

승리가 도와줬나? 그런 자리에 승리가 있다는 건 굉장히 든든하다. 너스레를 잘 떤다.

첫 앨범, 가수에게 더없이 설레는 말이다. 이제 스스로를 얼만큼 신뢰할 수 있나?
이런 얘기가 좀 웃기지만, 만약 내가 최고의 가수가 될 사람이면 그렇게 될 것이다. 안 될 사람이라면 아마 발악을 해도 안될거다. 다만 내가능성을 믿는거다‘. 안되면 안돼. 무조건 되게 할 거야’ 그러지 않는다.

‘노력하는 스타’라는 말은 매력이 참, 없다. 맞다. 나도 그걸 깨달았다. 노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가 정말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줄 노래를 부르게 될 사람이라면 언젠가 그 노래를 부르게 될 거다. 확실히 그렇다.

당신은 줄곧 달라졌다고 얘기하지만, 사람은 대개 안 변한다. 변하게 하는 건 몇 가지 이유밖에 없다. 혹시 연애했나? 하하, 연애 안 했다.

확실히 예능감은 없군. 농담이다. 어떤 때 어리다고 느끼고, 어떤 때 어른이라고 느끼나?
아직 어리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좋아하는 걸 너무 한없이 좋아하니까.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조금씩 더 드는 건 사실이다. 어른이라는 말이 덜 어색하달까? 최소한 어른이라고 말하는 게 부끄럽진 않다. 운전할 때 특히 그렇고.

드림카는 뭔가?
가격을 떠나서 어렸을 때부터 벤틀리가 너무 멋있었다.

드림카엔 드림걸이 제격이다. 이번 앨범 가사에 가장 많은 단어는 아마도 ‘베이비’일 것이다. 여자 얘기는 누구와 하나? 탑이나 테디 같은 형에게 뭘 묻나?
그냥 주변에서들 많이 한다. 형들한테 조언도 많이 듣고.

들을수록 어떤가?
들을수록 모르겠다. 정말 어떻게 해야 여자라는 동물을 만족시킬지 잘 모르겠다.

여자라는 동물…. 소녀시대 유리와의 소개팅과 콘서트 관람이 기사화됐다.
내가 너무 집에만 있는 걸 아는 지인이 괜찮은 여자애를 소개해준다고 해서, 괜찮다고 괜찮다고 계속 버텼는데, 어느 날 테디 형 집으로 사장님이 막 들어와서 무조건 만나라고 했다. 만날 여기에만 틀어박혀 있지 말고, 당장 나가서 만나라고. 만나서 밥 먹고 오라고. 그래서 나가서 밥 먹었다. 가보니 소녀시대 유리 씨였고, 콘서트를 하니까 오라고 했다. “그래서, 갔죠 뭐.”

어쨌든 변화는 변화다. 노래에선 그렇게 자신감이 흘러 넘치는데, 정작 당신이 끝내주는 남자라는 증거는 뭔가?
내가 좋아하는 여자만큼은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있다.

그런 자신감이야 누군들 없을까?
그렇다면 음, 내가 좋아하는 여자만큼은 나를 좋아할 거라는 확신이 있다.

그럼, 지구상의 하고 많은 가수와 노래 중에 당신의 노래를 듣고 당신의 꿈을 지지해야하는 이유는 뭔가?
글쎄, 이제 첫 앨범이지만, 지금까지 음악하면서 나를 믿어준 사람들을 안다. 고민하고 고집 부린 내 음악이 좋다고, 맞다고 지지해준 사람들의 믿음을 알고 있다.나는 앞으로 간다. 지금으로선 그 말밖에….

따질 걸 다 따졌는지 모르겠다. 아, 당신에게 ‘동레알’ 이란 별명을 만들어준 ‘Real’은 어디로 갔나?
버리지 않았다. 여기 있다. 언젠가 분명히 ‘아!’하게 될 것이다.

    에디터
    장우철
    스탭
    스타일리스트 / 지은(Gee Eun), 헤어 / 김태현(Kim Tae Hyun), 메이크업/ 임해경, 어시스턴트 / 홍서진, 어시스턴트/김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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