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탐스슈즈 대표와의 만남

2010.08.24GQ

탐스슈즈의 대표 블레이크 마이코스키가 서울에 왔다. 돈 얘기 말고 선물 얘기만 하고 갔다.

지금까지 탐스슈즈가 전 세계 아이들에게 60만 켤레의 신발을 선물했다. 처음부터 이런 목표가 있었나?
2006년에 아르헨티나에서 울퉁불퉁한 길을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을 봤다. 상처투성이 발에 질병이 생겨서 건강까지 위협받고, 맨발이라 학교엘 못 가는 아이들에게 신발을 주고 싶어서, 탐스슈즈를 론칭했다. 그때부터 고객이 신발을 한 켤레 살 때마다 맨발의 어린이에게 한 켤레씩 기부하는 ‘슈드랍’을 진행했다.

탐스슈즈 중엔‘스페셜 에디션’이 여럿 있던데, 제일 자랑하고 싶은 건 뭔가?
작년에 출시한 타일러 램지 컬렉션. 타일러 램지는 소중한 내 친구이자 LA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다. 붓을 쓰지 않고(실제로 그에겐 붓이 하나도 없다) 손으로 페인트칠해서 신발을 만들어, 모든 신발이 조금씩 다르다. 이번에 서울의 편집숍 에이랜드와 협업해 만든 ‘맵시’는 한국을 위한 스페셜 에디션이다. 아름답고 보기 좋은 모양새를 뜻하는 순수 한글 이름을 붙였다.

‘어떻게 디자인할까’만큼 ‘누구에게 신발을 줄까’도 중요한 문제겠다.
단순히 아이들에게 신발을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이 일은 무엇보다 지속적인 활동이 중요하다. 아이들의 발은 금방 자라고, 또 어떤 지역은 밑창이 빨리 닳아서 금세 새 신발이 필요하다. 국제 비정부기구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찾고, 그들이 클 때까지 계속 신발을 보낸다.

탐스슈즈에선 어린이용 신발도 판다. 기부하는 신발과는 어떻게 다른가?
처음엔 판매용과 동일한 형태에, 다양한 색으로 제작했다. 그런데, 학교에 가려면 아이들에겐 교복에 어울리는 ‘검정색’신발이 필요하다. 그래서 요즘은 검정색만 만든다. 더 오래 신도록 단단한 고무창을 대고, 비 오는 날도 신을 수 있게 고무창도 높게 만든다.

신발 만드는 남자의 신발장에는 신발이 몇 켤레나 있는지 궁금하다.
보트(그는 보트에서 산다)에 열 켤레쯤 있다. 나한테 신발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난 필요한 신발만 가졌다. 운동을 좋아해서 골프, 테니스, 조깅, 서핑용 신발이 있다. 나머지는 탐스슈즈다.

탐스슈즈는 ‘캐주얼’하고 편한 신발이라 편한 옷차림에 신게 된다.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탐스 슈즈를 신나?
나는 매일 탐스슈즈를 신는다. 내가 탐스슈즈를 만들어서가 아니라, 정말 편해서다. 게다가 어떤 스타일과도 어울린다. 턱시도를 입어야 할 땐 턱시도 수트에 타일러 램지 신발을 신거나, 짙은 네이비 수트에 빨강색 클래식 탐스슈즈를 신는다. 탐스슈즈를 론칭한 초창기엔 한쪽 발엔 빨강색, 반대쪽 발엔 남색 신발을 신고 다녔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신발을 신었는지 묻고, 자연스럽게 탐스슈즈와 일대일 기부에 대해 소개할 수 있었다.

탐스슈즈를 신는 사람들 중 어떤 특별한 사람들이 있었나?
슈드랍을 통해 아르헨티나에서 만난 세 아이의 어머니가 있다. 아이 신발이 딱 하나뿐이라 세 아이가 일주일에 이틀씩 학교를 갔는데, 이제 셋이 매일 학교를 간다며 눈물 흘리던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 2008년 크리스마스 때, 탐스슈즈를 가장 많이 구입한 고객 1천 명에게 선물을 보내려고 목록을 뽑은 적이있는데, 그때 직원이 놀란 얼굴로, “아버님이 무려 1백켤레를 구입하셨어요!”라는 거였다. 탐스슈즈를 구입했다거나, 선물해달라고 말씀한 적이 없던 분이라 무척 의외였다.

신발을 만들지 않았다면, 지금 뭘 하고 있을까?
보트를 타고 세계여행을 하거나 환경보호에 관한 활동을 하고 있을 거다. 난 친환경 에너지에 관심이 많다. 탐스슈즈 뒤꿈치에 야간에 빛을 반사하는 스카치 라이트 라벨을 단 것도 나처럼 자동차 대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다.

    에디터
    박정혜
    포토그래퍼
    김보성, Courtesy of Bottega Ven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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