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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오렌지가 비처럼 내려와

2010.08.25GQ

파인애플이나 우산일 수도 있어요. 중절모나 구름 속을 달릴 수도 있겠죠. 이렇게 멋진 다섯 대의 자동차를 타고.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LP570-4 슈퍼레제라

면과 면의 조합, 곡선과 직선의 조합을 계산하기 전에 정면과 측면, 후면과 후 측면에서 보는 모든 모양새가 다르다. 모두, 다르게, 아름답다. 만화경처럼 비현실적이다. 어떤 상실감과 시각적 쾌락 사이에서 망설이다 엔진을 건다. 10기통 5.2리터 직분사 엔진이 시트 뒤에서 내는 소리는 청각과 촉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이건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의 최상위, 초경량 모델이다. 최대출력은 570마력, 최대 토크는 55.1kg/m이다. 이런 힘으로 1톤을 약간 넘는 차체를 움직이면 제로 백은 3.4초, 시속 200킬로미터까진 10.2초 걸린다. 최고속도는 시속 325킬로미터다. 이 차를 타되 달리진 말아달라는 부탁과, 이미 알몸인 모니카 벨루치와 침대 위에서 칸트를 논하라는 주문 중 어느 쪽이 더 잔인할까? 한국엔 총 다섯 대가들어오고, 그 중 세대는 8월 초에 예약이 끝났다. 3억9천5백만원.

볼보 더 뉴 C70 T5

바뀐 건 외형뿐이라서, 차 자체에 대한 평가는 갈릴 수도 있다. 하지만 바뀐 얼굴이 이렇게 예쁘고, 볼보의 2521cc 저압 터보 엔진은 모든 영역에서 230마력을 위트있게 뿜어낸다. 몸이 가죽 시트에 묻히는 정도. 굳이 ‘니스’를 칠하지 않고 나뭇결 그대로 인센터페시아엔 서늘한 아름다움이 있다. 오래도록 질리지 않을, 소유한 사람만 느낄 수 있는. 낙성대 언덕에선 렉서스를 타고 올라가던 아저씨가 이 차를 더 자세히 보려고 차에서 내렸다. 가격과 제원을 캐물었다. 서래마을에선 밖에서 걷던 세 명의 여자가 이차를 보고 동시에 휘파람을 불었다. 예쁜 건, 누구나 아는 거니까. 8월 말 출시 예정. 6천9백90만원.

BMW X6M

핸들에 있는 M 버튼을 누르거나 기어봉을 스포츠 모드로 옮기고 엑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을 때, 포근했던 X6M의 모든 금속이 경련한다. 무게는 2톤이 넘는데, 제로 백은 4.7초다. 귀여운 북극곰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 서열 8위에 올랐을 때 기분이랄까? 북극곰은 북극에 사니까, 사람을 만날 확률이 적어서 그나마 8위지 사실 대적할 동물이 별로 없다고 한다. X6M도 흔한 차는 아니다. 만만한 상대도 아니다. 다만 드물게 출몰해서 필요에 따라 광폭하게 달린다. 안전 최고속도는 시속 250킬로미터로 제한돼 있고, 최대출력은 555마력, 최대 토크는 69.4kg/m을 낸다.1억6천1백90만원.

캐딜락 CTS-V

지금, 누가 캐딜락을 보수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조짐은 이미 있었다. 새로운 CTS가 선봉이었다. CTS-V는 벤츠의 AMG, BMW의 M과 같은, CTS의 고성능 모델이다.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세운 기록은 V8엔진을 달고 대량생산되는 4도어 세단 중 가장 빨랐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약 97킬로미터)까진 3.9초 걸린다. 6.2리터 V8슈퍼 차저 엔진은 최고출력 556마력, 최대 토크76.2kg/m을 낸다. 캐딜락 전통의 직선엔 위엄과 품위가 현현하고, CTS보다 두 배로 넓은 라디에이터그릴과 솟아오른 보닛엔 힘이 응축돼 있다. 역사상 가장 빠른 캐딜락의 가격은 1억5백만원.

아우디 A5 카브리올레

막 지붕을 열려는데 소나기가 내렸다. 비가 캔버스 지붕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 방울 한방울의 무게까지 짐작할 수 있는 소리가 툭 투두둑. 캔버스 천과 우레탄, 실내의 직물이 차례로 진동했다. 누가 받쳐주는 우산을 쓰고 영접받는 기분으로 비가 그칠 때까지 달리다, 북악 스카이웨이에서 다시 열었다. 어깨 위로 후끈한 습기, 그 아래로 에어컨 냉기가 뒤섞였다.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리진 않겠지만…. 겨울이라도, 이렇게 간편하고 낭만적인 일탈이 또 있을까? 서울이 캘리포니아는 아니니까 카브리올레는 사치라는 말은, 적어도 A5카브리올레 안에서는 경솔하다. 옆모습은 균형 잡힌 하나의 덩어리로써 팽팽하고 은근하다. 2.0리터 TFSI 엔진이 들어 있고, 최대출력 211마력, 최대 토크 35.7kg/m을 낸다. 제로 백은 7.9초. 6천9백20만원.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이신구
    스탭
    스타일리스트/이영주, 어시스턴트/한상선, 어시스턴트/정우영
    기타
    어시스턴트: 유지현, 홍보람, 홍서진, 김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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