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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도 ‘야동’을 본다

2010.09.01유지성

그거, 여자도 본다. A, B, C 세 명의 여자를 만나 ‘야동’ 이야기를 나눴다. 비디오, 현실, 그리고 남자.

E (에디터) 이런 얘기, 여자들끼리도 해요?
A (25세, 학생) 자주 하는 편은 아니에요. 가볍게 지나가는 말 정도면 모를까. 그런데 모르죠. 말만 안 할 뿐 뒤에서 할 건 다 하잖아요.
C (30세, 의류 MD) 아직 한 번도 안 봤다고 말하는 여자도 많아요. 그게 사실이라면 인터넷 링크라도 몇 개 보내주고 싶은 심정이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럴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실제로 친구들 보면 반 정도는 오히려 저보다도 더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나머지 반 정도는 진짜 아직도 ‘손만 잡고 자자’하는 정도거든요.
B (27세, 회사원) 맞아요. 어느 순간부터 좀 극단적으로 갈리는 것 같아요. 전 오히려 친구들보다 여자들만 있는 커뮤니티 같은 데서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파일을 공유하기도 하고.
A (25세, 학생) 아무래도 경험담 위주로 이야기를 하는 편이죠. 남자친구가 어떻다 뭐 그런 얘기들. 그런 건 높은 수위로 얘기하기도 해요.

E (에디터) 남자친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럼 남자친구랑 같이 동영상을 봤거나, 보면서 따라해본 경험도 있어요?
A (25세, 학생) 해보고 싶은데 아직 못해봤어요. 그냥 같이 본 적은 있어요. 아, 본 걸 기억해내서 해본 적은 있다.
B (27세, 회사원) 난 해본 적 있는데 남자친구가 되레 굉장히 민망해하던데요? 보면서 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어요. 집중도 잘 안 되고.

E (에디터) 설마 “어제 ‘야동’봤어. 이거 같이 해보자”고 말한 거예요?
A (25세, 학생) 에이, 그냥 몰래 한 거죠.
B (27세, 회사원) 난 말하는 편인데, 오히려“왜 이렇게 잘 안 되지?”하고 투덜거려요. 말하니까 왠지 남자친구가 좋아하던걸요?

E (에디터) 그럼 남자친구가 혼자 동영상 보거나 하면 어때요? 서운하진 않아요? 어찌 보면 다른 데 가서 해결하는 거잖아요. 아니면 아예 물리적으로, 거기서 힘 빼고 섹스할 때 비실비실한다거나.
A (25세, 학생) 글쎄, 힘빠진 적은 없어서 모르겠네요.
B (27세, 회사원) 좀 기분 나빠요. 아침에 자위했다면서 힘없고 그러면 서운하죠.
C (30세, 의류 MD) 아침에 자위했다고 힘없다고 할 정도로 비실거리면 안 만나지.
B (27세, 회사원) 듣고 보니 그러네요. 헤어지길 잘했네. 생각해보니 가끔 일부러 동영상 본다고 하면서 자극하는 것같이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E (에디터) 보통 동영상에 어떤 남자 나오는 게 좋아요? 판타지 같은 거랄까.
B (27세, 회사원) 남자 몸이 좋건 나쁘건, ‘크기’가 크든 작든 별 상관은 없어요. 오히려 여자 가슴이 작으면 싫어요. 내가 이상한 건가?
A (25세, 학생) 저도 일단 여자 가슴이 작으면 별로예요. 처음으로 본 동영상이 열네 살 때 본 <노랑머리>인데, 깜짝 놀라기보다 흥미롭게 지켜봤던 이유가, 이재은 가슴이 생각보다 참 예쁘더라고요.

E (에디터) 여자들에겐, 남자보다 여자가 더 중요한 걸까?
A (25세, 학생) 아, 우락부락한 괴물 같은 남자가 예쁜 여자랑 하는 거 좋아요.
C (30세, 의류 MD) 그건 거의 대부분 그렇지 않아요? 남자들의 사기 증진을 위해.
A (25세, 학생) 너무 심한 경우도 있잖아요. <신체포기각서>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본 적 있는데 좀···. 동영상 보지 말아야겠다고 반성했어요.

E (에디터) 비슷한 맥락에서, 아무래도 ‘야동’은 남자들이 소비하는 품목이잖아요. 내용이 굉장히 남성 중심적이기도 하고. 그런 부분에 대한 반감 같은 건 없어요?
C (30세, 의류 MD) 요즘은 딱히 남성 중심적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실제적으로 피해자가 생기는 그런 동영상은 별로긴 해요.
B (27세, 회사원) 그런 부분이 좀 더 흥분되게 만드는 요소가 있는 것 같긴 한데, 너무 괴롭히는 건 곤란하죠.

E (에디터) 이를테면 남자는 여러 명인데, 여자는 한 명이라던가?
C (30세, 의류 MD) 뭐 그것도 남성 중심적이라고만은 생각하지 않아요. 남자들은 줄서서 기다려야 하니까.

E (에디터) 묘하게 설득력 있네요. 보통 어떨 때 동영상을 봐요? 뭐 바람피우고 싶을 때일 수도 있고, 그저 자위하고 싶을 때일 수도 있고, 남자친구가 뭔가를 못 채워줄 때일 수도 있고.
B (27세, 회사원) 친구들이 공유해줄 때? 남자 때문인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아, 그런 적은 있다. 상위체위를 요구받고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나 궁금해서 검색어를 ‘허리’로 넣고 찾아본 적은 있어요.
C (30세, 의류 MD) 저도 생각해보니 어떤 남자한테 뭐 못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오기로 바득바득 찾아서 시청각 자료로 사용한 적이 있어요.
A (25세, 학생) 가르치려고 들면 화나요. 부드럽게 해봐, 허리를 어쩌고 이런 거.

E (에디터) 근데 그 정도 말은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서로 좋은 건데.
C (30세, 의류 MD) 돌려 말해야죠. 가르쳐주는 건 차라리 괜찮아. 평가를 내리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좀 불쾌해.
B (27세, 회사원) 전 여자친구 들먹이는 남자도 있는데, 정말 최악이에요. 그래서 이제 아예 미리 물어봐요. 괜히 상처받기 싫으니까.

E (에디터) 음···. 어떤 요소가 제일 자극적이에요? 장면이라든가.
B (27세, 회사원) 아무래도 앵글이죠 앵글. 야릇한 실루엣을 만들어내는 각도. 아, 그리고 소리! 음향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신음소리, 키스하는 소리. 과유불급이라고 너무 ‘오버’하면 별로긴 하지만.
C (30세, 의류 MD) 맞아요. 그 어떤 명작도 음향 꺼놓고 보면 재미 하나도 없어요.

E (에디터) 한국 동영상이 제일 좋겠네요? 대화를 알아들을 수 있잖아요.
B (27세, 회사원) 알아들을 수 있어서 자극적인 단어가 들리는 건 좋은데, 아무래도 일본 동영상이 더 좋아요. 구도도 다양하고, 청각적으로 뭘 어떻게 하면 아는 사람들 같달까? 감각적이에요. 우리나라에서 만든 건 그냥 홈비디오 같을 때가 많아요.
A (25세, 학생) 저는 반반. 한국 동영상엔 뭔가 다른 나라 것에서 느낄 수 없는 다정함? 그런 정서가 있어요. 그래도 좀 투박하긴 하죠.

E (에디터) 맞아. 영화로 비유하자면 홍상수 영화 같은 매력이랄까. 대화 같은 거 듣다 보면 주인공들이 꼭 우리 주변 어딘가 있는 사람인 것 같고, 세련되진 않았지만 냄새까지도 맡을 수 있을 거 같잖아요. 그래서 좋던데. 일본까지만 가도 감이 너무 멀어요. 인위적이고.
B (27세, 회사원) 한국 동영상은 그냥 궁금해서 보는 거예요. 쟨 누굴까. 어디서 일하고 어느 학교를 다닐까. 정말 안양여고 2학년 3반일까? 이런 거.
C (30세, 의류 MD) 홍상수 얘기해서 생각났는데, 가끔 소프트한 포르노나 에로가 좋을 때도 있어요. 뭐랄까, 좀 영화적인 요소가 있는 것들. 우연히 그렇게 된 건지, 작정하고 찍은 건지 알 순 없지만 굉장히 몰입되는 순간이 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그 짓’만 하는 것보다 더 생생하죠.
B (27세, 회사원) 여성 커뮤니티에 올라온 영상 중에 <연인>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있었는데 그런 측면에서 반응이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E (에디터) 동영상 보면서 남자가 이런 건 제발 따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는 거 혹시 있어요? 서로의 오해 같은 거.
C (30세, 의류 MD) 커닐링구스 별로 안 좋아하는데, 왜 자꾸 하려고 드는 거예요?
B (27세, 회사원) 뭐 전 이것저것 하자고 하는 건 괜찮은데 좀 조르지만 말았으면 좋겠어요. 애널섹스라든가 뭐 그런 것들.

E (에디터) 커닐링구스는 참 역설적인 것 같아요. 남자도 하면서 마냥 좋지만은 않은데, 여자가 좋을 거라 생각하면서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단 말이죠. 그런데 자고 나서 보면 싫어하는 여자들이 의외로 많고.
B (27세, 회사원) 전 잘하는 사람이 하면 좋아요. 못하는 사람이 하면 아프기만 하죠. 손가락으로 애무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A (25세, 학생) 계속 꾹꾹 삽입하면 좋은 줄 아나 봐요. 시릴 때까지 하면, 휴···.

E (에디터) 동영상에서 만날 꾹꾹꾹 하니까 실전에서도 꾹꾹꾹.
C (30세, 의류 MD) 다 좋은데, 손은 소독했냐고 묻고 싶어요.
B (27세, 회사원) 남자분들, 제발 좀 부탁합니다. 손 세정제를 꼭 써주세요. 이거 절대 빼지 말고 꼭 기사에 넣어주세요. 네?

E (에디터) 기사에 뭔가 사명감 같은 게 생겼네요. 비슷한 질문인데, 혼자 동영상에서 볼 땐 좋은데 실제 섹스할 때 하면 싫은 건 뭐가 있을까요?
C (30세, 의류 MD) 그것보다 실제로 시도했는데 생각보다 잘 안 된 경우는 있어요. 예를 들면 풍차돌리기 자세 같은 거.

E (에디터) 그게 가능하긴 해요?
C (30세, 의류 MD) 음, 수많은 착오를 겪고 난 후에는. 아무래도 ‘크기’의 문제겠죠.
A (25세, 학생) 전 아무 장소에서나 하려고 하는거? 볼 땐 스릴 있어서 좋은데, 현실에선 싫어요. 공중화장실이 암모니아 냄새 때문에 흥분된다고 하는데, 영 신경 쓰이고 별로예요. 지저분하기도 하고.
B (27세, 회사원) 동감. 집 화장실은 좋아요. 같이 샤워도 할 수 있고.

E (에디터) 욕실 청소부터 해야겠다. ‘야동’보는 남자들한테 한마디씩 해요.
B (27세, 회사원) 부끄러워 마세요, 같이 얘기해봐요.
A (25세, 학생) 마음껏 보고 숙지하되 밀어붙이지만 말아라.
C (30세, 의류 MD) 혼자 속단하지 말고 여러 가지 신기한 걸 접해서 건의도 해보고 상의도 해보고, 그런 공부하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 좋아요.
B (27세, 회사원) 아, 손 세정제.

    에디터
    유지성
    스탭
    일러스트레이션 inger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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