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다 내꺼야

2010.09.03손기은

가구로 가득 찬 창고, 괴이한 예술품으로 치장한 거실, 운동화가 쌓인 아파트.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지구 끝까지라도 달려가는 이들의 집착은 끝이 없다.

앤젤라 닷슨 지아디니 (43세, 뉴욕 거주, 샤넬 사업개발팀 부사장)

수집품
빈티지 이미테이션 보석. 세어 봤더니 모두 125점이라 남편도 깜짝 놀랐다. 이미테이션 보석과 값비싼 보석을 섞어서 연출하는 걸 좋아하는데, 코코 샤넬이 된 것 같아서다.

수집광이 된 계기
할머니가 남부 출신이다. 감각이 뛰어나고, 여행을 다니면서 계속 일기를 쓰는 걸 즐긴다. 할머니는 물건을 내키면 사고, 구색에 맞출 보석을 수집했다. 그런 할머니에게서 물건을 보는 신중한 눈빛과 그 많은 보석들을 물려받았다. 멋지지 않았다면 아직 갖고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수집품을 위해 가장 멀리까지 갔던 곳
일본. 멋진 반지를 하나 샀다. 그 후 잃어버려 안타까웠지만….

아깝게 놓친 수집품
붉은색 돌로 장식된 큰 부처 핀. 작년에 사고 싶었는데, 못 샀다. 다시 가보니 이미 없었다. 아무래도 비욘세가 사간 것 같다.

맘껏 고르기에 가장 좋은 장소
벼룩시장. 일 때문에 파리에 간 적이 있는데 벼룩시장이 가장 좋았다. 한번은 노스캐롤라이나의 별 볼일 없는 벼룩시장에서 SUV 차를대놓고 브로치를 파는 남자를 만났다. 물건이 꽤 괜찮았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그 사람이 브로치를 정말 세심하게 닦는 모습이었다.

애드리안 윌슨 (45세, 뉴저지 거주, 사진작가)

수집품
19세기 잉글랜드 맨체스터의 옷감 상인들이 남미와 인도에 물건을 팔 때 사용했던 빅토리아 시대의 상표. 당시엔 베끼지 못하게 하려고 라벨에 복잡한 문양과 활자체를 집어넣었다. 당시 라벨은 손으로 찍어 만들었고 천이 접히는 부분의 바깥 쪽에 붙였다. 거의 전 세계의 수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80년대에 전 세계에서 사용된 온갖 종류의 면직물들은 약 82퍼센트가 맨체스터에서 생산되었으니까. 배 나무를직접 깎아 만든 도장과 구리 도장 3천여점을 모았고, 라벨도 1천 개나 모았다.

수집광이 된 계기
내가 태어난 맨체스터에 있는 어떤 창고 관리인이 수작업으로 만든 나무 도장이 든 자루 하나를 버리려다가 내게 주었다.

수집품을 위해 가장 멀리까지 갔던 곳
인도 바라나시.

아끼는 수집품
가장 자랑할 만한 라벨은 나이지리아에서 구한 것이다.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호랑이 한 마리가 하늘을 나는 네 마리 새를 헛되이 쳐다보네. 매 한 마리가 허황되게 달팽이 하나를 잡을 생각에 달팽이를 뚫어지게 내려다보네.”

한야 야나지하라 (35세, 뉴욕 거주, <콘데나스트 트래블러> 부편집장)

수집품
약 200점에 해당하는 현대 그림이나 사진 작품. 특히 일본과 아시아계 미국인 아티스트들의 작품.

수집광이 된 계기
부모님이 18세기 미국 가구와 19세기 미국의 퀼트를 수집했다. 그래서 부모님처럼 뭔가를 수집 해야겠다는 생각이 막연히 있었다. 물론 뭘 수집해야 할지는 몰랐다. 10년 전 뉴욕에 있는 매튜 마크스 갤러리에서 로버트 애덤스의 사진전을 보았는데,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아끼는 수집품
히로시 수기모토의 사진 ‘배스 해협 (Bass Strait)’. 그걸 살 때 실직 상태였다. 매월 400달러씩 몇 개월에 걸쳐 할부로 지급하는 걸 갤러리에서 허락해 줘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꿈의 수집품
소지 우에다의 모래언덕 시리즈 중 한 점. 그리고 마사코 안도의 그림.

다른 수집품
하와이산 나무 그릇, 주석 로봇, 일본 플라스틱 장난감, 래커, 그리고 톰 빈스의 목걸이.

수집에 도움이 되는 조언
여행을 갈 때마다 현지 갤러리에 들러라. 물어봐라. 맘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작가 이름을 적어라. 나중에 인터넷으로 작품을 검색할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에는 재주 있는 신인 아티스트들을 소개한 멋진 블로그도 많다. 좋아하는 블로그는 Conscientious(jmcolberg.com), eyecurious.com, Asian Photography(chngyaohong.com) 등이다. 가치가 있을 것 같은지 따지지 말고, 맘에 들면 사라. 나중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모으는 재미는 다 사라진다.

래리 웨인버그 (50세, 뉴욕 거주, 디자인 역사가, 큐레이터 겸 딜러)

수집품
1940년대와 1950년대에 만든 미국 가구와 조명 약 100여 점. 대부분 롱아일랜드 시에 있는 넓이 800제곱피트의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창고의 천장 높이는 30피트다. 탁자, 의자, 램프 등을 4층으로 쌓아두었다. 최대 용량을 초과한 상태다.

수집광이 된 계기
딜러가 되기 전에 미술관에서 공부하고 일했다. 40년대와 50년대 MoMA의 좋은 디자인 프로그램(가격대가 알맞은 현대 작품을 홍보하는 일)에 대해 배우면서 지금의 취미에 불이 붙었다.

아끼는 수집품
1941년 댄 쿠퍼의 나비 탁자. 1943년 MoMA의 <전쟁 시 사용했던 10달러 이하의 유용한 물건> 전시회에 나왔던 물건이다. 굉장히 귀한 물건이다.

맘껏 고르기에 가장 좋은 장소
경매장에 좋은 물건이 많이 나온다. 로스앤젤레스 모던 옥션 (lamodern.com), 시카고의 라이트 (wright20.com), 그리고 뉴저지의 라고 아츠 (ragoarts.com) 가 좋다. 수집한 가구들 중엔 구상작품이 많다. 그걸 만든 전문가들은 하버드나 시카고의 뉴 바우하우스 근처에 주로 모여 산다. 그 도시에 가면 괜찮은 물건을 찾을 수 있다.

D.B. 킴 (뉴욕 거주, 인테리어 디자이너 겸 트렌드 예측가)

수집품
부처상과 작은 조각상. 지금 20점 정도 소장하고 있다. 나는 종종 친구들에게 좋은 에너지가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면, 부처상을 선물한다.

첫 번째 수집품
24캐럿 금불상. 25년 전 어머니에게 받았다. 염불 책과 염주도 함께 받았다. 금은 깨달음을 뜻한다.

예상치 못한 발견
중국에 가면 특이한 재료로 만든 부처상을 많이 볼 수 있다. 호박, 돌, 대나무, 심지어는 동물의 뼈로 만든 부처상도 있다.

최고의 발견
파리 벼룩시장에서 종종 놀랄 만한 물건을 발견할 때가 있다. 세계 박람회를 위해 50년대와 60년대에 만든 작품 같은 것 말이다. 대량생산한 것이 아니라 품질도 좋다.

수집을 시작하기 가장 좋은 장소
우선 베이징 자금성에 가서 안목을 높여라. 전통유산 박물관 지역에 가면 불교 역사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가진 정부 지정 장인들을 만날 수 있다. 캄보디아는 큰 불상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현지의 장인이나 기능보유자에게서 물건을 사면 고대 예술 전통을 지키는 데 한몫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수집 차 방문하기 좋은 곳
카트만두.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김보성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