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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테크 신제품.4

2010.09.17GQ

엄격한 눈으로 세심하게 들여다본 여덟 개의 신제품.

슈어 SE535

인이어형 이어폰 슈어 SE 535의 가격은 이어폰 수명에 매겨졌을까? 음질에 매겨졌을까? 테스트하면서 곱씹은 부분이다. SE 535는 뛰어난 이어폰이다. 소리의 공간 구현에서 그렇다. 미세한 신경증적인 소리까지 잡아낸 건 물론이고, 다른 소리들과의 분리도와 위상차마저 뛰어나다. 별것 아닌 효과음끼리 매기고 받는 세부 표현이 다 ‘스펙터클’하다. 똑같이 왼쪽에서 나오는 소리라도 어떤 소리가 더 뒤쪽에 있는지가 확실하게 구분되어 가능한 감상이다. 그러나 최저가 56만원의 최고 사양이어폰에서 그 이상의 매력이 보이지 않는다. 무결점의 소리란 없지만, 전문가용도 아닌데 56만원이나 하는 이어폰이다. 무결점의 소리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하는 가격이다. ‘트리플 드라이버’임에도 불구하고 저음과 고음사이의 격차가 평평한 편이다. 저음의 타격감과 고음의 날카로움이 모두 무뎠다. 이 민주적인 소리의 왕국에서는 자극적인 음악을 들으면서도, 심박수를 올리기보단 분석을 해보라는 듯했다. 시리즈의 이전 제품인 SE530에서도 발견됐던 문제다. 다만, 모든 비판적인 지적은 가격만 아니었어도 안 했을 말이란 건 감안해야 한다. 착탈식 이어폰이라서 비싼 건 아닐까, 란 의문이 계속해서 남는다. 이 가격에는 일종의 보험료도 포함되고, 착탈식 이어폰 연구 개발 비용도 들어 있지 않느냐는 말이다. 발 사이즈 조절 식으로 나와 천년 만년 쓸 수 있었던 롤러스케이트의 인기가 얼마나 금세 식었는지, 착탈식 이어폰의 유행을 맞아 곱씹어볼 필요, 있겠다.

RATING ★★★☆☆
FOR 50만원이면 이어폰 값이네?
AGAINST 50만원이면 이어폰이 몇 개야?

아이리버 커버스토리

아이패드를 비롯한 타블렛 PC의 대공세를 앞두고 전자책은 바빠졌다. 아이폰이 나왔을 때, 아이팟 터치유저들은 망설였다. 분명 다른 걸 알면서도 쉽게 아이폰을 집지 못했다. 지금 전자책 시장이 노리는 바가 거기 있다. 기대했던 컬러 대신 흑백을 고수한 킨들 3에는 어떤 함의가 있다. 신규 이용자의 발굴이라기보다, 기존 전자책에 익숙한 사람들에 대한 집중이다. 전자책이 믿는 구석은 크게 두 가지다. 가독성과 콘텐츠.전자잉크 기반의 6인치 흑백 디스플레이의 가독성은 나쁘지 않다. 아이리버의 스토리 시리즈는 7만 권가량의 교보문고 전자책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커버스토리는 터치패널을 추가했다. 터치는 가장 진보된 기술이면서, 회귀적인 기술이다. 손으로 만지고 쓸 수 있다는 건 전자책이 종이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터치라기에, 아이패드의 책 넘김을 기대하고 커버스토리의 화면을 쓸어 넘겼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화면을 꾹 ‘누르자’ 페이지가 넘어갔다. 페이지 전환 시 고질적인 전자잉크의 반응속도 문제는 터치에선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클릭 후 페이지를 기다리는 속도와, 터치 후 페이지를 기다리는 속도의 심리적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좌우 슬라이드로 화면을 넘길 수 있는, 스마트폰을 통한 학습의 결과다. 커버스토리는 그 차이를 놓쳤다. 위안이 되는 사실은 무게가 가벼워지고 잡는 손맛이 좋아 특별히 터치 기능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거다. 아무래도 쿼티 자판이 없어진 공이 크다. 두 손으로 꼭 잡고 직관적으로 설계된 유일한 버튼을 통해 페이지를 앞뒤로 넘기고 홈으로 돌아온다. 터치로 인해 얻은 소득이 엉뚱한 곳에 있었다. 가격 미정.

RATING ★★★☆☆
FOR 감압식 스마트폰 사용자.
AGAINST 정전식 스마트폰 사용자.

    에디터
    정우영, 유지성
    포토그래퍼
    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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