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담대하고, 호쾌하며, 날카롭고, 사랑스럽기까지 한 자동차 여섯 대의 동공을 클로즈업했다.




폭스바겐 뉴 페이톤


뉴페이톤은 담대하게 직선으로 뻗는다. 헤드라이트에서 라디에이터 그릴로 이어지는 덴 굳이 굴곡이 없다. 중국 하이난에서의 시승행사, 한국과 중국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뒀다는 대륙적 모델다운 눈매일까?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말엔 어떤 광대함과 지리함이 습관처럼 공존하지만, 이 눈빛은 무료하지 않다. 한국엔 V6 3.0리터 커먼레일 디젤 엔진과 V8 4.2리터 가솔린 엔진이 수입된다. 최고출력은 각각 240마력과 335마력. 제로 백은 8.3초와 6.9초다. 수작업으로 완성된 폭스바겐의 기함이지만, 엔진 소리는 차갑고 냉철하다. 또한 핸들은 맨몸에 오일이라도 바른 것처럼 부드럽다. 결국 온전한 기계인 채, 사람의 피부를 만족시키는 온기로 균형을 이뤘다. 9천1백30만원부터 1억3천7백90만원까지.






인피니티 M37


인피니티 M37은 은근하다. 보여줄 듯 안보여주거나, 할 듯 애태우다 결국 안 하는 어떤 밤처럼. 대체로 곡선으로 그린 눈매지만 끄트머리 단 하나의 직선으로 매서운 가능성을 내포했다. 그런 식으로 전체적인 인상을 결정했다. 눈꺼풀은 두껍게 칠하지 않았다. 요즘 유행하는 LED도 쓰지 않았다. 다만 건강한 허벅지처럼 두터운 차체, 여자 등허리 굴곡 같은 보닛과 담백하게 어울린다. 화장기나, 장신구 하나 없이 검정 드레스만 입었지만 움직일 때마다 요기를 흘리는 여자처럼. 3,396cc 엔진은 최고출력 333마력, 최대토크 37kg.m. 5천9백50만원부터 6천9백70만원까지.






푸조 뉴 308 MCP


푸조의 운전석에 앉을 때마다, 여기는 한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로마의 어느 비포장 도로, 피렌체와 낭시의 좁은 골목…. 자동차로 뽐낼 필요도 없고 바빠서 내달릴 일도 없는 주말. 옆으로 길게 늘어진 헤드라이트 안엔 크고 작은 헤드램프 네 개가, 그 밑엔 안개등이 있다. 합리적이거나, 장난스럽거나, 온화하거나 혹은 화려한 거울로 치장된 빛이 이 눈에서 다나온다. MCP는 수동 기반의 자동기어다. 기본적으로 수동 기어지만 클러치를 밟을 필요없이 알아서 변속 시점을 판단한다는 뜻이다. 리터당 21.2킬로미터의 연비, 한 달에 한 번주유하고도 서울에서 분당까지 왕복42킬로미터를 출퇴근할 수 있다는 설명의 근거이기도 하다. 3천1백90만원.






포드 2011 머스탱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는 느낌이, 근육의 한계치에서 아령을 막 들어 올리는 순간과 흡사하다. 밟는다고 튀어나가진 않는다. 다소 둔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하지만 머스탱이 누구보다 빨리 달리려고 타는 차였나? 대신 새벽 2시의 도산대로를 가득 메운 엔진 소리, 어떤 튜닝의 가능성, 말보로 레드와 닿아 있는 낭만으로 타는 차다. 눈매엔 요즘 차들이 추구하는 날렵함 대신 두멧골 대장장이 같은 우직함이 있다. 멈칫거리는 동안엔 엔진에 힘이 모이고, 보닛이 들썩거리며, 그르렁대는 소리가 도산대로를 다 메운다. 핸들을 꺾고 뒷바퀴를 미끄러뜨리는 호기라도 부려볼까? 최대출력은 309마력, 최대 토크는 38.7kg.m다. 쿠페는 4천2백만원, 컨버터블은 4천8백만원.






포르쉐 911 터보


운전석에서, 노크하듯 모든 금속을 두드려본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금속으로 만든 듯한 ‘통통통’소리. 조수석에서 몇 명의 사람이 지른 환호성은 ‘와우!’ ‘후워우!’였다. 발바닥에서 끓어오른 피가 머리까지 올라와서 핑 돌았을 때, 이게 마리화나를 피운 건지 술에 취한 건지 모르겠는 쾌락. 제로 백은 3.6초, 최고속도는 시속312킬로미터다. 눈가엔 바람길을 내놓은 것 같은 직선이 여럿이고 그 안에, 스나이퍼 라이플 같은 두 개의 헤드램프가 있다. 이 눈을 오래 보고 있으면, 결국 갖게 된다는 전설이라도 있다면 좋으련만. 2억2천30만원.






재규어 올 뉴 XJ


XJ가 이런 눈매로 돌아왔을 때의 심정은 복잡했다. 두 개의 헤드램프는 재규어 XJ의 역사였다. 동경의 시작이기도, 어떤 상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자동차 한 대만의 아름다움을 논할 때, 올 뉴 XJ에게서 흠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차체의 덩어리감, 눈 위 보닛에서 뒤로 이어지는 굴곡, 눈끝에서 점으로 모이는 단호한 품격….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중 한 명인 이안칼럼이 디자인했다. 최상위 모델 ‘슈퍼스포트’엔 5.0리터 V8슈퍼차저 엔진이 들어 있다. 최대출력 510마력, 최대토크 63.8kg.m, 제로 백은 4.9초. 100퍼센트 알루미늄 차체로 만들었다. 1억2천9백90만원부터 2억8백40만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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