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올가을, 구찌 남성복은 순간을 회상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과거’라기보다는 ‘기억’이라고 부를 만한 장면들만 모았다.



올 가을, 구찌 남성복은 순간을 회상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과거’라기 보다는 ‘기억’이라고 부를 만한 장면들만 모았다.구찌 옷의 기본은 재단이다. ‘구찌 실루엣’이라고 불릴 만한 테일러링. 지나치게 한 부분을 강조하지 않았는데도 분명히 구조적인 재킷과 허리와 발목이 유난히 아름다워 보이는 팬츠. 단추를 풀었을 때 앞섶이 휘는 기울기가 완벽한 셔츠, 어깨와 가슴에 사뿐하게 붙는 니트. 옛날 사진 속 구찌 옷들을 보면서 재단과 소재에 들인 정성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한다. 유행이나 유명인, 유명세와는 별 상관없이 옷만 잘 만들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절벽을 깎아 그 안에 식당을 차려도 음식 맛만 좋으면 온 우주에서 몰려들 듯이, 구찌 옷은 배우와 가수들 사이에서 곧 유명해졌다. 코폴라 감독의 사적인 거실, 알랭 들롱과 로미슈나이더의 사랑스러운 여름 휴가, 공항에 방금 도착한 마이클 케인. 그 장면들 안에 구찌가 있었다. 올가을 구찌 남자 옷은 그 시절의 기억을 담았다. 낙타색과 고동색, 회색의 단란한 협주에 캐시미어 알파카와 송아지 가죽, 코튼 벨벳이 조용히 합세했다. 롱코트와 블루종, 수트와 니트 모두 옛날식으로 단정하다. 고상한 것들은 일견 지루하기 쉽지만, 여기에 가끔씩 레오퍼드 재킷같은 과감한 끼어들기가 있어서 고루하지 않다. 9월 1일, 워커힐 비스타홀에서 구찌의 여덟 번째 서울 쇼를 했다. 그 중 어떤 순간의 사진을 여기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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