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신민아

뉴스와 검색의 진창에서 건져 올린 이 사람.

여우 신민아

1. 신민아보다 연기 못하는 배우는 꽤 있다. 그럼에도 대박 낸 여배우들도 분명히있다. 영화 <고고 70>이나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의 연기는 논란이 될 수준은 훨씬 넘었다. 다만 그는 자신이 뭘 해야할지 몰랐을 뿐이다. 데뷔작<화산고>에서는 액션 연기를 했고, 느와르인 <달콤한 인생>과 추리극 <마왕>에서는 남자들의 구원의 여성상 이었으며, <마들렌>과 <키친>은 일상성이 강했다. 다른 여배우와 비교하면 이상할 만큼 신민아는 로맨틱 코미디나 ‘달달한’ 멜로를 해 보지못했다. ‘러블리’란수식어를 달고 사는 배우가 정작 제대로 ‘러블리’ 한 연기를 하지 못했다.

신민아가 원빈의 ‘TOP’가 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고,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건 신민아가 엉뚱한데를 파고 있었다는 증거다. 보통 여배우들은 같은 작품을 여러번 반복하는 건 위험하다. 하지만 신민아는 자리를 굳히기 전까지한 번쯤 더 해도 된다. <내여자친구는 구미호>보다 좀 더 성숙하되 ‘러블리’ 한 느낌만큼은 가져가자. CF에서 서 있기만 해도 남자를 홀리는 여자가 왜 굳이 그 매력을 이용하지 않는 건가. 강명석( 기자)

2. 박완서 선생은 최근 이런 명언을 남겼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아름다운 삶의 완성이라는 명제에 가장 근접한 듯 보이는 위대한 여류작가의 회고에도 후회는 등장한다. 아마도 한국에서 못 가본 길에 대한 가장 큰 회한을 느낄 부류는 20대 여배우들이 아닐까 싶다. 하고싶은 것도 많지만, 해선 안 되는것도 많다. 무엇보다 절정의 시간이 너무 짧고 빠르다. 다행히 신민아는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고만고만한 20대 여자 ‘CF쟁이’들과는 다른 다작의 행보가 그렇고 배역의 진폭이그렇다.

TV, 영화, 액션, 멜로,뮤지컬, 스릴러를 넘나들며 ‘못가본 길’ 별로 없이 잘도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도전정신 충만한 이 여배우의 인생에는 앞으로도 수많은 갈림길이 제시될 것이다. 기우겠지만 그 갈림길에서 언제나 20대의 예쁜 보조개와 긴 다리만을 기준으로 진로를 선택하진 않길 바란다. 몇 가지 소소한 부작용들이 있는 것 같다. 예컨데 길을 걷다 아파트 광고제의를 받는 CF에서 입은 은색 레깅스가 너무 강렬하니까, 단벌흰 원피스의 여우짓이 좀색이 바라는 느낌이랄까. 김일중 (방송작가)

3. 배우들이 한 계급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갖는것은 톱스타로 등극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김선아(김삼순), 김정은(파리의연인), 심은하(미술관 옆 동물원) 등 시대를 풍미했던 여배우들은 대부분, 서민 계급의 디테일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배역들을 소화하면서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국민 여배우의 반열에 오를수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신민아를 보면, 그녀는 전형적인 중산층 이미지의 배우다. 최상류층의 아이콘인 힐튼이나 영국 왕실의 ‘블루 블러드’와는 달리 중산층 이미지가 가지는 최선의 전략은 과유불급의 매력이다. 적당한 목소리 톤, 적당한 자신감, 적당한 처신, 적당한 치장, 나대지도 않지만 결코 묻히지 않는 존재감.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것이 한국 대중에게는 크게 어필하는 매력이 아니다. 그렇다고 중간층 계보의 창시자였던 명세빈처럼 성숙함을 풍기기엔 그녀의 동안이 걸림돌이다. 확 망가지기엔 또 너무 세련됐다. 하지만 멀리 보는 게 좋다. 오열하기, 신들리기, 망가지기 레이스만 할 게 아니라, 크리스틴스콧 토머스나 샤롯 램플링처럼 승부할 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박현정(드라마 평론가)

4. 일반인의 성형에 대해 관대하고 연예인의 성형에 대해 엄격한 대중의 시선으로 볼 때 신민아는 여러모로 아름다운 배우다. 의류 광고 촬영을 하던 중학생 그때부터 ‘싱그럽다’의 사전적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직접 보여줬다. 그녀에게는 어려서부터 활동한 연예인들에게 있는 달관한 듯한, 낡고 지친 무드가 없었다.

보이는 것처럼 풋풋하고 사랑스럽고 예쁘고 달콤했다. 그런 그녀의 문제는자신의 분위기가 만든 “10년째 기대주” 라는 타이틀이다. 그녀만의 새로운 국면이 없다. 그녀의 역할 중에서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놓거나 나도모르는 눈물이 흐르게 하거나 한 역할을 본 기억이 없다. 또 그녀가 가진 것에 보태 그녀가 만든 것도 보고 싶다. 키스든 수다든 뭐든하고 싶게 만드는 입술, 건강하고 행복해 보이는 몸까지, 그녀가 가진 것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그녀의 중학생 시절부터 충분히 봐 왔다.

이제는 가지고 태어난 것으로 만드는 새로운 것을보여줄 때다. 가지고 있는 것으로빛을 내는 최고 작품은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로 마무리했으면 좋겠다.신민아라는‘ 배우’가 보고싶다. 컨트리뷰팅 에디터/ 조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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