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 속의 검은 술

‘캬’말고 ‘음’으로 마시는 가을 맥주 6종을 두 명이 시음했다.

1. 기네스 드래프트
이기중(<유럽 맥주 기행>의 저자) 기네스 특유의 깔끔한 쓴맛과 카프리치오 커피향이 조화롭다. 볶은 보리와 보리프레이크가 10퍼센트 들어가서 그렇다. 짙은 색처럼 맛도 진하고 전혀 단맛이 없어 생굴 한 접시와도 잘 어울린다. 손기은(에디터) 기네스는 감촉으로 먼저 마시는 맥주다. 공들여 만든 카푸치노 같은 미세한 거품이 입술에 닿고, 탄산 없는 매끄러운 맥주가 입술을 밀고 들어온다. 질감만으로 다른 맥주를 가볍게 압도한다.

2. 쿠퍼스 베스트 엑스트라 스타우트
알코올 도수가 6.3퍼센트로 강력하다. 맛에서도 알코올 향이 느껴질 정도다. 동시에 에스프레소 커피와 쓴 초콜릿 맛이 휘몰아친다. 병 안에 남은 효모까지 싹싹 흔들어 마시게 된다. 묵직한 병 무게처럼 맛도 묵직하다. 씁쓸한 맛도 다른 맥주에 비해 강하고 길다. 가볍게 마실 요량으로 한 병 땄다가 취기에 금세 얼굴색이 짙어지고 만다. 대신 천천히 마시면 시큼한 향과, 밀 맥주를 마셨을 때 맡았던 효모의 향도 즐길 수 있다.

3. 코젤 다크 비어
체코에서 이 맥주는 ‘여성의 맥주’라고 불린다. 알코올이 3.8퍼센트로 낮아서다. 첫입에 달달한 맛이 나고, 이내 입 안에 홉의향이 활짝 퍼진다. 다크 몰트가 스파이시한 맛과 씁쓸한 맛을 살짝 더해준다. 뒷맛은 드라이해서 맛의 균형이 잘 맞는다. 쓴맛이 제일 약해 색처럼 맛도 가볍다. 대신 단맛을 강조해 맛의 각을 세웠다. 음료수처럼 마실 만해 굳이 다른 안주를찾지 않아도 된다. 대신 혀를 중독시킬 만한 강렬함이 없어서 매일 생각나진 않는다.

4. 하이네켄 다크 라거
잔에 따르면 황갈색 거품이 오래 지속된다. 그 거품을 뚫고 캐러멜 향이 슬슬 올라온다. 한입 마시면 곡물과 초콜릿 맛을 잘 느낄 수 있다.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탄산이 풍부한 맥주다. 여섯 가지 맥주 중 탄산이 가장 강하다. 그래서 눈을 감고 꿀떡꿀떡 마시면 혀가 둔한 사람은 라거 맥주라고 할지도 모른다. 대신 쓴맛이 연해서 씹어먹듯 천천히 음미하면 다른 흑맥주보다 고소한 맛을 좀더 느낄 수 있다. 약간 텁텁한 뒷맛이 있다.

5. 블랙 비어 스타우트
유일한 국내산. 이름은 스타우트지만 마셔보면 다크 라거임을 알 수 있다. 살짝만 볶은 몰트 향이 느껴지고, 홉의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맛은 깔끔한 편이지만 바디감이 매우 얇고, 깊은 맛이 부족하다. 맛이 얇다. 게다가 하이네켄 다음으로 탄산이 강해 얼핏 콜라 같은 맛이 난다. 그러다 보니 국내산 맥주의 공통적인 문제점인 ‘싱거움’에서 또 헤어나오지 못했다. 심심한 맛에다 쓴맛도 강하지 않아서 어느 한 부분 힘 있게 튀지 못한다.

6. 아사히 쿠로나마
오사카에서 만드는 뮌헨 스타일의 다크비어다. 비열처리 맥주라 ‘生(나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세 가지 볶은 몰트를 사용해 맛과 향이 유달리 풍부하다. 좀 더 마시면 캐러멜, 초콜릿, 커피 맛도 이어진다. 탄산이 적당해 마시기에 부드럽다. 다른 맥주에 비해 맛과 향이 여러 겹이다. 풍성하고 진하다. 그중 가장 강렬하게 흡수되는 건 커피 맛. 작은 설탕을 하나 넣은 더블샷 커피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질감도 부드러워 목구멍을 긁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