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개의 신제품.1

엄격한 눈으로 세심하게 들여다본 여덟 개의 신제품.




샤프 NP1


박스 포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학사모, 영어 알파벳, 연필이다. 교육용이라는 정체성을 포장도 뜯기 전에 알 수 있다. 설명서에서도 암기박사, 발음박사, 사전 등 교육 콘텐츠에 대한 지침 외에는 찾아볼 수 없다. 아이콘을 비롯한 디자인 역시‘저 공부만 해요’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모범적이다. 음악과 영화 재생 시의 긴 로딩 시간은 NP1으로 놀기 힘들게 만들어 공부만 하게 만들려는 심산 같다. 의외로 영상은 준수하다. 광고문구처럼‘칠판 글씨까지 잘 보일’정도는 된다. 밝기가 좀 떨어지는 것 외에는 480X272라는 해상도를 감안할 때 크게 흠잡을 데가 없다. 무엇보다NP1이‘교육용’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부분은 909가지 강좌의 무료 콘텐츠를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어만 해도 독해, 토익, 단어, 회화, 문법까지 모든 종류를 망라했다. 사전은 101개가 들었다. (‘허사사전’ 이 필요한 학생이 몇이나 될 지는 의문이다.) 교육콘텐츠의 중심은 암기박사, 발음박사다. 두 기능 다 자기 발음을 원어민과 비교해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러나 여간 큰소리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목소리 인식을 못한다. 이보다 큰 문제는 시스템 자체에있다. 발음박사는 원어민과 자기 목소리의 파형 일치를 통해 발음을 비교한다. 그런데 파형이 비슷하다는 것과 발음이 비슷하다는 말이 과연같은 말일까? 소리의 세기는 진폭으로 결정되고 소리의 높이는 진동수에로 결정된다. 소리의 세기와 높이가 비슷한 게 발음이 비슷한 것과 무슨상관일까? 하드웨어의 단점을 소프트웨어의 물량공세로 메워보려다 한계를 드러낸다. 학창 시절에 공부가 그랬듯이, 하나만 잘하기도 참 힘들다. 32기가바이트 DMB 모델 최저가로 36만원대.

RATING ★★☆☆☆
FOR <101번째 프러포즈>
AGAINST <혼자서도 잘해요>






TG삼보 에버라텍 스타 2


‘괴물’은 그저 ‘잘한다’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능력 앞에 붙는 수식어다. 그런데 ‘괴물’이여기저기서 넘쳐나고 있다면 어떨까? ‘괴물’이란 수식어는 능력을 보증하는 말이라기보다 의심을 자아내는 말이 될 것이다.i7 CPU가 워낙 고성능을 강조하다 보니, 또 테크 제품에 대한 관심과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다 보니, 각 노트북 제조사들 역시 자사 프리미엄노트북의 위치를 재정립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말하자면, 괴물 만드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에버라텍스타 2도 괴물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등장한 노트북이다. 하나 다르다면 게임에 특화된 고성능 노트북이라는 점. 전력 대비 가장 효과적인 성능을 보여준다는 i7620M을 중심으로 4기가바이트 DDR3 메인 메모리, 1기가바이트 DDR3 그래픽 메모리를 채용, 웬만한 게임은 연필돌리듯이 수월하게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데스크톱 성능에 비할 수준은 아니지만, 15.3인치의 널찍한 LED액정, 우측 숫자 키패드 유지로 적어도 게임에 최적화하려는 노력을 했다. 하지만 비슷한 콘셉트의 에일리언웨어에 비할 땐 어정쩡하다. 고사양을 요하는 것으로 유명한 <스타 크래프트 2>같은 게임을 ‘최고 가속’으로 돌리기엔 다소 미흡하고, 비즈니스 노트북 같은 디자인이라 게이밍 PC의 감흥도 적다. 얼마나 오래 괴물이라 불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 번 ‘괴물’이라고 불릴 수는 있어도, 그 말을 지키는 건 또 다른 문제다. 투수류현진이 여전히 괴물이라 불릴 수 있는 건 꾸준한 성적으로 매번 그 능력을 상기시켜줬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로 컴퓨터 생산에 성공한 TG삼보가 올해 30주년이라고 한다. 앞으로의 TG삼보에게서 ‘괴물’류현진을 볼 수 있을까?

RATING ★★★☆☆
FOR 신인상.
AGAINST MVP.






후지 파인픽스 F300 EXR


F200EXR은 단점찾기가 쉽지 않은 제품이었다. 가격까지 만족스러운 편이어서 논란의 여지도 적었다. 똑같은 CCDEXR을 탑재했지만, 보다 저가라인인 F70EXR을 잇는 F80이 지난 3월에 나왔다. F80의 평가 또한 긍정적이었기에 자연스레 관심은 F300으로 모아졌다. F300의 광학 15배줌은, F200이 F70의 광학 10배 줌을 곁눈질하던 시절이 이제 끝났음을 알린다. 하지만 EXR 시리즈의 최대 장점인 CCD 면에서 압도적이었던 F200의 CCD크기가 F70, F80 수준으로 줄었다. 줌 배율을 늘리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장군, 멍군이다. 하지만 F300은 다른 값어치를 한다. F300에서 동영상촬영이 HD급으로 가능하다. 딱히 F200의 개선점이라 할 순 없다. 콤팩트 카메라의 HD 동영상은 ‘대세’에 가깝다. 파노라마 촬영이나 필름 시뮬레이션의 추가도 그런 맥락으로 읽힌다. 물론 위상차 오토 포커스 속도와 영리한 화이트 밸런스만 봐도F300을 부가 기능이나 지적하고 있기엔 아깝다. 가격은 47만원대 후반으로 다소 올랐다. 고감도 저노이즈의 CCDEXR은 이제 모험의가능성을 줄인 ‘브랜드’이므로, 신뢰에 대한 대가로 터무니없진 않다.그럼에도 불구하고 F300의 판매는 다른 콤팩트 카메라 신제품들에 비해 떨어진다. 후지라는 브랜드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후지의 디자인이고객의 눈에 차지 않는 듯하다. 디자인이 썩 괜찮다는 평을 듣고 있는 F300조차도 외부로 나온 플래시는 생뚱맞고, 클래식을 따르거나 최대한의 단순성으로 승부하는 몇몇 브랜드의 카메라에 비해선 조잡하다. 공부도 좋지만, 여자도 만나고 멋도 부리면서 살아보는 건 어떨까?

RATING ★★★☆☆
FOR CCD EXR이니까 산다.
AGAINST후지니까 안산다.






RIM 블랙베리 펄 3G


확고한 이미지의 스마트폰 브랜드라면, 블랙베리는 아이폰도 물리칠 수 있을 만큼이지 않을까? 둥글고 넓적한 외관이 주는 진중한 이미지야말로 블랙베리가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스마트폰이라는 평가를 굳히는 데 주효했다. 터치패드를 채용한‘스톰’조차도 쿼티키패드와 광학 트랙패드는 버렸을지언정 둥글고 넓적한 외관은 그대로였다. 그래서 펄 3G가혁신이라면 혁신이다. 펄 3G는 RIM에서 처음으로 스마트폰 대중화의 야심을 드러내는 제품이다. 지난 5월에 발매되었으니, 한국에서도 꽤 빨리나왔다. 쿼티 키패드를 5 x 4 방식으로 바꾸고 디스플레이 크기를 줄이면서 휴대전화만큼이나 작게 만들었다. 볼드 9700이 480×360의 해상도로 여섯개의 빠른 실행 버튼, 펄 3G가 360×400의 해상도로 다섯 개의 빠른 실행버튼이라 설명한다면, 별 차이 없는 것 같은데 직접 체감하는 디스플레이의 크기로 보자면 매우 작아졌다. 어떤 제품이든 대중의 구미에 맞게 압축하다보면 기능 저하는 당연하다. 놀라운 점은 펄 3G는 디스플레이를 제외하면볼드 9700과 기능 차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624메가헤르츠의 CPU는 같고, 펄 3G에도 트랙패드가 있다. 카메라는 320만 화소로 볼드 9700보다 오히려 좋다. 권장 최대 메모리 용량도 32기가바이트로 더 크다. 펄 3G는 정말 작아지기만 했다. 의도한 대로 대중 친화력이 꽤나 높을 듯하다. 쿼티키패드는 과거 휴대전화 입력 방식에 슈어프레스 기술을 결합해 쿼티키패드보다 적응도 입력도 빠르다. 홀드, 음소거 버튼이 있던 자리엔 멀티미디어 재생을 위한 버튼을 넣어 ‘비즈니스용’으로 불렸던 그간의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뜻도 보인다. 이미지 변신도 이런 변신이라면 모범적이다.

RATING ★★★☆☆
FOR 휴대전화는 휴대전화다.
AGAINST 블랙베리는 블랙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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