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먹고 합시다. part1.

천정명은 쉬지 않고 먹었다. 소품용 햄버거를 먹다가 간식으로 차려놓은 떡볶이를 먹고, 두 손으로 쩌억 사과를 쪼개더니
끄트머리부터 베어 물었다. 그러다 한바탕 신나게 이야기를 쏟아냈다.

줄무늬 티셔츠는 자딕 앤 볼테르, 데님 셔츠는 칩 먼데이 by 톰 그레이하운드
줄무늬 티셔츠는 자딕 앤 볼테르, 데님 셔츠는 칩 먼데이 by 톰 그레이하운드

 

울 니트는 꼼데가르송 by 10 꼬르소 꼬모, 트렌치코트는 헨릭 빕스코브 by 톰 그레이하운드
울 니트는 꼼데가르송 by 10 꼬르소 꼬모, 트렌치코트는 헨릭 빕스코브 by 톰 그레이하운드

가을이다. 먹는 게 가장 즐거운 계절.
먹으면서 촬영하니 좋다. 지금까지는 주로 좀 서정적인? 그런 촬영을 많이 했다. (멍한 표정을 2초간 지은 뒤) 이런 무표정으로.

그 표정이 썩 잘 어울리진 않는다.
내 성격을 아는 사람들은 밝고 장난기가 많은데 왜 최근에 무표정하고, 과묵하고, 우울한 캐릭터를 많이 하냐며 답답해한다.

촬영 소품 외에 식탁 위의 모든 음식도 먹어 치웠다. 원래 잘 먹나?
원래 잘 먹는다. 관심도 많고. 어제 TV를 봤는데, KBS인가 어디에서 ‘프랑스 여인들처럼 먹어라’라는 프로그램을 하더라. 프랑스 사람들은 다이어트 개념이 없고 걸어 다니는 거리가 평균 6.5킬로미터라고 한다. 미국 사람하고 프랑스 사람하고 계속 비교해서 보여줬다. 미국 사람들에게 “초콜릿을 어떻게 생각하냐?”라고 물어보니까 “초콜릿은 지방덩어리다. 설탕덩어리다”라고 인식이 되어 있고, 프랑스 사람들은 “너무 좋다. 나에게 하나의 활력소다”이랬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먹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살이 찐다는 거 아나?

매일 체험하고 있다.
뇌파 검사나 신경조직 검사한 결과에 보면 중뇌에 무슨 그런 게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먹는 사람은 신경을 타고 그게 내려와서 심장 부근 어딘가에 영향을 줘서 살이 찌게끔 만든다는 거다.

원래 이렇게 말이 많나?
그러니까 좀 관심 있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많이 보는 편이다. 많이 실천하려고 하고, 이렇게 얘기도 해주고.

당신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먹는 편인가?
나는 안 받는다. ‘먹은 만큼 운동하면 되지’라고 생각해버린다. 요즘 식스팩이 유행이라고 해도 그렇게 연연하지는 않는다.

가을 되면 뭐가 제일 먹고 싶나?
회. 어제도 촬영 때문에 내려간 부산에서 회 먹었다. 송강호 선배님이 되게 후배들을 잘 챙겨준다. 술 좋아하시는 분들 보면 맛집 되게 좋아하지 않나. 송강호 선배님은 사람들을 맛집에 데려가 반응을 보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나도 주위 사람들한테 수소문해서 맛집 찾아가는 걸 좋아한다.

하나만 알려주면 안 되나?
어디? 서울? 아니면 어디 다른 지방?

지방 맛집도 잘 아나?
이번에 <신데렐라 언니> 하면서 알게 된 곳이 몇 개 있다. 포천에 있는 산정호수 안에 들어가면 맛집이 되게 많다. 거기 가면 이제 막 삶은 음식들, 나물이라든지, 되게 맛있다.

월간 <식당>도 아닌데 자꾸 먹는 얘기만 한다. 사실 보통 배우들은 홍보할 작품이 있을 때 인터뷰를 하려고 한다. 당신은 인터뷰 요청에 선뜻 응했다. 무슨 생각이었나?
워낙 패션 쪽을 좋아한다. 옷도 되게 좋아하고. GQ는 정기구독자이자 팬으로서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GQ되게 좋아한다.

재밌다. 뭐가 다른가?
남자들의 로망을 자극할 만한 그런 게 있다. 글이라든지, 패션이라든지, 제일 좋은 것, 제일 갖고 싶은 것만 실어놓은 것 같아서다. 군대에 있을 때부터 정기구독 신청했다. 그랬더니 주변에서 너 같은 애 처음 본다고 그러고….

군인은 정기구독 못하나?
그런 건 아닌데, 보통 군인들은 그 돈으로 PX에서 맛있는 걸 사 먹는다.

군대에 있을 땐, 제대 후에 어떤 작품을 해야지 하는 다짐을 많이 했을 것 같다. 그렇게 고른 <신데렐라 언니>는 만족하나?
되게 재밌게 찍었다. 그 친구들하고 잘 맞아서 즐겁게 촬영했던 것 같다. 다들 여덟 살, 아홉 살씩 차이 나도 나이에 비해 다 애늙은이다. 서우도 그렇고, 문근영도 그렇고, 택연이도 그렇다.

당신이 나이보다 어린 건 아니고?
그런 것도 같다. 나이 많으신 분들한텐 유연하게 맞춰주고, 어린 친구들한테 또 어리게 잘 맞춰주는 게 좀 있다. 김갑수 선생님이나 이미숙 선배 같은 경우 되게 카리스마가 있어서 엄청 무서운데, 나중엔 서로 즐겁게 촬영했다.

잘 맞춘다는 건 뭔가? 애교? 개그?
그런 것보다는 공감대 같은 거 있지 않나? 초반에 다같이 첫사랑 이야기를 했더니 그런 게 생겼다. 또, 군대 얘기도 조금 해주고. 군대 얘기는 처음에는 되게 신기해하더니 나중에는 지겹다고 그만하라고 했다.

배우들이 두런두런 앉아 첫사랑 얘기를 하는 모습이라니…. 그런데 방영 초반 당신의 연기에 대한 여론은 좋진 않았다. 변명하고 싶은 생각도 있을 것 같다.
음…. 그렇다기보다는 이거 원 내가 지금 연기를 잘 못하고 있는 건지 뭔지…. 지금까지 작품 하면서 처음 그런 얘기를 들었다. 처음. 그래서 ‘흠, 뭐지? 내가 캐릭터를 잘못 잡았나?’라고 생각했다. 알고 봤더니 진짜 캐릭터를 잘못 잡은 거였다.

뭘 어떻게 잘못 잡았나?
밝은 드라마는 아니었다. 그걸 생각하지 못하고 감정 표현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초반에는 “쟤 뭐냐?”이랬던 것 같다. 지금 드라마를 다시 모니터를 해보니까 정말 좀 이상했다. 대사 방식도 그랬고, 표정 짓는 것도 그렇고, 서 있는 것도 그렇고, 다 어색했다. 그런데 나중에는 몸이 좀 풀리면서 막판에는 내가 봐도 좀 잘했던 것 같다.

<신데렐라 언니>의 느리고 처지는 대사보단, <굿바이 솔로>의 좀 경쾌하고 쿨한 대사가 더 어울렸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굿바이 솔로>가 더 잘 맞았다. <신데렐라 언니>는 워낙 대사 자체가 어렵고 쩜쩜쩜이 많았다. 이미숙 선배가 우스갯소리로 “우리 드라마는 왜 이렇게 쩜쩜쩜이 많아? 작가한테 연락해서 쩜쩜쩜을 좀 없애야 해”라고도 했다. 예를들어, “은조야”(얼굴 표정을 멈추고 한참 있다가) 이러다가 다시 또 “은조야”였다.

그 공백엔 대사 외 다른 걸로 승부해야 해서 힘든 건가?
그게 아직까지 좀 헷갈리는 부분이다. 영화에서는 공백이 길게 가는 걸 싫어하는데, 드라마에서는 또 그런 걸 좋아한다. 나와 더 맞는 건 드라마보다 영화인 것 같다.

그런가? 모든 걸 통제하는 연기력을 갖추면 되겠지. 지금 막 크랭크인한 영화 <푸른 소금>은 작정하고 찍는 건가?
이번 영화는 주위에서 “이걸 왜 해?”하고 자주 물어본다. 송강호 선배와 신세경 친구가 주인공이다. 난 송강호 선배의 오른팔로 나온다. 남들이 보기엔 ‘어? 드라마 잘되지 않았어? 왜 조연을 하게 됐어?’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좋은 감독님, 좋은 스태프들 그리고 좋은 선배들이 있으니까 그걸 보고 한 거다. 난 아직 젊다고 생각한다. 이번 드라마를 하고 나니 좀 다른 시각으로 영화도 한번 해보고 싶었다.

주연으로 한 건 해내야겠다는 조바심은 없는 건가?
그렇다. 이제는 좀 그런 욕심이 없다.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다. 막상 군대 가서 돌이켜보니 많이 후회가 됐던 게, 그동안 내가 너무 느슨했던 것 같다는 거였다.

양적으로 더 일을 많이 했었으면 하는 후회?
그렇다. 더 많은 작품이랑 더 많은 사람을 만나서 좀 경험을 쌓을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이제 1년에 한 세 작품 정도는 하고 싶다. 보통 배우들은 1년에 한 작품 하고 내년을 보던지, 내후년을 보던지 하지 않나? 그런데 군대 가니까, 그동안 왜 이것밖에 안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젠 좀 계속 쉬지 않고 한번 해봐야겠다. 그게 좋은 것 같다.

자극 받은 일이라도 있는 건가?
예전에 <씨네21>을 보다가 하정우 형님께서 한 인터뷰를 우연찮게 읽게 됐다. 하정우 형이 그때 <추격자>를 한참 찍고 있었는데, 그걸 하면서 다른 작품을 계속하는 거다. 막 두 탕씩, 세 탕씩. 안 힘드냐고 물어보니까 자기는 이게 맞다고 했다. 그런데 계속 작품을 하니까 거기서 팍팍팍팍 터졌다. 그거에 자극을 받은 것도 있다. 그러면서 좀 많이 느꼈던 게, 불안이다. 아, 이걸 직업병이라고 해야 되나? 당신도 일을 안 하면 좀 불안해지지 않나?

직업병인 것도 같고, 일면 군인병인 것도 같다. 군대에 있을 땐 제대 후 이런저런 할 일들이 생각나 금방 불안해지니까.
그래서 요샌 현장에 나가 있는 게 마음이 편하다. 부산에서도 한 2주 정도 촬영을 하고 어제 올라왔는데, 호텔에서 쉬고 있으면 불안하다. 촬영이 없어도 현장에 가 있거나, 운동을 워낙 좋아해서 운동을 하거나 한다. 혼자 있는 것보다 어딜 가더라도 사람들하고 같이 다니는 게 훨씬 좋고, 시끄럽고 사람 많은 데가 좋다. 여행을 가더라도, 도쿄라든지 뉴욕 같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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