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 년

월드컵의 열풍도 프로야구를 집어삼키지 못했다. ‘가을 야구’를 앞두고 한 시즌을 정리했다.

기대 이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가 있나?
하일성(KBS N 해설위원) 삼성의 차우찬, 롯데의 김수완, 두산의 양의지를 꼽고 싶다. 차우찬은 상하체 균형이 작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아졌다. 김수완은 타자의 타이밍을 뺐는 포크볼이 일품이었고, 양의지는 스윙 궤도가 간결하고 공을 방망이에 맞추는 능력이 돋보였다.
김재박(KBO 경기운영위원) 삼성의 차우찬과 롯데의 홍성흔. 작년까지만해도 차우찬은 공을 힘으로 던졌는데 올해 들어 변화구 제구력이 많이 좋아졌다. 홍성흔은 올 한 해 자신 있는, 자기 스윙을 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밀어치는 타구가 늘어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나광남(KBO 심판팀장) LG의 조인성. 원래 장타력은 있는 선수였지만 3할과100타점까진 예상하지 못했다. 공격이 되자 수비와 투수 리드도 덩달아 따라왔다. SK의 김강민도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라는 동기부여 때문인지 ‘공수주’삼박자를 갖춘 선수로 발돋움했다.

반대로 가장 기대했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선수는 누구인가?
하일성 롯데의 사도스키. 사도스키는 구단의 기대대로라면 15승은 해줘야 했다. 사도스키는 작년에 마무리로 쏠쏠한 활약을 보여준 애킨슨 대신 영입한 선수다. 애킨슨의 공백으로 임경완, 이종훈 등 중간계투에서 던져야 할 선수들이 마무리에서 고전했다.
김재박 최희섭, 김상현, 나지완 등 기아의 중심 타선. 최희섭이 분전했지만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 힘이 달린 것 같다. LG의 이병규와 이택근도 팀이 바뀌면서 적응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나광남 두산의 김현수. 슬럼프라고 본다. 3할에 20홈런이라는 성적만 놓고 보면 결코 나쁘지 않지만 김현수에게 거는 기대엔 못 미친다. 작년과 제작년에 워낙 잘하다 보니 성숙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 것 같다.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기록 이상의 활약을 보인 선수는 누구인가?
하일성 LG의 조인성. LG 포수 역대 최다 홈런, 최다 타점이라는 기록도 돋보이지만 투수 리드가 굉장히 좋아졌다. 작년에 심수창 등 투수와의 불협화음으로 팀 전체가 흔들린 걸 생각해본다면.
김재박 SK의 박경완. 부상을 안고 경기를 하는 와중에도, 팀 포메이션과 투수리드를 탁월하게 조율했다. SK의 팀 성적을 보면 답이 나온다.
나광남 롯데의 전준우. 이대호나 홍성흔 등에 가려 있긴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팀을 위한‘한 방’을 자주 터뜨렸다. 뿐만 아니라 백업과 주전, 중견수와 좌익수를 오가며 주축선수들의 부상 공백을 잘 메웠다.

류현진, 이대호를 제외하고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기대를 걸어볼 만한 선수를 투타 한 명씩 꼽는다면?
하일성 타자는 김현수, 투수는 김광현. 이대호나 김태균이 4번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되기에, 3번은 좌타자가 타순을 짤 때 유리하다. 김광현은 일본전에서 꼭 필요한 선수다. 일본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공포심을 갖고 있는데다 일본 중심 타선엔 좌타자가 많다. 정교한 일본은 거친 김광현으로 상대하는 것이 좋다.
김재박 최정, 김강민, 조동찬 등 새로 합류한 선수들이 기대가 된다. 국내용, 국제용으로 국가대표를 가르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국내 프로야구에서 통하는 기량이라면 국제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한다. 병역 면제라는 동기도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나광남 타자는 김현수, 투수는 윤석민을 꼽고 싶다. 김현수는 어린 나이지만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하고, 윤석민은 선발, 중간 어디든 제 몫을 해준다는 점에서 국제
대회에 꼭 필요한 선수다. 해외파까지 모두 출전하는 한국대표팀이 일본이나 대만에 비해 전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볼 때, 의외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보단 기복이 심하지 않은 선수가 더 중요하다.

스트라이크존을 넓혔지만, 올 시즌 타고투저는 여전하다. 이유가 뭘까?
하일성 타자들의 기술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투수가 하나의 구질을 개발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타자는 연습에 따라 실력 향상이 빠르다. 또한 투수는 한 경기당 아홉 명의 타자를 분석해야 하지만 타자는 한 투수만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
김재박 우선 타자들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면서 힘이 많이 좋아졌다. 대어급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메이저리그로 많이 빠져나간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에이스급으로 성장할 만한 투수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스트라이크존에는 불만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 똑같은 조건 아닌가? 심판에게 맡겨야 한다고 본다.
나광남 스트라이크존이 시즌을 치르며 원래대로 돌아갔다는 말도 있는데, 분명 공 반 개 정도씩은 넓어졌다. 태생적으로 투수는 던질 수 있는 스피드에 한계가 있고 구종 개발이 쉽지 않은 반면, 공의 반발력과 방망이의 품질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타고 투저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무승부 = 패 룰을 좋아하는 감독과 팬은 드물다. 왜 자꾸 고수하는 걸까?
하일성 마지막까지 승리하기 위한 노력을 유도하는 거다. 무승부가 승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암암리에 무승부에 안주하는 게임을 할 수 있다.
김재박 경기운영위원으로서 답하기 애매한 부분이다. 작년에 감독 자리에 있을 때는 썩 반갑지 않았다.
나광남 공격적인 야구를 지향하기 위함이다. 12회 무승부 룰로 경기를 진행할 땐 12회가 되면 무리하지 않고 비기는 게임을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재 룰처럼 끝까지 최선을 다한 경기의 결과가 패로 인정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12회 무승부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 우승팀 기아는 사실상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그들은 왜 한 시즌 만에 몰락했을까?
하일성 김상현, 김원섭, 이종범 등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불펜진의 부진이 가장 크다. 김상현이 전반기를 거의 통째로 날려먹다 보니 타점을 올릴 선수가 없었다. 점수가 안 나다 보니 그 영향이 불펜에까지 미쳤다.
김재박 작년엔 용병 투수들이 1, 2선발을 책임지며 투수진을 이끌었는데, 올해는 용병 투수 둘 다 제 몫을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타자들도 줄줄이 부상에 시달리는 등 투타 전체적으로 안 좋았다.
나광남 팀을 지탱하는 건 에이스와 중심 타선 등 몇 명의 선수다. 기아는 둘 다 무너졌다. 특히 선발진의 붕괴가 크다. 작년엔 로페즈, 윤석민, 양현종을 비롯해 6인 로테이션까지 가능할 정도였다. 또한 기아의 선수층이 두꺼운 편이 아니라 중심축이 무너졌을 때 이를 만회할 힘이 부족했다.

히어로즈는 트레이드를 통해 5명의 주전급 선수를 내보내고 유망주와 현금을 받았다. 구단 유지를 제외한 어떤 장기적인 비전이 있는 걸까?
하일성 프로는 비즈니스다. 팀의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선수를 파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스타 선수가 많고 성적이 좋을 때, 비로소 스폰서십을 하려는 회사가 몰려든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좋은 성적을 내서 스폰서의 비중과 구단 가치를 높여야 한다.
김재박 어쩔 수 없는 트레이드였겠지만, 아쉬움이 크다. 이런 환경이라면 넥센 선수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고,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유망주라고 선수를 많이 받긴 받았는데,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는 생각보다 매우 크다. “전력보강은 무슨…. 전력하강이지.”
나광남 내부적인 일이라 왈가왈부하긴 어렵지만 일방적으로 너무 좋은 선수를 내줬다. 물론 새로 합류한 김수화 같은 경우엔 아직 나이도 어리고 신체조건도 좋아 발전 가능성이 있다. 성공적인 재활이 관건이다.

시즌 전 예상했던 순위와 가장 동떨어진 팀(높든 낮든)은 어디이고 왜인가?
하일성 LG. 이진영, 정성훈 등 외부에서 거물급 선수가 많이 들어왔지만, 그들이 하나의 팀을 이루는 시간이 부족했다.
김재박 기아가 최소한 준우승 정도는 할 줄 알았다. 우승한 팀은 한 번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삼성은 반대 경우다. 젊은 투수들이 생각보다 더 큰 힘을 발휘했다.
나광남 삼성이 가장 의외다. 4위 싸움을 예상했는데 1위를 넘보고 있다. 경기를 진행하며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박진만이 물러나고 김상수가 들어왔고, 오정복이나 정인욱 같은 선수들도 경기를 치르며 자연스럽게 성장했다. 차우찬도 빼놓을 수 없다. 선발로 이렇게 잘 던지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억지로 ‘리빌딩’을 한 게 아닌,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SK와이번스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문학구장 여성 관객이 전체 관객의41퍼센트에 이르는 등, 여성 관객의 증가세가 뚜렷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하일성 삼겹살 존, 육아위탁시설, 포토타임, 지하철에서 여는 팀 사인회….이런 구단의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맺는 것으로 보인다.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시설과 문화가 생겼다.
김재박 여성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젊은 관중이 늘었다. 승패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는 모습으로 관중석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다 보니 자연스레 여성 관중도 함께 늘었다.
나광남 올림픽과 WBC로 증가한 젊은 층의 관심이 안정궤도에 접어든 까닭이 아닐까? 예전처럼 술 마시고 욕하는 사람들 요즘은 없다. 여성 관객이 늘면서 남자친구도 덩달아 따라오고 전반적인 관중 증가에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대호와 류현진, 어쩌면 다른 누군가. 올 시즌 MVP는 누구에게 돌아가는 것이 합당할까?
하일성 시즌이 완전히 끝나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MVP를 뽑는 방식이 기자단 투표다 보니 변수가 많다. 류현진의 3관왕이든 이대호의7관왕이든 모두 가치가 있다.
김재박 결정은 기자들의 몫이다. 개인적으론 타자투수 따로 줬으면 좋겠다. 두 선수의 성적 모두 KBO 역사에 남을 만큼 뛰어나 우열을 가릴 수 없다. 이런 경우 팀 성적 얘기를 많이 하는데, MVP는 철저히 개인 성적에 맞춰 주는 게 맞다고 본다. 그래서 더 오리무중이다.
나광남 이대호가 타격 7관왕을 달성한다면 이대호, 그 중 몇 개를 놓친다면 류현진이라고 생각한다. 작년부터 이어온 류현진의 퀄리티 스타트 기록은 다시 나오기 힘든 대기록이지만, 7관왕이라는 상징성이 좀 더 앞선다고 본다. 플레이오프에서 이대호가 좋은 성적을 거두면 이대호 쪽으로 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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