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먹고 합시다. part2.

천정명은 쉬지 않고 먹었다. 소품용 햄버거를 먹다가 간식으로 차려놓은 떡볶이를 먹고, 두 손으로 쩌억 사과를 쪼개더니 끄트머리부터 베어 물었다. 그러다 한바탕 신나게 이야기를 쏟아냈다.

회색 상의와 니트 카디건은 돌체&가바나
회색 상의와 니트 카디건은 돌체&가바나

 

밀리터리 재킷과 흰 티셔츠는 자딕 앤 볼테르
밀리터리 재킷과 흰 티셔츠는 자딕 앤 볼테르

조용한 남자라 생각했다. 당신은 외모 때문에 손해본다고 생각할 때 있나?
예전엔 너무 어려 보인다는 것이 콤플렉스였다. 그것 때문에 캐스팅 후보군에서 많이 벗어나고 그랬다. 근데 이제는 그게 또 장점이 된 것 같다. 사람들이 보는 내 외모나 체형에 비해서 운동을 잘하니까 “어? 의외네? 운동을 좀 좋아하셨나 봐요? 운동신경이 좀 있으시네요”한다. 나한텐 더 좋은 거다.

센 영화 해보고 싶나?
하고 싶다. 김지운 감독님의 <악마를 보았다> 같은 것도 좋다. 요즘 사람들이 <아저씨>와 <악마를 보았다> 비교하면서 뭐가 더 좋냐고 하지 않나? 나한테도 많이 물어본다. 솔직히 <악마를 보았다>가 더 좋았다.

어떤 면에서?
좀 더 사람의 심리를 확 긁는 게 있다.

센 영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몸 쓰는 건 <강적>도 만만치 않았다. 흥행은 만만했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흥행이 안 돼서 좀 아쉬웠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그러니까 좀, 내가 부족했던 것 같다. 그때는 많이 부족했다. 지금도 좀 부족한 면이 있지만.

배우들이 자신이 너무 부족하다고 얘기하는 걸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부족한 걸 봐야 하는 걸까?
그런가? 근데 진짜 부족했던 것 같은데. 어쨌든 주인공이었는데, 그 영화를 이끌어가는 포스가 부족했던 것 같다.

포스?
카리스마. “악, 악”이렇게 소리지르는 카리스마 말고, 배우가 관객을 끌어가고, 동원시킬 수 있는 그 카리스마. 딱 보면 확 집중되는 그런 카리스마.

포스는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나?
자기가 어떻게 살아왔느냐, 또 얼마나 많은 지식이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송강호 선배님을 보고 많이 느꼈다. 우리나라 영화쟁이들 사이에서 괜히 송강호 선배님이 (엄지손가락 세우며) 이거라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송강호가 나오는 영화를 보러 가는 마음과 당신이 나오는 영화를 기다리는 마음은 좀 다르다. 왜냐면 송강호의 연기는 어느 정도일지 어떤 것일지 짐작이 가지만, 당신이 나온다 생각하면 사실 좀 미스테리하니까. 이미 다져진 포스가 없어 더 기대되는 것도 있고.
고맙다. 그렇게 생각해주니까.

근데 다르게 얘기하면 배우로서의 지점이 애매하다는 뜻도 된다. 1류도 아닌데 2류도 아닌 그런. 고민해본 적 있나?
있다.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한 번에 치고 올라가야지, 배우로서 인정받는 지점으로 가는 것 같다. 디카프리오로 따진다면 <타이타닉> 같은 것. 난 아직 그런 작품을 못 만난 것 같다. 드라마를 한다면 시청률이 40에서 50 정도 쳐야지 사람들이 “오!”하고, 영화도 한 5백만에서 1천만 들어야지 사람들이 “와!”하는 게 있듯이 말이다. 난 아직까진 중간밖에 못했던 것 같다.

노골적으로 트렌디한 드라마에 나가는 건 어떤가?
솔직히 말해서 핫한 거, 트렌디한 걸 선택해서 쉽게 갈 수도 있다. 솔직히 뭐 능력이 안되는 것도 아니고, 인기를 얻는 길로, 어린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쪽으로 갈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작품이 계속 들어오기도 한다. 충분히 할 수도 있는데, 그런 작품은 하기가 싫다. 천천히 제대로 하고 싶다.

정말 좋은 대표작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10년 안에 결판을 지어보려 한다.

길게도 잡는다. 지난 인터뷰들을 보다가, 유달리 누구의 팬이라고 말하는 걸 많이 봤다. 김연아의 팬이다, 박주영의 팬이다, 브레드 피트의 팬이다….
그런 게 좀 있다. 예전에 패션쇼에 갔다가 에프엑스를 봤다. 가수 에프엑스 친구들. 거기서 셜리라는 친구가 뭐라 그럴까, 귀엽고 예쁘면서 요새 되게 핫하지 않나? 그쪽 관계자가 셜리를 소개시켜줘서 인사하고 얘기하다가 내가 먼저 에프엑스 팬이라고 그랬더니 되게 좋아했다. 그런 게 좋다 그냥. 진짜 본래 마음이어서 그냥 얘기한 건데, 사람들은 그 마음을 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다.

고현정과의 이슈가 계속 나오는 것도 그런 건가? 어쩔 땐 연하남 이미지를 연장하고 싶은 의도가 있는 건가, 할 때도 있다.
그냥 서로 누나 동생으로서 맘이 잘 맞고, 서로 좋고, 그래서 잘 챙겨주는 거다. 이쪽 일 하다 보면 좀 맞는 사람이 있고 좀 안 맞는 사람이 있다. 다 마음이 잘 맞는 건 아니지 않나? 주위의 일반인 친구들은 연예인이면 다 친한 줄 안다. 그러면 내가 여기도 사회랑 똑같다고, 좀 마음이 맞는 사람도 있고, 마음이 안 맞는 사람도 있다고 말해준다.

초창기에 작품을 같이 한 김강우, 김남길과 비교해 본인이 더 나은 게 무엇인 것 같나?
다들 비슷비슷해가지고, 나이대도 비슷하고, 나중에 내가 한 말에 괜히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 거고…. 남 얘기 하는 걸 싫어한다.

그래도 주위 배우를 보면서 경쟁의식 같은 것들이 있을 것 같은데, 본인을 도발시키는 경쟁자가 있나?
나의 우상들이 나를 자극시킨다. 그게 꼭 남자만이 아니다. 아오이유우라든지, 아니면 다카쿠라켄, 아니면 손예진 씨. 손예진 씨를 보면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두루뭉술하게 자기 걸로 확 만들지 않나. 멋있는 것 같다. 또 스페인 배우 중에 되게 좋아하는 배우가 한 명 있는데, 갑자기 이름이 생각이 안 난다. 아, 누구지? (양손으로 귀를 잡아당겨 볼에 바람을 넣고는 1분간 생각한 뒤) 아! 하비에르바르뎀! 그리고 삶도 연기도 다 자연스러운 브래드 피트는 나의 영원한 우상이다.

주위 배우들 중에 쓴 말 해주는 사람 있나?
배우 중에서는, 고현정 누나. 그리고 조인성 친구. 조인성 친구한테는 내가 계속 물어봤다. <신데렐라 언니> 때부터 어땠냐, 네가 봤을때 이상한 거 없었는지, 괜찮았는지 말 좀 해달라고. 워낙 친하다 보니까 첨엔 지적해주기가 쉽지 않았는데, 몇 번 하면서 차츰차츰 그 시기를 벗어나니까 나중엔 정말로 많이 지적해주고 그랬다.

최근에 들은 쓴 말은 뭔가?
말 많이 하지 말아라. 어디 가서 언행 조심해라.

<신데렐라 언니> 녹화장에서 물병을 던졌다는 그 구설수 때문인가?
그건 정말 억울하다. 내가 아니라 그쪽에서 술 먹고 들어와 난동 피운 걸 나한테 뒤집어씌운 거다.

그런 일을 당하면 연예인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안드나?
그렇지는 않다. ‘아, 씨 세상 드럽네’라거나 ‘그 새끼들 다 죽여버려’이런 게 아니라, 그냥 그러려니 하는 거다.

예능에 나가선 말 많은 게 도움이 될 텐데.
예능에 나가는 게 싫다. 솔직히 말해서 너무. 나가면 뭘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찍고 돌아오면 기분이 좀 이상하다.

안 보여줄 모습을 보여준 것 같은가?
그렇다기보다 재미가 없다. <신데렐라 언니> 때 나간 <해피투게더>는 솔직히 말해서 재석이 형 때문에 나간 거다. 어렸을 땐 정말 말 한마디도 못하는 성격이었다. 선생님이 “몇 번 천정명 일어나서 책 읽어”이러면 책도 못 읽었다.

말은 배우 하면서 튼 건가?
맞다. 일하면서 많이 바뀌었다. 좋은 사람들 만나게 되고, 좋은 정보를 나누다 보니까 말을 많이 하는 쪽으로 성격이 많이 변했다.

트위터는 어떤가?
그런 건 싫다. 싸이월드, 페이스북 뭐 그런 거? 거기에 빠지면 막으으(키보드가 있는 것처럼 손을 올리고 목을 쭉 빼고) 이러고 있어야 하지 않나?

밖에 나가 농구 한판 더 하는게 역시 천정명인가?
맞다. 워낙 운동을 좋아한다. 테니스 치면서 만난 친구들, 스노보드 타다가 만난 친구들, 인라인 스케이트 타다 만난 친구들이 많다. 예전에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만날 싸웠던 이유가 “넌 운동이 좋아 내가 좋아? 둘 중에 하나 선택해”이거였다. 운동하고 만난 친구들하고 더 노는 시간이 많으니까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화가 나는 거다. 그래도 난 운동을 안 하면 안 되는 스타일이다. 요즘 꽂힌건 서핑이다. 엊그제도 부산에서 하루 종일 서핑했다. 아, 진짜 재밌다.

쇼핑은 안 하나?
쇼핑은 이제 좀 자제해야 될 것 같다. 이제는 집을 사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좋은 집 하나사서 혼자 살고 싶다. 결혼은 안 할 수도 있고, 할 수도 있고.

수트를 한 벌 산다면, 어떤 브랜드의 수트를 사고 싶나?
톰포드.

왜?
촬영하다 보면 수트를 많이 입는다. 톰 포드는 딱 두 번 입어봤다. 청룡영화제 때 한 번, <여우야 뭐하니> 제작발표회 때 한 번. 그런데 옷이 너무 멋있는 거다. (머리 위로 손을 펄럭이며) 입으니 진짜 날아갈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번지점프 화보라도 찍을 걸 그랬다. 톰 포드 입고.
좋다. 언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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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Eat, Drink, Love.